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침해소! 청춘뉘우스~

넷플릭스 ‘블랙미러’가 보여준 세상…어디까지 왔을까?

미디어의 이면을 그린 넷플릭스 '블랙미러'
이미 실현된 기술도…머지 않은 미래 이야기
개인 정보 유출과 불멸의 인간이 만든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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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블랙미러’의 타이틀.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블랙미러’는 미디어 기술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옴니버스 형식의 SF 드라마다. 영국의 풍자 코미디언 찰리 브루커가 제작했으며, 지난 2017년 12월에 시즌 4까지 공개됐다.

SF 드라마지만 등장인물의 모습은 21세기에 사는 우리와 다를 바 없다.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에피소드는 이미 일어나고 있는 기술을 표현하고 있다. 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엄마, 웹캠으로 사생활을 촬영하는 일, 소셜 미디어로 평판을 판단하는 사람들까지, 드라마 소재들도 썩 낯설지 않은 이야기다. 청소년 관람 불가 콘텐츠인 탓에 과감하고 적나라한 묘사도 거침없이 표현됐다. 그 때문에 에피소드마다 보는 이로 하여금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미디어가 인류에게 편리와 지배를 동시에 행하고 있는 블랙미러 속 세상. 과연 우리 사회는 얼마나 가까워졌을까?

웹캠 기술의 발전…이미 ‘드러난 사생활’

블랙미러 시즌 3에 수록된 ‘닥치고 춤춰라(Shut up and dance)’는 노트북, 휴대폰 등의 웹캠을 통한 사생활 유출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남학생 케니는 여동생이 고장 낸 노트북을 수리하기 위해 악성코드 제거 프로그램을 다운 받는다. 그러던 도중 포르노 광고를 접하고, 영상을 보며 수음을 한다. 케니의 수음 장면은 노트북 전면에 탑재된 웹캠을 통해 해커의 컴퓨터로 전송됐다. 다운받았던 악성코드 제거 프로그램이 해킹 툴이었기 때문이다. 해커는 발신 번호를 가린 문자 메시지로 케니에게 “가족, 지인들에게 영상을 보내주고 싶지 않다면 나의 지시를 따르라”고 보낸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케니의 고군분투를 다룬 ‘닥치고 춤춰라’는 블랙미러 콘텐츠 중 현재의 기술과 가장 근접한 에피소드다. 이미 사건 사고도 다양하게 벌어지고 있다. 개인정보와 사생활이 정보망을 타고 유출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범죄에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익숙한 사례는 한때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던 보이스 피싱이다. 지난 2012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발표한 ‘피싱/스미싱/파밍 경험 현황’에 따르면 15.6%의 국민이 피싱, 스미싱 등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 통계에서는 30대가 19.4%로 가장 높았다. 당시 떠돌던 “노년층이 피싱을 많이 당한다”는 말이 의미 없게 만드는 통계다. 이 보이스 피싱 공포는 TV 프로그램과 언론 매체를 타고 입방아에 자주 오르며 국민들의 인식 속에 자리 잡았다. 동시에 피해를 보는 사람들도 줄었다. 지난 2016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침해사고 피해 경험 유형’에 따르면 피싱과 스미싱 등으로 인한 금전적 피해를 본 경우는 1.4%에 불과했다. 그러나 여전히 개인정보 유출 및 사생활 침해 사례는 6.5%로 가장 높았다.

한편 극중 케니의 처지가 그대로 드러난 사건도 있었다. 바로 2017년까지 떠들썩했던 ‘몸캠 피싱’이다. ‘몸’과 ‘캠(Cam)’에 낚는다는 의미의 ‘피싱’이 합쳐진 신조어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몸캠 피싱을 “스카이프 등 스마트폰 채팅 어플을 통해 음란 화상 채팅을 하자고 접근하여 상대의 행위를 녹화하고 연락처를 탈취한 다음 유포하겠다고 협박하여 금전을 갈취하는 범죄”라고 정의하고 있다.

몸캠 피싱에서 악성코드 설치를 요구하는 장면. (사진=경찰청 사이버안전국 갈무리)

몸캠 피싱은 주로 스카이프나 카카오톡, 랜덤채팅 등지에서 “함께 화상 통화를 하자”며 접근해, “화질이 나쁘다”고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를 요구한다. 상대방이 이 프로그램을 설치할 경우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 정보가 그대로 해커에게 전송된다. 해커는 음란 행위를 그대로 녹화한 뒤 연락처에 저장된 사람들에게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다. 경찰청은 “랜덤 채팅은 내용을 서버에 저장하지 않고, 대표적인 화상채팅 프로그램인 스카이프는 미국에 본사가 있다”며 수사의 어려움을 전했다.

