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침해소! 청춘뉘우스~

“현지 요리연구가와 떠나는 음식 여행…편견 맞서 희망 요리해요”

우희현 다누리맘 대표 인터뷰
다문화 여성, 현지 요리연구가로 양성
"한국생활 애환 요리로 풀어...상호 교류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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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전 한국에 처음 온 뒤 이렇다 할 직업 없이 아이들만 키우며 살았어요. 주부로만 생활하는데다 한국어가 서툴고 한국 음식 요리하는 것도 익숙지 않다보니 ‘난 요리도 못하고 한국말도 못해’란 열등감 속에 세월을 보냈죠. 재작년 12월 다누리맘 요리연구가가 된 뒤로 제 삶은 달라졌어요. 잃어버린 자신감을 되찾은 계기가 돼 지금 너무 행복해요.”

지난달 27일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가 운영하는 송파구 가락몰 쿠킹스튜디오에서 열린 ‘다누리맘 원데이푸드트립 쿠킹클래스’에서 만난 일본인 요리연구가 고야 데루미씨는 “이주 여성으로 한국에서 살며 겪은 소외감과 열등감을 극복하고 당당한 사람이 돼 아이들의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며 “다누리맘과의 만남을 통해 그 꿈을 이루고 그리운 고향의 추억도 사람들과 나눌 수 있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 결혼이주여성 수가 13만명을 돌파했다. 데루미씨가 처음 한국에 발을 디딘 23년 전과 달리 지금 우리는 다문화 가족을 우리의 이웃, 친구, 동료로 일상 곳곳에서 마주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다문화 여성들이 자신의 가족 외에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꿈을 펼치며 살 기회가 적은 현실이다. 다누리맘은 ‘음식’을 매개로 다문화 여성들에게 꿈과 경제적 자립의 기회를 선사해주고 우리가 이들과 편견없이 소통하고 공존할 만남의 장을 제공해준다. 우희현 다누리맘 대표는 데루미씨의 사례처럼 좀 더 많은 다문화 여성들이 자신감을 되찾아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어주는 것이 이 기업의 존재 이유이자 목표라고 했다. 스냅타임이 그를 만나 다문화 여성의 꿈과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희현(왼쪽) 다누리맘 대표가 지난달 27일 서울 송파구 가락몰 도서관에서 열린 원데이푸드트립 일본 가정식 쿠킹클래스에서 수업이 시작하기에 앞서 수강생들에게 주의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스냅타임)

일본·베트남 국적 다양…훈련 거쳐 요리연구가로 

“오야코동(닭다리살을 얹은 일본식 덮밥)은 일본 대부분의 가정이 즐겨 먹는 전통 음식이에요. ‘동’은 덮밥을 의미하고 ‘오야코’는 부모와 자식을 뜻하죠. 닭과 닭이 낳는 달걀이 함께 밥 위에 올라가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답니다.”

27일 오전 가락몰 쿠킹스튜디오를 방문해 찾아간 ‘원데이 푸드트립 일본 가정식 쿠킹클래스’에서는 20여명의 수강생들이 일본인 요리연구가가 직접 오야코동을 시연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메모를 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수업은 1명의 요리 연구가가 직접 시연을 하며 그날의 요리를 가르치고 같은 국가에서 온 다른 요리연구가 2명이 보조강사로 수강생들의 실습 과정을 돕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우희현 다누리맘 대표는 모든 수업에 참석해 요리연구가들의 강의 과정을 지켜보며 원활한 강의 진행 및 질서 유지를 위한 식재료 세팅, 진행 총괄 등 업무를 맡고 있다.

다누리맘은 지난 2013년 창업한 뒤 꾸준히 다문화 여성의 사회적 지위 및 인권 향상을 위한 사회공헌사업에 힘을 써 왔다. 지금은 일본, 베트남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다문화 여성들을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거쳐 현지 식문화에 능통한 요리연구가로 양성하는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또 요리 교실을 열고 이들을 강사로 내세워 한국인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세계 요리를 가르치고 있다.

우희현 대표는 “대학생 동아리에서 다문화 여성들을 현지 산후조리사로 양성하는 프로젝트를 했던 게 다누리맘의 시초였으나 정부기관이 아니다보니 산후조리 사업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애로사항이 많았다”며 “다른 분야에서 다문화 여성의 경제적 독립성과 사회적 지위를 부여해줄 수 있는 콘텐츠가 없을까 고민하던 중 착안한 게 ‘식문화’였고, 2017년부터 다문화 여성들을 요리연구가로 양성해 다른 다문화 여성들에게 한식을 가르치는 사업을 진행하다가 작년부터는 한국인 수강생들에게 현지 요리를 가르치는 ‘원데이푸드트립’ 클래스를 주된 사업으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우 대표가 대표직을 맡았던 건 아니다. 그는 “약 5년 전까지만 해도 스타트업과 창업 분야에 관심이 높아 이 기업에 합류한 팀원이었다. 하지만 산후조리사업을 종료하면서 기존의 대표님이 대표직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했고 그 후 여러 회의를 거쳐 2017년 7월 자신이 대표가 됐다”고 말했다.

