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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광고회사에 야근·경쟁 PT가 없다고?

직원과 함께 웃는 박현우 이노레드 대표 인터뷰
"광고 기업에서 늘 하는 '경쟁 PT'는 하지 않는다"
업계 관행을 성공적으로 타파한 광고 기업 '이노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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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중심의 기업 문화를 가진 광고 기업, 이노레드. (사진=스냅타임)

지난 2017년 발표된 한국고용정보원의 자료에서 만족도가 가장 높은 직업은 판사였다. 판사는 지속 가능성, 근무 조건, 발전 가능성, 급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다른 직업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평판 분야에서도 판사 직업을 권유하겠다는 응답이 93.5%에 달했다.

하지만 주목받는 판사와 달리 야근을 밥 먹듯 하면서도 중·하위권에 오른 직종이 있다. 이미 우리 일상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고’ 업계다. 고용정보원 자료에서는 5개의 광고 관련 직종이 순위에 올랐다. 그중 기획 및 광고 관리자는 전체 595개 직업 중 209위를 차지했다. 광고 및 홍보 전문가는 하위권 수준인 499위였다. 직업의 근무 조건을 따져본 통계에서는 순위가 더 낮았다. 광고 및 홍보 전문가는 근무 조건 분야에서 거의 끝자락인 548위에 있었다.

이처럼 처절한 근무 조건과 함께 “광고 회사는 야근으로 시작해 야근으로 끝난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생겼다. 하지만 광고 업계에 만연한 야근 구조를 부숴버린 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다름아닌 사업 초창기부터 ‘야근 없는 회사’를 시도하는 과감함도 보였다. 바로 2007년부터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이노레드’다. 한국은 물론 해외까지 세계적으로 초과 근무가 만연한 광고 업계. 이노레드는 어떻게 이 구조를 타파했을까? 스냅타임이 박현우 이노레드 대표를 만나 그 동안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항상 ‘직원의 고충’에서 문제 해결을 시작한다는 박현우 이노레드 대표. (사진=스냅타임)

‘직원 입장’에서 고민하는 태도…지금의 이노레드로

취업 준비생들이 많이 찾는 기업 리뷰 사이트 잡플래닛의 사내 문화 평가에서 이노레드는 높은 점수로 5위를 차지했다. 광고 업계에서는 이노레드가 유일한 순위권 기업이다. 또한 재직자, 퇴사자들이 기업 평가를 적나라하게 하는 사이트 특성을 감안 하더라도 이노레드는 대부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이 ‘평가 좋은 그룹’ 이노레드를 만들었을까.

박 대표는 “문화가 없는 조직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운을 뗐다. 이어 본인이 집중하고 있는 사내 문화의 방점은 이노레드 구성원들이라고 덧붙였다. 단숨에 인기를 얻으려면 흔히 말하는 ‘보여주기식’ 복지 제도를 만들 수도 있지만, 박 대표는 그런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광고처럼 ‘크리에이티브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했다. 직원의 입장에서 고민해보고, 직원들과 생각을 공유하다 보니 지금의 이노레드 문화가 만들어졌다. 박 대표는 “그런 고민을 하는 자체가 이노레드의 문화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창조적인 일을 하는 직원들의 고충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가야 할 것인지 고민하는게 일상이 됐다.

박 대표의 생일날 이노레드 직원들이 붙여준 메시지. 이처럼 ‘대표를 놀릴 수 있는’ 기업 문화가 이노레드의 가장 큰 보물이다. (사진=이노레드)

흔히 ‘기업 문화’라고 부르는 개념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박 대표는 “단지 회사에서 제공하는 복지 제도가 문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그걸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이는게 또 하나의 문화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노레드에서는 누구나 쉽게 상사에게 질문하고, 도전할 수 있으며 때로는 직원들이 자신을 놀리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아무리 수평적인 구조를 표방하더라도 기업 대표를 놀리는 일은 다른 곳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박 대표는 “모두 받아주고 같이 웃는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수평적인 문화와 직원을 고민하던 박 대표의 태도가 지금의 ‘사내 문화 5위 기업’을 만들었다.

