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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캅스 ‘영혼 보내기’ 영화계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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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필름 모멘텀)

여성 영화 흥행 견인하는 신(新) 관람문화

대학생 이은미(가명·19) 씨는 영화 걸캅스를 5차 관람하고 자신의 ‘영혼’도 15번가량 보냈다. 주변의 친구들도 꽤 많은 숫자가 ‘영혼’을 보탰다. 실제로 관람하지 않아도 영화표를 사서 예매율을 높이는 ‘영혼 보내기’(몸은 못 가지만 마음을 보낸다는 의미)가 영화계의 새로운 관람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이씨가 영혼 보내기에 나선 이유는 기존 한국영화계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이씨는 “한국 상업영화 중 여성 주연 영화가 극히 드물고 여성 캐릭터가 소비되는 것에 그친다”고 꼬집었다. 또 “걸캅스는 여성영화 흥행에 대한 상업영화계의 마지막 떠보기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영화계에 ‘여성 주연 영화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고자 영혼을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영혼 보내기에 동참한 정민지(가명·24) 씨는 “개봉하기 전 여성 관련 이슈로 주목을 받아 불매 운동이나 별점 테러가 벌어지는 걸 보고 걱정스러웠다”면서 “이 영화가 흥행해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상업영화의 초석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영혼 먼저 보냈다”고 설명했다.

(사진=필름 모멘텀)

지금껏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 N차 관람으로 영화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면 영혼 보내기는 후원에 가깝다. 영화를 많이 보는 걸 넘어서 ‘내가 좋아하는 영화가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 투영된 행위다. 걸캅스는 이런 영혼 보내기에 힘입어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혼 보내기 문화는 몇 년간 스크린을 독식했던 남성 중심의 영화 사이에서 여성 서사 영화에 목말랐던 관객의 적극적인 선호 표출로 분석된다. 걸캅스는 벡델 테스트(영화에서 양성평등을 가늠하는 지수)를 가볍게 통과한다. 영화 주연 2명이 모두 여성이며 여성에 대한 불법촬영물을 주요 소재로 삼는다. 또 극의 대부분을 여성이 이끌어간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의 상업영화 39편 중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는 10편으로 25.6%에 불과하다.

(사진=스냅타임)

영화계도 조금씩 바뀌고 있어

‘영혼 보내기’가 처음 등장했던 영화는 ‘미쓰백’이다. 여성들은 온라인상에서 예매를 독려했고 미쓰백은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성과를 냈다. 이은미(가명·19) 씨는 영화 미쓰백에도 10회 정도 ‘영혼’을 보낸 경험이 있다. 그는 “만약 미쓰백이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면 걸캅스가 과연 대형배급사에 의해 배급될 수 있었을지 의문”이라며 “영혼 보내기 운동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여성 소비자의 목소리가 커졌고 연대한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캡틴 마블 등 여성 주연의 영화들이 나오면서 ‘영혼 보내기’는 새로운 관람 문화로 자리 잡는 추세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지난 몇 년간 멀티캐스팅 영화가 많았는데 남자 배우 여럿에 여자 배우 한 명이 껴 있는 형태였다”면서 “불만이 누적됐던 터에 마침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가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 나오는 관객 수 조작 비판에 대해서는 “큰 왜곡이 발생할만한 수가 아니”고 “불특정 다수의 시민이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일축했다.

양소은 영화진흥위원회 공정환경조성센터 팀장은 “영화계도 영혼 보내기 등 여성 관객들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영화는 만들 때와 개봉 시점의 시차가 있기 때문에 제작자들이 개봉 전 여성 혐오적 요소가 있는지 다시 확인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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