현재 다누리맘에서 활동하는 다문화 요리연구가는 일본 이주여성 6명과 베트남 이주 여성 3명 등 총 9명이다. 거기에 최근 중국 이주여성 2명이 요리연구가로 갓 양성됐다고 했다. 우 대표는 “양성된 요리연구가들이 적게는 수개월, 많게는 1~2년의 트레이닝 과정을 거리는 등 쿠킹클래스 강사로 데뷔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최근 배출한 중국인 요리연구가들도 성공적인 데뷔를 위한 훈련을 거치고 있으며 올해 중 중국 현지 가정식 클래스를 열어 그 결과를 시험해보는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작년 12월부터 다누리맘에서 일본 현지 가정식을 가르치는 요리연구가로 활동 중인 일본 결혼이주여성 고야 데루미씨. (사진=스냅타임)

“한국생활 애환 요리로 해소”…고향 추억하며 자신감 회복

원래는 다문화 여성이 같은 다문화 여성에게 한국 음식을 가르쳐주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우연히 외부의 요청으로 베트남 현지 가정식 클래스를 열었던 것이 엄청난 호응을 얻어 주력사업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요리연구가로 양성된 다문화 여성들이 앞으로도 지속적, 정기적, 안정적으로 요리 연구 활동을 펼칠 수 있으려면 한국인들을 수강 대상으로 삼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무엇보다 다문화 가족, 다문화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고 스스럼 없이 현지 문화 교류를 하는데 있어서 ‘음식’만한 주제가 없다. 한국인 수강생들은 현지 요리를 배우며 이들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다양한 음식들을 접할 수 있으며 요리연구가들은 고향을 추억하며 자신이 살던 나라의 문화를 이들에게 알리는 윈-윈(win-win)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문화 여성들은 대개 한국생활의 애환을 요리를 매개로 풀어내고 자신감을 되찾고자 요리연구가 양성과정에 지원한다고 했다. 우 대표는 “다문화여성들은 지역 보건소 및 다문화가정지원센터 모집 공고, 지역/다문화 가정 온라인 커뮤니티, 지인의 권유 등 다양한 경로로 요리연구가 과정에 지원한다”며 “홀몸으로 한국에 와 정착해 살아가면서 겪었던 어려움과 외로움을 요리로 풀고 자신감을 얻고자 지원하는 분들이 많고, 요리연구가로 꿈을 실현함으로써 자신과 같은 처지의 다른 다문화 여성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다는 분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쿠킹클래스에 오를 요리 메뉴는 우 대표가 요리연구가들과 직접 만나 회의를 거치고 음식을 만들어 먹어 보는 등의 과정을 거쳐 개발된다. 현재까지 다누리맘이 요리연구가들과 개발한 쿠킹클래스 요리는 약 110여가지다.

우 대표는 “베트남 현지 가정식 메뉴 70가지, 일본 현지 가정식 메뉴 40가지 등 총 100~110여개의 메뉴를 개발했다”며 “초반에는 한국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로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쉬운 음식을 만들어보자는 막연한 기준만 세웠다면 지금은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샐러드면 샐러드, 닭요리면 닭요리 등 특정 재료를 활용한 클래스를 전문적으로 진행해보려는 등 주제를 잡고 여러 메뉴를 개발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지난달 27일 다누리맘 원데이푸드트립 쿠킹클래스를 방문해 직접 오야꼬동을 만들어 완성한 모습. (사진=스냅타임)

“현지인에게 배우는 식문화” 입소문에 수강생 늘어나

현지 요리연구가에게 배우는 세계요리강좌로 입소문을 타면서 수강생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베트남쌀국수와 돈부리 등 인기 현지 음식 클래스는 한 번에 30명 이상의 수강생이 몰리기도 한다. 우 대표는 “현지 생활권에 누구보다 익숙한 연구가들에게 배우는 음식이다보니 해당 국가 요리로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과 현직 요리사들도 수업을 들으러 온다”며 “수강생들에게 현지 식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요리연구가들과 소통의 질을 끌어올리고 현지 식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우 대표 본인도 관련 서적을 섭렵하는 등 식문화 공부에 매진 중이다. 그는 “요리 전공자가 아닌데 요리 사업을 진행하다보니 식문화 관련 도서를 읽고 다른 기관, 해외에서 진행하는 현지 요리 클래스를 직접 듣고 체험해보며 공부를 하고 있다”며 “미식 여행을 떠나 현지에서 요식업자, 생산자를 만나 정보를 얻기도 한다”고 했다.

요리연구가 양성 사업 3년차를 맞은 다누리맘의 올해 목표는 양성된 요리연구가들의 전문성을 더욱 강화해 기반을 닦는 것이다. 우 대표는 “지금 활동 중인 요리연구가들을 한 명 한 명 전문성과 내공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다른 다문화여성들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확실한 롤모델로 만들어주고 싶다”며 “그렇게 기반을 닦은 뒤 일본, 베트남, 중국 외에 인도,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국가의 연구가들을 추가로 양성할 계획도 있다”고 강조했다.

음식 문화를 매개로 어학을 배우는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그는 “현지 식당에 비치된 메뉴판을 읽으며 그 나라의 언어를 배웠다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말에 착안해 현지의 음식 문화와 관련한 견문을 넓힐 수 있는 회화와 표현을 가르치는 어학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며 “메뉴판을 읽는 방법, 음식 주문 시 유의사항 회화 표현 등 해외 미식 기행, 여행에 꼭 필요한 대화 위주로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울 수 있게 커리큘럼을 짤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는 다문화 여성들에게 일방적으로 한국의 생활문화, 식문화에 적응할 것을 강요하고 주입하려는 분위기가 큰 것 같아요. 다누리맘은 다문화 여성들과 한국인들이 음식을 매개로 상호 간 문화 교류가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풍경을 그립니다. 원데이푸드트립 클래스처럼 가까운 지역 사회에서 다문화 여성들이 좀 더 자신들의 재능을 펼치고 현지의 문화를 전달해 체험 교류할 수 있게 하는 만남의 장이 더욱 많아지길 희망합니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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