과감한 도전 ‘경쟁 PT 타파’…’득‘이 훨씬 많아

이노레드의 공식 업무 시간은 8시 10분부터 17시까지다. 출근 시간 10분은 혹시 모를 지각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해가 뜰 때 회사에 들어와서, 여전히 떠 있는 해를 보며 집으로 돌아간다. 지난해 이노레드의 평균 퇴근 초과 시간은 17시 50분이었다. 정식 퇴근 시간인 17시에 비해 약 1시간가량 늦었다. 그러나 많은 광고 기업에서 대중교통이 종료될 즈음 퇴근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노레드의 평균 퇴근 시간은 빠른 편에 속한다.

이노레드는 업계 관행과 같은 ‘경쟁 PT’를 과감히 타파했다. (그림=이미지투데이)

박 대표는 광고 업계가 야근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경쟁 프레젠테이션(경쟁 PT)에서 찾았다. 광고를 수주하기 위해 여러 광고 기업이 광고주를 상대로 벌이는 발표 경연대회 같은 개념이다. 이노레드는 많게는 회사의 40~50%를 차지하는 경쟁 PT를 과감히 없애면서, 야근 없는 광고 기업을 추구할 수 있게 됐다. 박 대표는 “경쟁 PT로 ‘이기기 위한 제안’을 하다 보니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을 고민하지 못하게 됐다”며 “우리는 이런 소모적인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쟁 PT를 없애고 보니 기존 고객들에게 더 집중하고, 직원들의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박 대표는 “경쟁 PT가 없는 대신 실력을 많이 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쟁보다 실력으로 확실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겠다는 얘기다.

광고를 의뢰한 고객들과의 관계도 좋았다. 당장 오늘 맡기고 내일 결과물이 나오길 바라는 광고주도 거의 없었다. 박 대표는 “이노레드의 생각에 동의 해주시는 좋은 고객들이 많았고, 어떻게 보면 운이 정말 좋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노레드의 가치와 고객의 뜻이 맞아떨어진 탓에, 광고사 직원들을 쥐어 짜내며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없었다. 이 흐름에 따라 직원들도 업무 시간에 치열하게 일하고, 마감 시간 전에 고객이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경쟁 PT 타파’에서 ‘야근 없는 회사’로 이어진 풍조는, ‘개인의 삶’을 보장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림=이미지투데이)

물론 경쟁 PT를 타파할 당시 모든 일이 순조롭게 흘러갔던 것은 아니다. 다른 광고 기업에서는 백이면 백 진행하고 있는 제도를 갑자기 없애니, 이노레드로 들어오는 광고가 대부분 끊겨버렸다. 함께 일하던 직원들도 박 대표가 추구하는 가치를 믿지 않았다. 직원들은 “이 작은 회사에서 어떻게 고객을 바꿀 수 있겠냐”고 물었다. 그럴때마다 박 대표는 “You will see the miracle(넌 기적을 보게 될거야)”이라고 답했다. 언젠가 이노레드의 방식이 좋은 결과로 실현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스스로에게도 긍정적인 생각과 이미지를 계속 각인시켰다. 그 결과 업무 시간이 점점 줄어들더니, 결국 박 대표가 말했던 ‘기적’이 일어났다.

박 대표는 “당장은 힘들지만 경쟁 PT를 없애는 일은 모든 광고 기업이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체력적,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구성원들을 챙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어 “육체와 감정 노동이 함께 있는 광고 업계에서는 경쟁 PT를 없애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직원 중심 문화…12년간 팀장급 19명 ‘모두’ 남아

박 대표는 며칠 전 소름 끼치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노레드의 팀장급 직원 19명이 12년간 이직하지도, 퇴사하지도 않고 같은 회사에서 쭉 근무했다. 이직이 잦은 광고 업계에서는 아주 드문 일이다. 이 기록을 세운 배경에는 ‘직원들이 웃을 수 있는 기업’을 추구하는 회사 방침이 큰 역할을 했다.

이노레드의 기업 분위기를 잘 드러내주는 표어들. (사진=스냅타임)

이노레드에서는 전 직원이 영어 이름을 사용한다. 자신이 원하는 이름을 짓고 한글 이름 대신 사용하는 제도다. 박 대표의 영어 이름은 ‘애런(Aaron)’이었다. 직원들이 상사를 부르기 어려워하는 모습에서 착안해 만들어졌고, 사내 관계를 더 유연하게 만들었다. 물론 초반에는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한글 직급과 함께 사용하다 보니 ‘애런 대표님’처럼 애매한 호칭도 튀어나왔다. 지금은 모든 호칭을 영어 이름으로 끝내고 있다. 이제 신입 사원도 박 대표에게 서스럼 없이 ‘애런’이라고 부른다.

