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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른바흐 사태’ 한 달도 안 됐는데?…또 인종차별 광고 논란

다국적기업 버거킹, 인종차별 광고 논란 비판 잇따라
큰 젓가락으로 햄버거를 먹는 모습…"인종 차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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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킹 뉴질랜드에서 젓가락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해 ‘동양 비하’ 논란에 빠졌다. (사진=유튜브 영상 갈무리)

패스트푸드로 이름을 알린 다국적기업 버거킹이 인종차별 논란에 빠졌다. 신제품 베트남 스위트 칠리 버거의 뉴질랜드 영상 광고에서 출연자들이 큰 젓가락으로 우스꽝스럽게 햄버거를 먹는 장면 때문이다. 동양에서 사용하는 젓가락을 표현한 점과 ‘베트남’이라는 아시아 국가 이름을 딴 사실 때문에 논란은 더욱 커졌다. 한 뉴질랜드 여성이 트위터에 게시물을 올리면서 “영상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고, 이어 수많은 리트윗과 함께 세계적으로 눈길을 끌게 됐다.

이 사실이 국내 언론을 타고 전해지며 포털 댓글에서 인종차별이 맞다, 아니다를 놓고 의견이 오갔다. 인종차별이 맞다고 주장하는 네티즌들은 “서양인에게 김치찌개를 포크로 먹어보라고 하면 어떨까”라며 “정형화된 식사 방법이 널리 알려졌는데도 젓가락을 쓰는 것은 비하의 의도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한편 인종차별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일부 네티즌들은 “젓가락을 재미있게 표현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버거킹 광고에 동양 비하의 메시지가 담겼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트위터에서 잇따라 비판 의견이 게재됐다. (자료=트위터 갈무리)

버거킹 뉴질랜드 측은 “몰지각한 광고를 게재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사과문을 발표한 뒤 광고 영상을 삭제했다. 그러나 국내는 물론 해외의 네티즌들은 소셜 네트워크,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버거킹의 구체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인종차별 메시지가 녹아있는 광고는 이번 버거킹 사태 이전에도 수두룩하게 많았다. 은근슬쩍 광고에 끼워 넣거나 아예 광고 모델이 대놓고 특정 인종을 비하하는 등 방식도 다양하다. 하루 이틀 일어난 일이 아니다.

‘호른바흐 당했다’…한 달도 지나지 않았다

광고에 차별적 시선을 담아 논란이 된 사례는 아직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다. 지난달 15일 유튜브에 게시된 독일의 DIY 기업 호른바흐 광고 때문이다. 영상 광고에서는 백인 남성 5명의 땀으로 젖은 속옷이 진공 포장되어 아시아로 날아간다. 속옷은 일본의 한 도시에 마련된 자동판매기에서 판매된다. 이어서 어느 동양 여성이 자동판매기에서 옷을 사 허겁지겁 포장을 뜯어 향을 맡는다. 눈이 뒤집히는 여성의 모습과 함께 독일어로 ‘이게 봄 내음이다’라는 문구가 뜨면서 광고가 마무리된다.

독일의 DIY 기업 호른바흐는 지난달 동양과 여성을 비하하는 광고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사진=유튜브 영상 갈무리)

해당 광고는 독일 현지에서 매체문화를 공부하던 한인에 의해 발견되어 트위터로 전파됐다. 제보자는 ‘#Ich_wurde_geHORNBACHt(나는 호른바흐 당했다)’라는 해시태그 운동과 함께 “아시아 여성에게 성적 판타지를 가진 백인 남자들을 만족 시키려는 광고”라고 지적했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운동은 소셜 네트워크를 타고 급속도로 퍼지며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됐다.

호른바흐 광고 논란에 네티즌들은 ‘#Ich_wurde_geHORNBACHt(나는 호른바흐 당했다)’라는 해시태그 캠페인을 벌였다. (자료=트위터 갈무리)

사태가 커지자 호른바흐 측은 급히 진화에 나섰다. 호른바흐는 “누구나 정원 일을 즐길 수 있다는 의미”였다면서도 “우리 광고 때문에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 들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호른바흐 당했다’ 해시태그 운동에 참여한 네티즌들을 초청하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호른바흐는 며칠 뒤 동양 여성이 아닌 서양 여성이 속옷 냄새를 맡는 영상을 SNS 계정에 또다시 게재했다.

