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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영의 키워드]평점테러 맞선 캡틴마블…거센 페미니즘 백래시

영화 '캡틴마블', 페미니즘 표방에 비난 쇄도
국내 문화계 전반에 나타난 백래시
숱한 반격에도 흥행하는 페미니즘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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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캡틴 마블’ 포스터. (사진=마블)

끊이지 않는 사건 사고로 한 주 간 수많은 정보들이 홍수처럼 넘쳐 흐르고 있습니다. 아울러 빠르게 변하는 세태를 반영한 시사 용어와 신조어들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죠. 스냅타임에서 한 주를 강타한 사건과 사고, 이슈들을 집약한 키워드와 신조어들을 알기 쉽게 정리해주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일요일 하나의 키워드를 한 주 간 발생한 이슈들과 엮어 소개해보려 합니다.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가 사상 처음 여성을 단독 히어로로 내세운 영화 ‘캡틴마블’이 지난 6일 우리나라에 전세계 최초로 개봉된 뒤 누리꾼들의 평점테러와 함께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극의 서사를 비롯해 페미니스트인 주연 배우, 여성 제작진의 대거 활약 등 영화의 제작 과정 전반에 표방된 페미니즘 정서에 반감을 품은 사람들이 불매 운동을 선언하며 날을 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블에서 이 영화의 북미 개봉일을 세계여성의날인 8일로 내세운 것이 이같은 반(反) 페미니즘 물결에 더욱 불을 지핀 형국입니다.

이번 한 주는 개봉 전부터 페미니즘 논란에 휩싸인 영화 ‘캡틴 마블’이 개봉했고 111번째 세계여성의날(8일)을 맞아 국내는 물론 해외 사회 각계 여성들이 여성인권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목소리를 냈습니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촉발한 국내 미투(Me too·나도 말한다) 운동이 1년을 맞이하기도 했죠. 반면 이에 반발심을 지니고 저지하려는 ‘백래시(Backlash·반발)’도 동시에 꿈틀대고 있습니다. 이번 한 주 국내외에서 반향을 일으킨 페미니즘 운동과 이를 막는 백래시의 움직임, 살펴보시죠.

수전 팔루디의 저서 ‘백래시’. (사진=아르테)

‘캡틴마블’,  페미니즘 논란에 평점테러 줄이어

국내를 비롯한 세계에서는 정치와 사회, 문화계를 불문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페미니즘 열풍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페미니즘 운동의 부흥에 맞서는 ‘백래시’의 움직임에 갈등이 끊이지 않죠.

‘백래시’는 페미니즘에 대한 반격 혹은 이와 관련한 사회정치적 변화에 반발하려는 심리를 의미합니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의 저널리스트 수전 팔루디는 1980년대 미국 레이건 정부 시절, 페미니즘과 여성을 상대로 이루어진 전방위적인 공격의 기운을 감지했고 이같은 현상을 ‘백래시’라고 명명했습니다. 그의 책은 1991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래 페미니즘 고전으로 자리매김합니다.

책이 출판되고 20여년이나 흘렀음에도 이 ‘백래시’란 개념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한민국을 비롯한 세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여성 단독 히어로 영화 ‘캡틴마블’이 받고 있는 평점테러도 대표적인 백래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캡틴마블’은 기억을 잃은 파일럿 캐럴 댄버스(브리 라슨)가 쉴드 요원 닉 퓨리(사무엘 L 잭슨)를 만나 어벤저스의 마지막 희망인 ‘캡틴 마블’ 히어로로 거듭난다는 내용의 액션 영화입니다.

그간 MCU가 제작한 영웅물들은 두터운 팬층을 확보해 개봉 전부터 많은 흥행 기대를 모아왔습니다. 그러나 ‘캡틴마블’은 개봉 전부터 현재까지 페미니즘 논란과 함께 불매운동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이같은 논란은 개봉 전 영화 제작진이 이 영화를 ‘페미니즘 영화’라고 강조한데서 비롯했습니다. 주연 배우 브리 라슨이 지난해 현지에서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캡틴 마블은)위대한 페미니스트의 상징이 될 수 있는 영화”라고 강조한 발언이 논란을 지폈고, 영화의 감독과 작가진 등 제작진들 다수가 여성이라는 점도 화제를 낳았습니다.

마블 히어로들의 거장이라 불리는 고(故) 스탠리가 세상을 떠난 후 브리라슨이 남긴 추모 글도 논란이 됐습니다. 그는 지난해 11월 12일 스탠리 사망 후 인스타그램에 “스탠리를 생각한다. 전설적인 분 R.I.P(명복을 빈다)”라는 추모 글과 함께 신발과 가방을 자랑하는 사진을 올려 빈축을 샀습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스탠리가 남성인 점을 들어 고인을 비하한 게 아니냐는 비난을 보내기도 했죠.

