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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영의 키워드] 회장 퇴진·손해배상…대기업·프랜차이즈 총수 칼바람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스튜어드십코드 퇴진 첫 사례
오너 견제 길 열려...가이드라인은 확립돼야
아오리라멘 프랜차이즈 오너리스크 배상 적용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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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끊이지 않는 사건 사고로 한 주 간 수많은 정보들이 홍수처럼 넘쳐 흐르고 있습니다. 아울러 빠르게 변하는 세태를 반영한 시사 용어와 신조어들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죠. 스냅타임에서 한 주를 강타한 사건과 사고, 이슈들을 집약한 키워드와 신조어들을 알기 쉽게 정리해주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토요일 하나의 키워드를 한 주 간 발생한 이슈들과 엮어 소개 합니다.

국내 대기업과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최근 ‘오너리스크’로 잇따라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오너리스크란 재벌 회장과 대주주 등 오너(총수)의 잘못된 판단과 불법행위 등으로 기업이 해를 입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들에게 오너리스크는 특히 국가 경제 자체에 큰 훼손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하고 취약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경영권을 가족에게 대대로 세습하는 재벌경영 체제를 오랫동안 유지해왔고, 이 총수 가족들이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사유물처럼 지배하는 구조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그 어떤 국가들보다 총수와 총수 가족의 잘못된 판단과 비위로 인한 오너리스크가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에 치명적인 영향을 줍니다.

이번 주는 국내 항공사업을 대표하는 대기업의 총수가 오너리스크 대응에 실패해 퇴진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특히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개선없이 반복되는 오너리스크를 참지 못한 국민연금 등 주주들의 권리 행사로 퇴진했다는 불명예까지 떠안았습니다. 오너리스크의 불똥은 프랜차이즈 업계까지 뻗고 있습니다. 가수 승리가 창업한 일본식 돈코츠라멘 프랜차이즈 아오리라멘의 가맹점들이 버닝썬 게이트가 빚은 불매운동으로 매출에 큰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죠. 전문가들은 스튜어드십 코드, 오너리스크 배상법 등 오너 견제 장치의 확대만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스냅타임에서 ‘오너리스크’란 키워드와 아오리 라멘, 대한항공 사례 등을 엮어 국내 기업 구조의 현주소를 짚어봤습니다.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총회 의장인 우기홍 대표이사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박탈이 결정된 사내이사 연임의 건 부결을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주총에서 대한항공의 이사로 재직 중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이사연임안건이 부결됐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대한항공 스튜어드십코드 총수 퇴진 첫 사례 ‘불명예’

이른바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으로 시작해 박창진 사무장 혹사, 조현민 전무의 물벼락 갑질, 총수 부인의 폭행과 폭언, 조 전 부사장의 남편 폭행·폭언 영상까지.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결국 총수 일가의 잇따른 도덕적 해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주주들에게 불신임된 첫 오너 견제 사례가 됐습니다. 지난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안이 반대로 부결됐기 때문입니다.

이날 열린 제57회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64.1% 찬성, 35.9%의 반대로 부결됐습니다. 대한항공 정관에 따르면 사내이사는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만 선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결과는 11.56%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 국민연금이 재선임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정하면서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움직인 게 크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조 회장의 퇴진은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이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 원칙)이 발동한 첫 사례이자 이를 통한 총수 퇴출 첫 사례란 점에서 의미를 지닙니다.

스튜어드십코드란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자 도입한 자율 지침으로 기관 투자자들이 투자 기업의 의사결정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주와 기업의 이익 추구와 성장, 투명한 경영을 이끌어내려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전까지는 총수 일가의 전횡으로 오너리스크가 발생한 적이 많았음에도 이들이 경영진에서 퇴출된 사례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총수일가에 쏠린 지분 구조 때문입니다. 한편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시장에 130조원 가까이 투자하는 대형 기관투자자입니다. 국내 상당수 재벌기업의 2,3대 주주로 의사결정 과정에서 무시할 수 없는 큰손이죠.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발동 기업을 확대해 나갈 시 그 파급 효과가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여기서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스튜어드십 코드의 확산이 거듭되는 오너리스크를 막을 좋은 견제 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우석훈 경제학자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통해 오너리스크에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행동해 견제하는 주주행동주의가 싹트고 조 회장의 퇴진으로 다른 재벌 오너들에게도 경종을 울렸을 것이라고 본다”며 “이처럼 한국의 기업 지배구조가 가지고 있던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견제 장치들을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오너들의 전횡을 견제하는 것은 좋은 취지이지만 무분별하게 사용하거나 악용해 독이 되지 않게 명확한 기준과 가이드라인의 마련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오리 라멘 가맹점 내부. 좌석이 비어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승리 불똥 튄 아오리라멘,  오너리스크 배상 가능할까