젓가락과 손가락 브이…동양인 비하도 계속

버거킹 광고 영상처럼 젓가락으로 동양인을 희화화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패션 용품을 판매하는 돌체앤가바나가 낸 상하이 패션쇼 광고다. 이 광고에서는 중국식 복장을 한 동양 여성이 등장해 젓가락으로 피자를 먹으려 시도한다. 여성은 어색한 젓가락질로 스파게티와 피자 등을 보편적인 식사 방식에 맞지 않게 먹는다. 사측은 동서양의 문화를 융합한 의미였다고 밝혔지만, 중국 여론은 점차 험악해지며 ‘애국주의’까지 이어졌다.

패션 브랜드 돌체앤가바나는 지난해 상하이 패션쇼 광고 영상에서 인종 차별 논란을 겪었다. (사진=유튜브 영상 갈무리)

중국의 유명 연예인들은 돌체앤가바나의 패션쇼 불참 의사를 밝혔고, 결국 중국 국가문화여유부가 상하이 패션쇼 취소를 통보했다. 한편 돌체앤가바나의 공동 창업자이자 디자이너인 스테파노 가바나의 소셜 네트워크 채팅 내용 문제도 함께 제기됐다. 당시 가바나는 대화를 나누던 학생에게 “중국은 똥”, “중국은 무식하고 냄새나는 마피아“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가바나는 계정을 해킹당했다고 해명했지만 중국인들의 분노는 쉽게 누그러지지 않았다.

기업 임원이 대놓고 차별적 발언을 내뱉은 사례는 또 있다. 이미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차별 광고로 유명세를 떨친 아베크롬비 홀리스터다. 당시 해당 기업의 CEO는 “뚱뚱한 사람들이 우리 옷을 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대놓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서양 모델이 홀리스터가 적힌 옷을 입고 경복궁 앞에서 동양인 비하의 의미를 담은 사진을 촬영해 논란이 됐다. (사진=유튜브 영상 갈무리)

패션 브랜드 모델로 활동했던 한 서양인은 홀리스터가 적힌 옷을 입고 경복궁 앞에서 동양인 비하의 의미를 담은 사진을 촬영했다. 눈을 가늘게 뜨고 양 손가락으로 쭉 펴진 V자를 만드는 모습이었다. 이는 동양인을 비하한다는 의미로 널리 알려진 몸짓이다. 이뿐만 아니라 과거 동양인들이 미국에 건너가서 세탁소 운영을 시작했던 모습을 비하한 티셔츠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차별 발언을 일삼았던 CEO는 그 이후로 대표직을 내려놨다.

잇따른 차별…성평등·여성 단체 문제제기 계속

국내의 성평등 및 여성 단체들은 “국내 광고에도 차별 메시지가 담긴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지난해 5월 ‘국내 광고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하며 광고의 성 차별적 메시지를 지적했다. 진흥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성 차별 광고 중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한다는 광고가 가장 많았고 ‘여성의 주체성 무시, 남성 의존성향 강조’가 잇따랐다. 이 외에도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거나 여성을 타자화,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이야기한다는 광고도 다수 있다고 언급하며, 사례 광고를 도표 자료로 첨부했다.

한편 같은 기간인 지난해 5월 삼성전자가 이란에서 내놓은 광고도 성 차별 논란을 겪었다. 당시 월드컵을 앞두고 나온 이 광고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옆으로 쭉 등장하면서, 축구 중계를 보는 모습에 중점을 둔 영상물이다. 그러나 남성들은 경기에 집중하거나 환호하는 반면, 여성들은 아이에게 과일을 깎아주거나 요람을 흔드는 등 수동적인 태도로 묘사됐다는 점에서 비판받았다. 네티즌들은 ‘#성차별 반대_삼성’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삼성 광고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일각에서는 “이란의 종교적 관습이 원인일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본주의 종교색이 강한 지역에서 여성이 주도적인 광고를 내기가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이처럼 광고에 포함된 차별 메시지가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면서 이를 “사전에 방지하자”는 주장도 줄곧 제기됐다. 법 제정을 통해 문제가 되기 전에 인종이나 성, 소수를 차별하는 메시지의 광고를 차단하자는 얘기다.

하지만 여전히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대 의견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반대 의견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아베크롬비, 돌체앤가바나, 호른바흐부터 한 달이 채 되지도 않아 등장한 버거킹 논란까지. 차별 광고 논란은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가는 가운데, 이를 방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은 여전히 미궁 속에 빠져있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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