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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흡연 돋보기]“담배 광고에 여성 금지?”..담배사업법 성차별 논란

담배사업법상 광고에 여성 묘사 금지
여성 대상 출판물에 광고 금지, 여성 대상 행사에 후원도 금지
여성 흡연에 대한 부정적 시선 여전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조선 시대도 아니고 왜 여성이 담배 광고에 나오면 안되는거죠?”

대학생 공영희(가명·25·여) 씨는 담배 광고에 여성을 등장할 수 없게 한 법안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건강상의 이유라면 남성도 출연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며 “담배는 기호품임에도 여성들을 무언가로부터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제도가 아직도 버젓이 법안에 표기되어 있다는 자체가 매우 불쾌하다”라고 말했다.

담배사업법 시행령 제9조(담배에 관한 광고) 3항에는 담배를 광고하는 데 있어서 여성 또는 청소년의 인물을 묘사하여서는 안 된다는 문구가 있다. 여성 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출판물에 담배 광고를 게재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물론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에 담배를 후원할 수도 없다. 이와 같은 내용의 법안이 시대착오적이며 성차별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스냅타임이 여성 흡연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여성 흡연자들, 여성 흡연에 대한 부정적 반응 자주 겪어

대학 때부터 흡연을 해왔다는 장소영(가명·27·여) 씨는 이러한 법안에 대해 “이러한 법안의 존재 이유가 출산과 관련된 것 같다”면서 “여성은 애 낳는 기계가 아닌데 같은 시민으로서 기호품을 소비할 자유도 없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장 씨는 “이제는 금녀의 공간, 금남의 공간 등의 고정된 성역할을 없앨 때가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황혜연(가명·32·여) 씨는 “이런 담배 광고에 대한 차별적 법안은 평소 여성이 흡연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이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황 씨는 평소 흡연을 할 때 종종 나이 많은 아저씨들이 흡연하러 흡연 구역에 오셔서 시비를 걸 때가 있다”며 “개인의 자유이고 본인들도 담배 피우러 왔으면서 왜 자꾸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불량하다고 지적하고 시비 거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종종 이러한 간섭이 실제로 위협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실제로 여성의 흡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폭행으로까지 이어진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2017년 8월 충북 청주에서 여성 3명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기 싫다는 이유로 이들을 폭행한 29세 남성이 경찰에 붙잡힌 사건이 있었고, 2016년 7월에도 대전에서 25세 남성이 여성이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보고 머리를 잡고 수차례 흔드는 등 전치 2주의 폭행을 저지른 사건이 발생했다.

이같은 인식 탓에 여성의 흡연율은 남성 흡연율의 6분의 1도 채 미치지 못한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7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남성 흡연율이 하락세를 그리고 있음에도 38.1%로 나타났지만, 여성 흡연율은 단 6.0%로 나타났다. 김경아(가명·25·여) 씨는 이에 대해 “여성 흡연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때문에 흡연 사실을 숨기는 여성들이 많고 이같은 경향이 통계에도 영향을 미친 것일 것”이라며 “실제 흡연하는 여성들의 비율은 통계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주무 부서 “개정 계획 현재는 없어”, 전문가 “분명한 성차별”

담배사업법의 주무 부서인 기획재정부 출자관리과 측은 “법안이 만들어진 지 워낙 오래 돼서 무슨 취지로 이러한 조항이 들어갔는지는 추측만 할 뿐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담당자가 여러 차례 바뀌었기 때문에 정확한 답변을 드리기엔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금 당장은 개정 계획이 있다고 말씀드릴 수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문제 제기가 들어온다면 필요에 따라 조문을 다시 검토해야 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변혜정 여성학자는 “여전히 이런 조문이 있다는 것이 놀랍다”며 “청소년의 경우에는 담배를 피워서는 안된다는 법이 있지만, 성인 여성이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는 법은 존재하지도 않는데 이런 식으로 광고에 여성이 들어가면 안 된다는 법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성차별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사실임에도 남성이 흡연한다고 폭행을 당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며 여성이 같은 이유로 폭행을 당하는 사례가 자주 있다는 것은 굉장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사회가 여성에 대한 성역할 고정관념으로 바른 여성의 외모, 행동, 품위 등을 정해두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아울러 그는 “이러한 성차별적 법안이나 성차별적 인식이 여전히 존재함을 많이 알려야 한다”며 “여성이든 남성이든 상관없이 흡연이 건강에 해로운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특정 성이 흡연하는 것을 묘사하는 것만 금한다는 것은 여전히 성차별적인 법안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별영향분석평가법’을 소개하며 “이런 평가 제도를 통해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방안을 제시했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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