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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원 고시뷔페, 반찬이 9가지 "마음껏 즐겨요"(영상)



치솟는 식자재비와 인건비, 임대료에 외식물가 상승 압박이 커지고 있다. 수험생을 타깃으로 저렴한 물가를 자랑하던 노량진 식당가도 예외는 아니다. 10여년 넘게 인심으로 고시촌 거리를 버텼지만 울며 겨자먹기로 음식 가격을 올리거나 문을 닫는 곳들이 부지기수다.
이런 때 고기와 야채가 고루 어우러진 5가지 반찬에 종류별로 골라 즐겨먹는 즉석 라면, 국, 과일, 베이커리까지. 한 끼 5000원에 당일 입고·소진되는 신선한 식재료로 만든 9가지 음식을 아침, 점심, 저녁 매 끼니 다르게 제공하는 한식뷔페가 고시촌에 자리를 잡았다.
식자재 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워 첫 몇 달은 적자를 봐야 했지만 조금씩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지금은 수많은 먹방(먹는 방송) 유튜버들이 문을 두드리고 하루 수백~수천명 수험생의 한 끼를 책임지는 맛집으로 거듭났다.
노량진에서 수험생활을 보낸 경찰 공무원이 고시 뷔페를 경영하기까지. 스냅타임이 유지훈 골든볼9 한식뷔페 공동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유지훈(33) 골든볼9 고시뷔페 대표. (사진=스냅타임)


◇"수험생 현실 공감"...공직 포기하고 고시뷔페 개업

지난해 3월 첫 개업한 골든볼9은 '특별하고 귀중한 그릇에 담은 9가지 섹션별 음식'이라는 의미를 따 지어졌다. 유지훈(33) 대표는 "시간과 돈을 아껴야 해 대충 끼니를 때우며 공부하는 수험생들의 처지가 안타까웠다"며 "저렴한 가격에 맛있고 영양가 있는 식단으로 이들의 건강을 책임지면서 먹는 즐거움도 선사할 수 있는 음식점을 운영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골든볼9은 한 끼 5000원, 월식(30일치), 쿠폰(10일치)을 구입할 시 매끼 3000~4000원 가격에 모든 음식을 시간 제한 없이 무한 제공하고 있다.
이는 유 대표 본인이 수 년 간 노량진 수험생활을 보낸 경험이 바탕이 됐다. 유 대표는 "4년 간 경찰공무원으로 공직에 몸을 담았다"며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도 노량진에서 3년 간 간부 시험 준비를 병행했다. 이 때문에 없는 시간과 돈에 어떤 음식으로 끼니를 때워야 할지 고민하는 것조차 스트레스 받는 수험생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찰 공무원의 삶이 충분히 만족스러웠지만 수험생들을 위한 가게를 차려 운영하는 것이 경찰의 길을 포기할 만큼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결정을 내렸다"며 "확고한 뜻이 있었기에 가족과 지인, 친구 등 주변 사람들도 자신의 선택을 믿고 존중해주었다"고 덧붙였다.
아침, 점심, 저녁 매 끼 다른 음식들을 제공하고 있다. 모든 식재료는 당일 입고, 당일 소진이 원칙이다.
유 대표는 "식자재의 신선도와 질에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편이라 그 비용을 감당해내는게 쉽지 않다"고 했다. 실제로 가게를 개업한 뒤 수 개월은 적자를 봤다. 그는 "몇 달이 지나니 서서히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지금은 그만큼 많은 손님들이 가게를 찾아주셔서 높은 식재료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며 "덕분에 지난해 12월 인근에 2호점을 개업해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영이 어느 정도 안정화된 지금도 특식이 나갈 때면 식자재 비용이 높아 적자가 날 때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먹방(먹는방송) 유투버 엠브로와 권회훈씨가 지난 1월 14일 업로드한 골든볼9 먹방 리뷰 영상. (사진=엠브로 유투브 채널 화면 캡쳐)


◇"수험생에게 건강과 먹는 즐거움 동시에 주고파"

1·2호점의 매 끼니 메뉴는 수시로 이루어지는 피드백, 고객 반응을 종합해 매일 직원 회의를 거쳐 선정한다. 유 대표는 "수험생이 선호하는 고기 등 인기 메뉴를 반영하려 하고 있고 칼로리 등 영양 균형을 함께 고려해 메뉴를 구성한다"며 "가게를 이용하는 수험생들이 1,2호점이 각각 제공하는 식사 메뉴를 파악해 먹고 싶은 음식을 선택할 수 있게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일 식사 메뉴판을 올려 확인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한정된 인력에 1,2호점을 총괄 운영하는 게 힘이 부칠 때가 많지만 식사를 마친 뒤 만족스레 가게 밖을 나서는 손님들의 미소를 보면 피로가 풀린다고 했다. 유 대표는 "고된 수험생활에 힘 없이 밥을 먹으러 왔다가 잘 먹었다며 기분 좋게 웃음지으며 나가시는 손님들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울러 "높은 식자재 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이를 아끼는 순간 맛과 영양에서 바로 차이가 나버리고 그 차이가 손님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힘들겠지만 앞으로도 맛있고 영양가 있는 식단으로 수험생들에게 건강과 먹는 즐거움을 동시에 주고 싶습니다. 저도 수년 간 수험생활을 견뎌본 사람이라 남 일 같지 않았거든요. 자존감을 잃지 않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라고 수험생분들께 전하고 싶어요. 지금 힘든 만큼 합격 후 돌아오는 보상도 값질 것이니까요."/스냅타임

[취재 : 김보영 기자·공태영 인턴기자·영상 : 공지유 인턴기자]

(사진=골든볼9 2호점 인스타그램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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