지난 2017년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 “지인이 몸캠 피싱을 당했다”며 게시된 글. (사진=오늘의 유머 갈무리)

대검찰청 발표에 따르면 몸캠 피싱은 2017년 약 1200건으로 2년 새 12배나 증가했다. 사고 건수가 적지 않다 보니, 온라인에서도 “몸캠 피싱을 당했다”면서 “제발 도와달라”는 글이 수차례 게시됐다. 지난 2017년 4월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서는 “지인이 몸캠 피싱을 당했다. 제발 도와달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작성자는 글에서 “100만원을 보내주고 끝인가 싶었지만, 추가 영상이 있다면서 돈을 더 요구하고 있는 상태”라고 호소했다. 비록 돈을 요구하는 모습은 다르지만, 에피소드 속 케니의 모습이 현실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몸캠 유출을 막기 위한 긴 이야기가 끝나고, 결말 부분에 이르면 케니가 본 포르노 영상의 정체를 알 수 있다. 시청자들은 여기서 또 다른 딜레마를 품게 된다. 과연 해커가 벌인 일이 정말 나쁜 것이었을까? 아직 블랙미러를 접하지 못한 넷플릭스 유저들을 위해 여기까지만 이야기하고, 결말은 콘텐츠에 묻어 두도록 한다.

AI로 부활한 인간…불멸은 ‘불멸’인가?

시즌 2의 첫 번째 에피소드인 ‘돌아올게(Be right back)’는 죽은 사람을 AI로 되살려내는 이야기다. 주인공 마사는 어느 날 남편 애쉬를 사고로 잃게 되고, “괴로움을 덜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친구의 권유로 한 프로그램을 접하게 된다. 그 프로그램은 AI가 망자의 소셜 네트워크를 싹 훑어본 다음, 마치 망자와 대화하는 것처럼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시스템이었다. 마사는 처음엔 신뢰하지 않았지만, 결국 프로그램에 빠져들었고 애쉬의 목소리가 담긴 파일을 전송해 AI와 통화까지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마사는 “돈이 좀 들긴 하지만 애쉬를 직접 만나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급기야 인체 세트를 구입해 외모가 그대로 적용된 ‘실체’ 애쉬를 만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블랙미러 시즌 2가 공개된 이후, AI가 죽은 사람을 대신한다는 소재의 콘텐츠가 속속 등장했다. 먼저 2017년 발표된 마이클 알메레이다 감독의 영화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Marjorie Prime)’이다. 영화는 기억을 잃어가는 고령의 주인공이 먼저 세상을 떠난 배우자를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국내에서도 최근 비슷한 콘텐츠가 등장했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tvN 단막극 ‘드라마 스테이지 2019’다. ‘굿바이 내 인생 보험’이라는 제목의 단막극에서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AI로 만났던 주인공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공상 과학적인 이야기는 단순히 블랙미러의 극적 소재에 그치지 않았다. 미국인 마리우스 우르사체(Marius Ursache)는 지난 2014년 이터나임(Eternime)이라는 기업을 차렸다. 이 기업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것은 망자의 개인정보, SNS 등의 기록을 토대로 디지털 아바타를 만들어주는 콘텐츠다. 대화 패턴도 망자가 생전에 구사했던 것과 비슷하게 나타난다. 극중 마사가 친구의 권유로 접하게 된 채팅 시스템과 비슷한 서비스다.

“결국 우리는 모두 잊혀진다”고 이야기하는 기업 이터나임. (사진=이터나임 웹사이트 갈무리)

‘사실상 불멸이 되는 것’이라는 문구로 시작한 이터나임은 2019년 3월 현재 약 4만 3500명이 이용하고 있다. 마리우스는 지난해 11월 미국 매체 Business Insider와의 인터뷰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친구를 이야기하며 “내 인생에 죽은 그 친구가 있었고, 그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다는게 얼마나 행운이었는지 기억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터나임이 나와 같은 사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AI 스타트업 레플리카(Replika)의 대표 유지니아 카이다(Eugenia Kuyda)도 같은 경험을 했다. 지난 2015년 소중한 친구를 교통사고로 잃게 된 카이다는 친구가 썼던 글과 소셜 네트워크 메시지 등을 모아서 인공지능을 학습시켰다. 그 결과 망자와 실감 나게 대화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재탄생했다. 이 사연은 지난해 1월 영국의 일간지 The Guardian의 인터뷰 기사로 소개됐다. 카이다는 인터뷰에서 “애플리케이션과 생전에 하지 않던 이야기까지 나눌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온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에 슬퍼하고, 또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감정이다. 특히 죽은 사람을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시대에 상관 없이 죽음을 마주한 인간 옆에는 항상 환생과 불멸의 욕구가 있었다. 드라마 속 마사도 마찬가지였다. 역설적이지만 불멸이라는 개념 자체도 그야말로 ‘불멸’인 셈이다.

블랙미러는 우리 사회의 인간 군상을 여과 없이 표현하고, 동시에 미디어의 발전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모습을 그려냈다. 많은 연구와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미디어가 지배하는 물결’은 이미 흘러가고 있다. 점점 빨라지는 기술의 진보 속에서 우리는 블랙미러의 세상을 생각보다 일찍 마주할지도 모른다. 만약 그 세상이 닥치면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 전에 인간이 진짜 ‘인간’으로 생각되긴 할까. 매 에피소드마다 깊은 전율과 고민을 함께 안겨준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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