지난 6일 이 영화가 국내에 처음 개봉한 뒤 영화평점 페이지에는 ‘마블 이제 좀 망하자’, ‘페미 마블은 돈 주고 안봄’ 등 악성댓글과 최하평점(1점)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개봉 첫날 네이버영화 평점은 4점대에 머물렀고 다음날도 7점대로 다른 마블시리즈 영화보다 현저히 낮은 점수를 기록했습니다. 개봉 사흘이 지난 현재 8점대 수준까지 올랐지만 ‘캡틴 마블’ ‘페미 마블’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가해지는 평점 폭격은 사그라지지 않습니다.

이같은 움직임은 해외에서도 포착됐습니다. 미국 현지에서는 북미 개봉일이 세계 여성의 날인 8일로 정해지자 ‘페미니즘을 활용해 흥행몰이 하려고 한다’는 혹평이 나왔습니다. 미국 영화 리뷰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는 ‘여성 히어로를 다룬 캡틴 마블이 기대된다’는 글과 ‘성별 양극화를 조장하는 여성우월주의 영화’란 비판 글로 댓글창이 논란을 빚자 개봉 전 코멘트를 쓰는 게시판을 폐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조남주 작가의 밀리언셀러 ’82년생 김지영’의 일본어판 표지. (사진=지쿠마쇼보 출판사 홈페이지)

82년생김지영·캡틴마블…백래시에 맞서는 흥행 물결

사실 페미니즘을 표방한 작품 콘텐츠나 플랫폼이 불매 운동 등 저항에 직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해 12월 인터넷 서점 예스24는 페미니즘 책인 최태섭 문화평론가의 저서 ‘한국, 남자’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어쩌면 그렇게 한남스럽니’란 제목을 사용하자 이에 반발한 남성 회원들이 집단 탈퇴하는 사태가 빚어진 바 있습니다. 예스24에서 이에 대한 사과 입장을 발표했음에도 집단 탈퇴 러시(Rush)는 사라지지 않았고 동종업계인 알라딘까지 페미니즘을 소재로 제작한 머그잔, 티셔츠 등을 판매해왔다는 이유로 불똥이 튀었습니다.

지난해 9월에는 국내에 페미니즘 논의 및 운동을 확산한 조남주 작가의 밀리언셀러 도서 ’82년생 김지영’의 영화화가 거대한 반대에 직면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배우 정유미씨가 이 영화의 주연 배우로 출연한다는 소식에 남성 누리꾼들이 크게 반발했죠. 이같은 반발은 단순 악플에 그치지 않았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정씨의 영화 출연을 막아달라는 청원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기까지 한 바 있습니다.

반면 이같은 반격에도 불구, 캡틴마블은 가파르게 흥행 중입니다. 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캡틴마블’은 7일 31만 2469명의 관객을 모아 박스오피스 선두에 올랐습니다. 개봉 이틀 만에 누적 관객 수 77만 4145명을 기록했고요. 개봉 사흘 만에 100만명 돌파가 유력해보입니다.

평점 테러와 대조되는 이 영화의 흥행이 여성들이 영화를 보이콧하려는 반페미니즘의 움직임에 맞서 페미니즘 소비의 물결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들도 있습니다. 실제로 캡틴마블의 영화 평점 페이지에는 평점 폭격과 별개로 ‘여성들을 위한 영화’, ‘여성들을 위한 영화이니 N차 관람해야지’ 등 응원의 평점과 댓글들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캡틴 마블이 페미니즘을 표방한 영화라 예매를 했다’, ‘어떤 여성 히어로를 그릴지 기대된다’는 내용의 게시물들이 수천개에 이릅니다.

극심한 논란 속에도 누적 판매부수 100만부를 돌파한 ’82년생 김지영’은 지난해 12월 초 발간된 일본어판까지 석 달 만에 10만부 판매를 기록해 일본 내 여성 인권 현주소에 관한 논의에도 불씨를 당기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이 책을 출판한 출판사 지쿠마쇼보 측은 8일 여성의날을 맞아 이 책에 관한 일본 독자들의 공감이 담긴 100인 서평을 모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페미니즘이 논의의 확산과 함께 문화 전반의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할리우드를 비롯해 대중문화계 전반에서 여성과 소수자 문제와 관련해 전향적 입장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데 히어로물에도 이와 같은 흐름이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며 “이같은 변화는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다만 국내에서 워낙 페미니즘 논란이 거세지면서 여성 운동을 표방하는 콘텐츠와 인물에 대한 반감이 커진 상태라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많아지는데 소비를 하기도 전에 무조건적으로 거부감을 표현하고 평점 테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하 평론가는 이어 “캡틴 마블의 경우는 워낙 고정 팬층이 두터운 마블이 제작한 영화라는 사실과 이 영화가 다음 마블 작품을 풀어나갈 이야기의 열쇠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백래시가 흥행 여부에 크게 타격을 받지 않는 듯하다”면서도 “다만 앞으로도 페미니즘을 다룬 콘텐츠들이 많아질텐데 평점 테러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반발의 움직임이 계속 거세져 영향을 받게 될까봐 우려되는 점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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