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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양비 수백만원 받고 모르쇠...수상한 펫샵 보호소

(사진=이미지투데이)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계약서에 미심쩍은 항목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는데 왜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나 후회스러워요. 그 아기 고양이가 좋은 곳에서 새 삶을 살길 바랐는데 결과적으로 제가 제 손으로 그 아일 죽인 셈이 되었죠.”

회사원 김명지(32·여)씨는 지난해 12월 퇴근길에 빗 속에서 어미를 잃고 추위에 떠는 새끼 고양이를 구조했다. 살고 있는 집의 여건상 김씨가 직접 거두기는 어려웠고 안락사가 없는 동물보호소를 수소문해 한 사설 동물보호소에 고양이를 맡겼다. 해당 동물보호소는 애견카페 등을 함께 운영하는 펫샵이었다. 이 펫샵은 자체적인 건강상태 검진을 진행한 뒤 파양비 명목으로 20만원을 지불하면 다른 보호자에게 입양까지 해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세 달을 꼬박 기다려도 고양이의 입양 소식이 들리지 않자 해당 펫샵을 직접 찾아갔으나 입양 사실 확인을 위해선 추가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울며 겨자 먹기로 추가 비용까지 지불한 김씨는 고양이가 새로 입양된 곳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는 짤막한 답변만 들었고, 그 외 죽음의 원인과 관련한 어느 사실도 확인받지 못했다.

파양·유기동물 개체수가 늘어나 이들을 보호할 공간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면서 동물보호소의 가면을 쓴 채 고액 파양, 입양 장사를 일삼는 변종 펫숍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곳에 수용된 동물들은 새로운 주인에게 입양은커녕 밥과 물도 제대로 못 먹은 채 방치되거나 심할 경우 죽음에 이르기까지 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영업방식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는 만큼 동물보호법 개정이 시급하며 무엇보다 유기동물 보호소를 실질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는 인력과 예산의 확충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파양비만 1000만원?…입양여부도 감감무소식

변종 펫숍은 유기동물을 발견해 구조했지만 거둬들일 여력이 없거나 기르던 반려동물을 더이상 키울 수 없는 보호자에게 보호·위탁을 명분으로 파양비를 받고 입양자에게는 입양비를 걷는 형태로 운영된다. 입양비는 대개 5만원~10만원 정도지만 파양비는 적게는 15만원, 질병 치료비 등을 이유로 많게는 500만~1000만원에 이를 정도로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그럼에도 많은 보호자들이 안락사가 이루어지지 않으며 한정된 보호기간이 없고, 새로운 주인에게 책임지고 분양할 것이라는 홍보 내용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그러나 이같은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맡겨진 동물들이 펫숍 내에서도 제대로 된 치료,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럼에도 파양 전 파양동의 및 포기각서를 작성하는 탓에 보호자 측이 파양 뒤 펫샵의 관리 행태를 지적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자영업자 천지연(가명)씨는 “더 이상 강아지를 키울 수 없을 것 같아 펫샵에 파양을 의뢰했는데 수의사에 의한 제대로 된 검진 절차 없이 자체 진단만으로 행동 교정비, 치석 관리비 등 치료 명목으로 파양비 300만원을 요구했다”며 “파양 각서에 ‘파양 동물의 채료 및 복리 후생이 업소 측 의무가 아니다’란 약관까지 적혀 있어 혀를 내둘렀다. 무슨 기준으로 파양비가 산정된건지 파양된 동물이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치료비 등 명목으로 거액의 파양비를 걷지만 실제 파양비가 목적에 맞게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여부조차 알 길이 없다”며 “파양된 동물의 치료 상황과 입양 여부도 정보이용료 명목 10만~30만원의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만 알려주고 있고 이마저도 입양된 보호자에 관한 구체적 정보나 지식은 알 수 없고 입양된 곳에서 지내는 사진을 보여주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동물병원이 아닌 곳에서 자가진료로 파양비를 산정하는 것은 수의사법 위반 혐의가 의심되는 대목이며 반려동물의 품종과 나이, 질병 유무에 따라 다르게 파양비를 산정하는 것도 사실상 동물 보호가 아니라 판매 행위에 가까운 행태”라고 덧붙였다.

먹이도 안주고 방치…영업 저지할 법적 근거 없어

실제로 지난해 2월 충남 천안에서는 이같은 성격의 펫숍을 운영하던 한 점주가 파양된 동물들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는 등 수십마리를 죽음에 이르게 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권 단체들은 지난해 1월 충남 천안에서 A펫숍을 운영한 점주 B(28)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다. B씨는 파양견이나 경매장 판매견 160마리를 보유하며 보호비·입양 책임비 명목으로 이들을 판매해왔다. 그는 개들에게 홍역과 파보 등 전염성 질병이 돌았지만 어떠한 치료도 행하지 않았고 먹이와 물조차 제대로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개 79마리가 방치돼 폐사했고 살아남은 70여마리의 개들조차 건강이 위중한 상태로 발견됐다. 그는 이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고 지난 달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도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그럼에도 이처럼 불법 동물 판매 행위를 일삼는 펫샵들을 저지할 법적 근거는 없는 실정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 판매업체들은 지자체에 사업을 등록해 관리를 받고 있지만 여기서 관리를 받는 업체의 범위는 동물을 직접 ‘구매해’ 판매하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종 펫샵들은 동물을 따로 구매하지 않고 보호자들에게 보호비를 받아 위탁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지자체 등록 의무 대상에서 제외된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동물보호법의 관리 대상에 가려진 사각지대이기 때문에 영업 행위 자체를 제지할 수는 없다”며 “신고를 통해 구체적인 동물 학대 정황이 적발되거나 불법 진료 행위 등 수의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강제할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지자체의 한정된 동물 복지 인력과 예산으로 이를 일일이 단속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도 “이같은 문제는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며 “신고를 통해 적발이 돼야 처벌도 받을 수 있는 것인데 현재 지자체 내 동물 복지, 보호 문제를 담당하는 인력은 1명, 많아야 2명 정도다. 이같은 현실에 관련법도 미미하다 보니 동물과 반려인들은 피해가 발생해도 보호받지 못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동물보호법 체계가 좀 더 확립되고 관리 인력, 예산이 확충되어야 이같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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