미스터피자와 호식이두마리치킨 등 국내 대형 프랜차이즈업계도 오너리스크로 끊임없이 골머리를 앓아왔죠. 무엇보다 프랜차이즈 브랜드에서 발생한 오너리스크는 불매운동으로 연결돼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가맹점주들에게 안겨 문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올해부터 ‘프랜차이즈 오너리스크 배상법’이 시행돼 가맹점주들이 일정 부분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특히 지금 업계에서는 가수 승리가 창업한 일본식 돈코츠라멘 프랜차이즈 ‘아오리라멘’의 가맹점주들이 버닝썬 게이트로 입은 타격을 이 오너리스크 배상법으로 배상받는 첫 사례가 될 수 있을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오너리스크 배상법(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은 지난 2017년 6월 김관영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해 올해부터 시행됩니다. 프랜차이즈업체 경영진의 위법 행위 등으로 가맹사업자에게 피해가 발생할 경우 업체가 가맹본부에 배상 책임을 지울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올해부터는 가맹본부나 그 임원이 위법행위를 저지르거나 기업의 명성을 훼손하는 등 행위로 가맹점에 피해를 입히면 그에 따른 배상책임까지 계약서에 의무 기재해야 합니다. 이는 2016년 미스터피자 회장의 폭력사건 및 2017년 호식이 두마리치킨 회장 성추행 사건 등 프랜차이즈 브랜드 총수에 의한 오너리스크로 매출에 타격을 입는 가맹점주를 보호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입니다.

아오리라멘은 최근 버닝썬 게이트가 발생하면서 매출에 큰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아오리라멘은 지난 2017년 가수 승리가 가맹점을 낸 외식 브랜드로 전국에 40여개 매장을 두고 있습니다. 가수 승리가 예능 등 미디어에서도 적극적으로 홍보해 ‘승리 라멘집’으로 입소문을 타 매출 효과를 톡톡히 누렸었죠.

버닝썬 게이트 논란이 커지면서 승리가 이사직을 내려놨지만 여론은 여전히 싸늘합니다. 아오리라멘 측이 공식계정을 통해 “새로운 전문경영인을 영입했고 식음료·가맹점사업을 할 수 있는 새 파트너에게 경영권을 양도하려고 한다”고 입장을 냈지만 불매운동은 사그라지지 않는 실정입니다.

아오리라멘 측은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본 가맹점들을 위해 가맹비 전액을 환불해줄 것을 약속했습니다. 그럼에도 가맹점주들이 프랜차이즈 오너리스크 배상법을 적용 받아 손해배상을 받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분석입니다.

아오리라멘 가맹점주들이 이 개정안이 시행되기 이전에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죠. 대부분의 점주들은 이 법이 시행되기 이전인 2016년~2019년 1월 1일 이전에 계약을 체결해 소급 적용을 받기 어렵습니다. 법률 전문가들은 가맹점주들 중에서도 올해 1월 이후 계약을 체결했거나 계약을 갱신한 점주들만 배상 대상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배상 대상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실제 배상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이 개정안에는 ‘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원칙만 추상적으로 기재돼 있어 구체적인 배상액을 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또 매출 급감의 원인이 온전히 오너리스크 때문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것도 난제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가맹점주들이 업체에 소송을 제기할 법적 명분조차 없던 과거에 비해서는 진일보 했다는 의의를 가진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판례가 부족하지만 적극적인 소송 제기로 선례를 구축해나갈 수 있고 기존의 민사 손해배상 소송 판례 등을 통해서 감소한 매출액 일부를 배상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도 조언했습니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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