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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어요”

[인터뷰] 김겨울 트랜스해방전선 대표
매년 3월 31일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
트랜스젠더 인권 단체 트랜스해방전선, 다양한 활동 이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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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트랜스해방전선 제공) 트랜스해방전선 깃발

“주위에 트랜스젠더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 기본인 사회이기 때문에 혐오 표현을 너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바로 내 옆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 동료 중에 트랜스젠더가 있다는 걸 안다면 함부로 혐오 표현을 하진 못하겠죠. 트랜스젠더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어디에나 있어요. 하지만, 차별과 배제 때문에 대부분 어디에도 없는 것처럼 숨기며 살아가고 있죠”

지난 28일 만난 김겨울 트랜스해방전선 대표는 성소수자에게 가시화란 생존과 뗄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제 창립한지 일 년이 조금 넘은 단체이지만 지난해 열린 다양한 집회에 참여하며 단체의 역량을 다졌고, 지난해 11월 이태원에서 열린 제1회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집회를 주최했다고 말했다.

매년 3월 31일은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이다.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맞아 스냅타임이 여러 소수자 인권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트랜스젠더 가시화에 앞장서고 있는 트랜스젠더 인권 단체인 트랜스해방전선의 김겨울 대표를 만나 트랜스젠더와 소수자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트랜스해방전선 제공) 제1회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집회 날 이태원에 걸린 현수막

다른 방향으로 본인의 성별 정체성을 바라보는 사람들

김겨울 대표는 본인이 트랜스젠더 인권 단체 대표이지만 본인도 트랜스젠더는 이것이라고 한마디로 정의하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트랜스젠더라는 것은 시스젠더, 즉 사회적으로 정해준 성별 정체성대로 살아가는 사람들과 대비되어 다른 방향으로 자신의 성별 정체성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을 통칭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트랜스젠더라는 말 자체에도 사회에서 정해준 이분법적인 성별 구분에 저항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김 대표는 이러한 트랜스젠더들에 대한 혐오가 만연해 이러한 혐오문화를 바꾸기 위해 단체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사실 트랜스해방전선의 처음 시작은 트랜스젠더 지인끼리 모여 작은 계처럼 만든 모임이었다”며 “진행하다 보니 우리끼리 노는 모임도 좋지만,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인권 운동적인 모임을 해보자고 결심을 해서 만들게 됐다”라고 말했다.

트랜스해방전선은 지난해 소수자 인권과 관련된 20여 편의 논평을 발표했으며, 다양한 집회에 참여했다. 전국 퀴어문화축제에서 부스 활동을 했고, 차별금지법제정을 위한 평등행진, 한국여성대회 등 다양한 집회에 참석하여 연대하였으며, 지난해 11월 17일 이태원광장에서 제1회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집회 및 행진을 주최했다.

김 대표는 사실 이렇게 큰 행사를 진행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혐오 범죄에 의해 희생되신 분들을 추모하며 우리가 여기에 살아가고 있다고 소리치고 이런 혐오가 넘치는 사회를 바꾸고 싶다고 외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더 이상 주위 사람들이 혐오 범죄로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런 의미에서 종종 우리는 주위 사람들에게 제발 자연사하자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인사를 하기도 한다”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지난해 열린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집회 구호는 ‘그만 죽여라, 우리도 살고 싶다’였다. 트랜스해방전선에서는 100여 명이 참석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셔서 연인원 700여 명 정도가 참가했다고 밝혔다. “당일 이태원 거리 행진을 하는데 행렬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며 “정말 가슴이 벅찼다”고 말했다.

(사진=트랜스해방전선 제공) 성별 정정 법률 제정을 위한 거리 서명전

성별 정정에 관한 법률이 존재조차 하지 않아

김 대표는 트랜스젠더가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 보다는 아주 특별한 사람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저는 그냥 남들과 다르지 않은 일상을 살고 있다”며 “취직을 준비하면서 관심 있는 공연이나 영화도 보러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고 다니는 그런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표이다 보니 조금 바쁜 삶을 살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남들과 다를 바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그 이유만으로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외모만 보고 은행이나 관공서에서 주민등록번호를 보고 이상하게 쳐다볼 때도 있다”라고 소개하며 공항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심지어 심각하게는 대놓고 차별적 발언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트랜스여성 중에는 남자친구가 트랜스젠더인 것을 알고 살해한 경우도 적지 않게 있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성별정정 과정에서도 많은 피해가 있다고 말했다. “법적 성별 정정 법률이 아예 없기 때문에 절차가 복잡하고 판사 재량에 의해 많이 결정되는 부분이 있다”며 “진단서 2장, 불임수술 진행, 부모동의와 인우보증, 혹은 형제, 자식의 동의 등 수많은 문서가 필요하고 범죄 경력이나 빚도 있으면 성별 정정이 불가하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판사가 사람은 태어난 대로 살아야 한다는 식의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아무리 서류를 철저히 준비해도 통과가 안 될 때도 있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사무관에게 성기를 검사하고 오라는 판사도 있었다고 사례를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 모든 게 법률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를 위해 가시화의 날을 맞아 법적 성별 정정 법률 제정을 위한 거리 서명전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트랜스해방전선 제공) 제주퀴어문화축제에 부스로 참여한 트랜스해방전선

다양한 소수자 인권에 연대하는 것이 결국 내 인권을 지키는 일

김 대표는 다양한 소수자 인권에 목소리를 내는 이유에 대해 “결국 사람을 이루는 구성 요소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트랜스젠더이면서 여성일 수도 있고, 청년일 수도 있고 질환 보유자, 학생, 노동자, 장애인, 이주민일 수도 있다”며 “이처럼 다양한 소수자 인권에 연대하면서 단체 활동의 외연을 확장하는 것 자체가 우리의 인권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 김 대표는 “인권이라는 것이 제한이 되고 총량제가 아니기 때문에 소수자들과 연대하는 것은 더욱 나은 세상을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대표는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는데 28일 그 진정이 받아들여졌다고 소개했다. 남, 여, 남(트랜스젠더), 여(트랜스젠더)로 성별이분법적으로 적혀있던 인권위 진정서 양식을 남성과 여성 외에 ‘지정되지 않은 성별’을 직접 입력할 수 있도록 바꾸기로 한 것이다. 김 대표는 “이러한 표기 방법으로 바뀌면 성별이분법으로 표기하기 힘든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 젠더퀴어 등도 배제되지 않고 성별 표기를 할 수 있게 된다”라고 말했다. 국가기관에서 남성, 여성 이외의 성을 인정한 최초 사례였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올해도 전국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고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역시 준비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바빠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의 목표가 있다면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모든 소수자가 해방되어 혐오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는 것”이라며 그래서 단체이름도 트랜스해방전선이지 않느냐고 말하며 말을 마쳤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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