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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SNS 떠도는 김정일 '광주 인민군 발언', 사실일까?

최근 SNS에서 '남북정상회담 녹취록'이라고 공유된 자료. (자료=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최근 페이스북,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 녹취록’이라고 주장하는 사진 자료가 공유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이 마주 앉아 있는 사진과 함께 몇 줄의 대화가 첨부돼 있었다.

자료에서 주장하는 대화 내용에 따르면 1차 남북정상회담이 진행 중이던 2000년 6월 14일 김 위원장이 “광주에서 우리 인민군 병사가 사진에 찍혔더군요”라고 말을 꺼냈다. 그러자 김 전 대통령이 “그렇습니까”라고 되물었다. 이어 김 위원장은 해당 병사에게 공화국 영웅 훈장을 줬다고 말했다. 다시 김 전 대통령이 “그렇군요”라고 대답하며 대화가 끝났다.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언급한 부분’이라며 SNS를 떠도는 이 자료는 사실일까? 김정일 발언 자료라는 주장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자료가 유포된 출처를 따라서 팩트체크했다.

2016년부터 유포 시작…최근에 다시 등장

김정일 발언 자료는 2016년 처음 유포된 것으로 추정된다.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와 트위터에서 같은 자료가 발견됐다.

먼저 일베에는 2016년 2월과 7월 두 달에 걸쳐 글이 올라왔다. 그중 2월 글에서는 “팩트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찾지 못했다”고 한발 물러섰다. 평소 5.18에 대해 극단적인 논리를 펼치던 일베 이용자들도 자료가 사실인지 입증할 수 없다고 의문을 표했다.

2016년부터 시작된 이 자료는 올해 SNS에서 다시 유포되기 시작했다. (자료=트위터 갈무리)


트위터에서는 2016년 3월 ‘#518특별법폐기하자’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글이 올라왔다. 마찬가지로 정상회담 사진과 대화문이 함께 첨부된 사진 파일이었다. 글을 올린 이용자는 5.18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지만원 씨를 태그하기도 했다. 한편 지 씨는 대답하지 않았다.

한 동안 잠잠하던 발언 자료는 최근 SNS에서 다시 유포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한 트위터 이용자는 “광주 폭동은 김정일도 북한군 개입을 인정했다”면서 2016년 떠돌던 자료를 그대로 올렸다. 3년 전 자료와 달리 정상회담 사진 가운데 “절대 잊지마세요”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페이스북에서도 지난 24부터 “북의 유공자가 남에 득시글 거린다”며 발언 자료를 포함한 댓글이 올라왔다. 잇따라 달린 댓글에서 자료 출처를 묻는 이용자는 없었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순환된 자료

발언 자료의 정확한 출처를 파악하기 위해 김 위원장의 발언 중 ‘광주에서 우리 인민군’을 주 키워드로 추적했다. 그 결과 보수 성향의 글이 다수 게재되는 트위터, 블로그, 일베에서만 자료가 확인됐다. 앞서 언급된 게시물 외에 국가 기관이나 시민 단체 영역에서 김 위원장의 광주 발언을 발표한 기록은 한 차례도 없었다.

구글에서 발견된 관련 게시물. 정확한 근거없이 같은 사진 파일만 비슷한 성향의 네티즌들끼리 공유하고 있었다. (자료=구글 갈무리)


국가기록원의 자료도 파악했지만 5.18 광주 민주화운동 발언이 있었다는 남북정상회담 기록은 발견되지 않았다. 즉 자료가 생산된 곳에서 같은 정치 성향을 공유하는 사람끼리 무한히 순환시키고 있는 자료였다.

한 블로그 이용자는 ‘5.18 광주 역사 진실’이라는 게시물에서 “북한 특수군이 개입했다”며 여러 의혹들을 제기했다. 의혹마다 보수 성향의 유튜브, 매체의 자료를 근거로 덧붙였다. 의혹 중에는 “남북정상회담 당시 광주에 북한군이 왔음을 암시했다”는 주장도 여전히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이 주장의 근거 자료는 2016년부터 유포된 자료 뿐이었다. 글 후반부에서는 “이 글과 자료는 근거 없는 흑색선전이 아니다”라며 “언론 등에 알려진 사실 자료에 근거했다”며 끝 맺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인민군 발언을 했다는 언론 보도는 전혀 없다.

한 블로그 이용자가 주장한 5.18 관련 의혹 중 일부. 남북정상회담 녹취록이 있다는 주장은 사진 자료만 제시하고 있다. (자료=네이버 블로그 갈무리)


김 위원장이 고개를 세우고, 김 전 대통령이 고개를 숙인 채 수긍하는 것처럼 묘사된 사진 또한 녹취록과 아무 관련이 없었다. 당시 상황은 두 정상과 고위 공직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6.15 공동선언문에 서명하는 자리였다. 사진에 담긴 모습은 김 위원장이 서명을 마치고 김 전 대통령이 서명을 할 차례였다. 기록문이나 녹취록을 만들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녹취록 흔적 전무…‘전혀 사실 아님’

지난 2016년부터 시작해 최근까지 퍼지고 있는 제1차 남북정상회담의 광주 민주화운동 관련 녹취록은 사실무근으로 나타났다. 정상회담 사진과 함께 파일로 만들어졌지만 녹취록이 작성될만한 사진도 아니었으며, 발언 자료는 5.18 북한군 소행을 주장하는 네티즌 사이에서 고인물처럼 순환구조로 공유되고 있었다. 국가나 시민단체 단위의 발표 기록도 전혀 없었다.

검증 결과 이데일리 스냅타임은 SNS에서 공유되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광주 민주화 운동 언급 부분 녹취록’을 ‘전혀 사실 아님’으로 판단했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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