영어 이름 제도는 직원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시행 2년 만에 전 직원의 90%가 긍정적이라고 투표하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박 대표는 “고객에게 직원을 소개할 때 가끔 한글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당황하는 경우가 있다”며 웃지 못할 사건도 언급했다.

타 기업에서 영어 이름을 사용해본 뒤 “별로였다”고 평가하는 점에 대해서도 의견을 더했다. 박 대표는 “다른 기업들은 영어 이름을 비교적 짧은 기간만 시행했기 때문”이라며 “이노레드는 영어 이름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한 사례”라고 말했다.

이노레드에서는 자유로운 분위기 아래 ‘북클럽’ 활동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사진=스냅타임)

사내 동아리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그 중에는 ‘일회용 카메라 모임’같은 독특한 동아리도 있다. 동아리 중 ‘지각하기 좋은 날’이라는 이름의 사내 밴드는 정식 음반을 2개나 냈다. 다양한 동아리가 있지만 박 대표는 “절대 강요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노레드는 몇몇 기업처럼 억지로 동아리 문화를 도입해 직원들에게 ‘동아리를 만들어보라’, ‘여기에 가입하라’는 강압적인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도 자유와 개인의 삶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노레드의 직원 수는 ‘80명’으로 고정된 상태다. 박 대표는 “직원들을 한 명씩 이해하고, 지원할 수 있는 적당한 인원이 80명 정도”라면서 “연봉 협상도 한 사람씩 직접 진행한다”고 밝혔다. 사실 이노레드의 성장 속도를 고려하면 현재 인원의 두 배로 확장해도 무리는 없다. 그러나 박 대표는 한 사람마다 생각을 이해하고 발걸음을 맞춰 나가기 위해 인원 제한을 결정했다. 최근에는 80명 직원을 이해하는 일이 익숙해져, “90명까지는 너무 오버한 것 같고. ’89명’까지 조금 더 채용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노레드는 매일 아침마다 이 장소에서 전 직원들과 함께 단체 사진 ‘G모닝로그’를 찍는다. (사진=스냅타임)

이처럼 직원 중심의 기업 문화가 대부분이다 보니, 이노레드의 이직률은 5~10% 수준이다. 광고 업계가 평균적으로 30~40% 정도 이직한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아주 적은 수치다. 지난 9개월 동안 이노레드에서 이직 및 퇴사한 사람은 1명뿐이었다. 앞서 언급했던 ‘12년간 팀장급 19명이 퇴사하지 않았다’는 독특한 사실 또한 이노레드의 기업 문화에서 나왔다.

물론 이노레드가 아예 놀자판인 것은 아니다. 상황에 필요한 엄격함도 철저하게 지킨다. 이노레드가 특히 강조하고 있는 것은 ‘시간’이다. 아침에 지각하는 사람들을 메신저 단체 채팅방에 공개하기도 하고, 점심시간을 잘 지키라는 메시지도 자주 전송한다. 박 대표는 “시간을 잘 지키는 일은 동료들과의 약속”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대부분 팀으로 함께 일하는 직업인데, 시간을 지키지 않는다면 동료의 시간을 뺏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사무실 게시판에 마련된 고백 쪽지. 직원들이 서로 칭찬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사진=스냅타임)

스냅타임이 박 대표의 2019년 첫 인터뷰를 함께 진행하며 한 해의 목표를 묻자 특이하게도 “올 해의 목표는 따로 없다”고 답했다. 대신 박 대표는 “직원들이 더 행복하고,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비단 2019년 뿐만 아니라 앞으로 평생 가지고 갈 목표라고 했다. 매출을 더 많이 달성 하겠다, 돈을 많이 벌겠다는 틀에 박힌 목표는 없었다. 박 대표는 앞으로도 “어떻게 하면 직원들을 더 웃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직원이 수혜받는 회사’ 이노레드를 이끌어 나갈 생각이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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