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침해소! 청춘뉘우스~

“승리·정준영과 친해?”…동일시 현상이 빚은 ‘도미노 탈덕’

버닝썬 사건 발생 뒤 팬클럽 탈덕 러시
연루연예인과 친분 있어도 탈덕 사유
대중문화소비 변화...인성·젠더감수성 함양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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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발품 팔며 열심히 사 모았는데…아깝지만 어쩔 수 없죠.” 대학원생 정희원(가명·26·여)씨는 가수 로이킴이 엠넷 ‘슈퍼스타K’ 오디션 지원자로 출연한 2012년부터 7년 간 그를 꾸준히 응원해 온 열성팬이다. 그런 그가 최근 자신이 모은 로이킴의 앨범과 싸인, 굿즈 등을 온라인 중고거래 장터에 내놨다. 로이킴이 승리·정준영·최종훈 등이 속한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 속한 인물 중 한 명으로 거론됐기 때문이다.

정씨는 “로이킴과 관련한 어떠한 의혹도 나온 게 없지만 나를 비롯한 팬들은 그가 논란이 된 단체채팅방 속 연예인들과 절친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도 논란이 된 해당 연예인들과 다를 바 없을 거라며 뒤늦게 그와 관련한 의혹이 터져 상처받을 바에 일찍 탈덕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가수 승리로 촉발된 ‘버닝썬 게이트’에 대중들의 사랑을 받던 아이돌 스타들이 대거 연루되면서 이들을 응원했던 팬덤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탈덕러시는 일명 ‘정준영 카카오톡 단체채팅방’ 멤버들에 그치지 않고 있다. 직접적인 의혹이 제기되지는 않았지만 승리나 정준영과 동일시 보는 현상이 확산되면서 이들과 친분을 지닌 다른 연예인까지 번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맹목적 헌신에 가까웠던 스타와 팬 사이의 전통적인 관계가 ‘합리적 소비’의 형태로 변화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팬덤 시장을 움직이는 소비자 대부분이 여성인데다 공인들의 성차별적 가치관과 발언에 문제를 삼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화하고 있는 만큼 아이돌 스타들의 성인지 감수성 함양이 점점 더 중요한 덕목이 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왼쪽부터)평소 가수 정준영 등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가수 로이킴이 버닝썬 게이트가 불거지자 팬덤들 사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탈덕’을 고민하는 게시글들이나 그와 관련한 팬 굿즈를 중고거래 커뮤니티에 판매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었다. (사진=디시인사이드,중고나라 캡쳐)

친구따라 강남 갈 것 같으니 탈덕…다른 연예인도 불똥

‘탈덕’은 좋아하는 연예인의 팬을 그만두는 것을 일컫는 신조어다. 버닝썬 폭행 사건이 승리와 정준영이 속한 단체채팅방 대화 내용 공개와 함께 성관계 영상 몰카 공유, 여성 비하 발언, 경찰 유착 논란으로까지 번지자 해당 연예인들을 응원했던 팬들은 충격을 금치 못하는 분위기다.

승리, 정준영 등과 성관계 몰카를 주고 받았거나 이들이 있는 단체채팅방에 포함된 것으로 지목된 연예인들의 팬카페는 비공개로 전환돼 폐쇄됐다.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들과 이들이 속한 그룹의 앨범과 굿즈(상품) 등을 1만원 이하 헐값에 내놓겠다는 게시글들이 수백개가 넘는다.

이번 사건이 불거진 뒤 현재 인스티즈나 디시인사이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좋아하는 연예인이 정준영과 절친인데 상처받기 전에 팬질 그만둬야 하나’, ‘유유상종이라는데 이들도 뭐 터지는 것 아니냐’ 등 내용의 게시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대학생 김지은(가명·25·여)씨도 이 때문에 최근 좋아하는 가수의 팬카페를 탈퇴했다. 김씨는 “가수 용준형과 씨엔블루의 이종현도 처음에 친분만 있고 정준영 성관계 영상 공유과 관계 없다고 의혹을 부인하다가 뒤늦게 인정하지 않았나”며 “내가 좋아하던 가수가 정준영과 절친으로 유명해 자신의 친구가 저런 행동을 하고 다닌다는 걸 몰랐을 리 없다. 친구가 저런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는데 방관하는 것도 똑같은 수준의 행동”이라고 말했다.

고등학생 양정현(18·여) 양은 “지금 각종 팬카페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빅뱅, 정준영, 하이라이트 팬덤처럼 좋아하는 가수에게 뒤통수 맞지 않으려면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어떤 사람들과 어울려 다니는지를 유심히 보고 사전에 손절해야 한다는 반응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정준영, 승리와 친분이 두텁다는 이유만으로 탈덕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그가 속한 직업이나 집단의 특성만 보고 개인을 판단하거나 특정 집단에 속해 있단 이유로 개인의 특성을 단정 지어 해석하는 ‘동일시’가 기저에 깔린 것”이라며 “이번 사건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들과 친구니까 그 사람도 똑같은 사람이라고 여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디시인사이드 씨엔블루 갤러리)

“소속사 다른 아티스트에 피해”…퇴출 요구 단체행동까지 

분노한 팬덤의 행보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특정 멤버의 행동이 소속사 내 다른 아티스트, 같은 그룹의 멤버에게 피해를 줄 것을 우려해 소속사가 직접 그를 퇴출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지난 15일 씨엔블루의 팬들은 디시인사이드 씨엔블루 갤러리에 멤버 이종현을 퇴출할 것을 요구하는 공개 성명을 게재했다. 이들은 “가수이자 공인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팀과 소속사의 브랜드 가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며 “수많은 의혹에도 이종현은 어떠한 말도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가수 승리 역시 논란이 불거진 뒤 빅뱅 팬덤이 YG 측에 탈퇴 및 소속사 퇴출을 공개적으로 요구하자 지난 12일 계약 종료된 바 있다.

사건의 무게와 국민적 공분을 의식해 이번 사건에 연루된 연예인과 SNS 친구 관계를 끊는 연예인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소녀시대 써니를 비롯해 Exid의 하니, 축구선수 손흥민, 가수 에디킴, 선미 등 평소 정준영과 SNS상에서 소통한 연예인들은 그가 성관계 동영상 불법촬영 및 유포 혐의를 받게된 후 그의 팔로우를 취소하거나 함께 찍은 사진, 댓글 등을 전부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 문채원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정준영의 SNS 게시물에 다수의 ‘좋아요’를 누른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되자 곧바로 계정 해킹이 감지됐다며 입장문을 내고 관련 악성 루머에 강경 대응할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문채원 역시 현재 정준영과 팔로우를 끊은 상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에는 스타와 팬 사이의 관계가 팬 측의 맹목적 헌신 및 비호로 이루어졌다면 지금은 대중문화의 소비 방식이 수많은 재화를 소비자가 욕구에 맞게 취사선택해 구매하는 방식으로 변화하면서 스타와 팬의 관계도 ‘합리적 소비’ 형태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또 “소통 창구들이 발달하면서 팬덤의 응집력과 위상도 올라가 자신이 돈과 시간을 투자하며 믿고 응원한 아티스트가 믿음을 저버리거나 그럴 기미를 보이면 바로 논의를 통해 단체가 등을 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팬덤 시장은 여성 소비자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아이돌의 비위 중에서도 성범죄나 성차별적 발언, 행위는 믿음을 회복하기 힘들다”며 “앞으로 아이돌의 인성, 성인지 감수성 함양도 중요히 다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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