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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차 끊기면 손님도 끊겨”…번화가 술집도 잠 줄여 낮 장사

본업은 술집인데...낮에 떡볶이·커피 팔아 생계 유지
택시요금·술값 올라...막차 끊기면 거리 텅 비어
5월 보릿고개 언제 끝나나..."구조 전반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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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청역 인근에 위치한 A호프집은 최근 밤에 장사가 잘 되지 않자 낮 시간을 활용해 즉석떡볶이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사진=스냅타임)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정성광 인턴기자]

“자는 시간을 쪼개 낮 장사라도 하지 않으면 버텨낼 수가 없습니다. 연초 술자리가 몰린 1월 빼고는 2월부터 5월 현재까지 줄곧 보릿고개니까요.”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최근 점심 시간에도 문을 열어 즉석떡볶이 장사를 시작했다. 당초 김씨 가게의 영업 시간은 오후 6시~새벽 3시. 수면을 위해 낮 시간대를 비워두곤 했으나 최근 몇 달 새 호프집 매출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탓에 내린 결정이다. 김씨는 “회사가 밀집된 지역이다 보니 점심 시간 직장인 유동 인구가 많은 만큼 낮 시간을 투자해서라도 가게를 홍보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최저임금이 올라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기도 부담스러우니 혼자 영업해도 지장이 없을 정도로 손이 덜 가는 식사 메뉴가 없을까 고민하다 생각해낸 게 즉석떡볶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서울 용산구, 중구 등 직장인 밀집 지역과 젊은이들의 번화가가 몰린 곳들을 중심으로 낮 시간대에도 가게 문을 열어 즉석떡볶이나 커피 등 음료라도 판매해 폐업을 면하려는 술집 자영업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늦은 밤까지 술자리를 가지는 손님들이 줄어들고 있는 탓이다. 대리운전, 새벽배송 업무 등 가게 외 투잡을 뛰는 자영업자들도 적지 않다. 최저임금 상승과 물가 인상, 경기 침체 등 3중고로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타개할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12시 넘으면 텅 빈 거리…잠 줄여 낮 장사라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자영업자들의 체감경기와 재무상태는 줄곧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자영업자 수는 점점 줄어들지만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나날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이를 말해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자영업자 수는 568만 7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 감소했다. 반면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일 금융감독원의 발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협과 농협, 수협 등 상호금융권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58조 2000억원으로 전년(44조 1000억원)보다 31.9%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인 2016년과 비교하면 110%나 늘었다.

대출 연체율도 증가세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말 가계대출 연체율은 0.84%로 전년보다 0.75%나 올랐다. 특히 개인사업자 부채는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어섰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도 0.75%로 전년말(0.63%)보다 늘었다.

그럼에도 2017년 기준 창업 후 5년 이상 살아남는 경우는 27.9%. 10곳 중 7곳은 5년도 채 못 가 문을 닫는 셈이다.

자기 시간이 보장된다는 자영업의 유일한 장점은 옛말이 됐다. 최근 유동인구가 많은 직장인 밀집지역과 번화가에서조차 ‘마의 5년’을 버티려 수면과 휴식을 반납한 채 낮밤 풀타임 장사에 뛰어드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택시 심야 할증 요금 및 소주값 인상 등으로 저녁·새벽 시간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줄어 술집 장사가 타격을 받은 뒤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아내와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인근에서 포장마차 술집을 운영 중인 업주 강홍락(가명·35)씨는 “포장마차는 심야 장사가 생명인데 택시 심야 할증 요금이 오른 뒤 밤 12시를 기점으로 거리에 넘쳐나던 사람들이 싹 사라졌다”며 “당초 오후 8시쯤 가게 문을 열어 새벽 5시까지 영업했지만 요즘 평일은 한 테이블도 손님이 없는 경우가 생기다 보니 새벽 2~3시로 마감 시간을 당기는 대신 낮에 즉석떡볶이, 순대 등 분식 메뉴를 팔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떡볶이는 호불호가 없는 메뉴인데다 저녁 안주로도 활용할 수 있고 재료만 조합해 넣으면 나머지는 손님들이 조리해먹을 수 있으니 인건비를 들이지 않고 매출을 보탤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수면 시간이 줄어 피로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또 떡볶이 등 분식 메뉴가 단가가 낮다 보니 다른 가격대가 나가면서 맛도 있는 좋은 안주들이 많은데도 손님들이 분식 메뉴만 시켜 한 번에 높은 매출을 기대하기 어렵다”고도 토로했다.

서울 서대문구 인근에서 맥주 펍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임승철(가명·30)씨는 지난달부터 가게를 낮 동안 카페로 운영 중이다. 임씨는 “경기는 안 좋은데 소주와 맥주 등 술 값이 오름세인데다가 버스와 택시 등 대중교통 요금도 인상한다니 사람들이 외출 자체를 잘 안하는 것 같다”며 “주변 친구들만 해도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 집에서 마신다고 한다. 밤 장사에 주력해야 하는데 손님이 없으니 사람들이 일하는 낮 시간에라도 바짝 벌어야 하지 않겠나. 최저임금이 올라 아르바이트 고용도 어렵고 내 몸을 갈아 가게를 유지하는 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지출 많은 5월 ‘보릿고개’…생활물가 올라 설상가상

실제로 ‘가정의 달’인 5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날, 부부의날 등 각종 기념일에 결혼 등 경조사 등으로 시민들의 지출 부담이 특히 크다. 실제로 취업포털 인크루트에서 성인남녀 3680명에게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가정의 달인 5월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한 비율이 70%나 됐다. 부담스러워 하는 이유로는 ‘지출 증가’가 44%로 절반에 가까웠다.

설상가상으로 민생과 직결된 주요 대중교통 요금과 식료품, 주류, 유류 등 생활물가까지 크게 올랐다. 지난 2월 서울 택시 요금이 기본 3000원→3800원, 심야 할증이 3600원→4600원으로 오른 데 이어 충남, 경남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택시요금을 잇따라 인상하는 추세다. 또 최근 전국 버스 노조 파업을 막기 위한 협상 결과 경기도, 인천, 서울 등 주요 버스 요금도 100원~200원 인상될 전망이다.

하이트진로에서는 지난 1일부터 소주 참이슬의 공장 출고가격을 6.45% 인상해 유통업체의 소주 소매가격도 올랐다. 유류세 인하 폭도 지난 7일부터 현행 15%에서 7%로 축소돼 가격이 오른다.

이에 대해 회사원 유지훈(가명·33)씨는 “돈 쓸 일은 늘어만 가는데 주요 물가가 오르고 불가피하게 지출할 수밖에 없는 대중교통 요금까지 올라 소비 자체가 부담스럽다”며 “요 몇 달 새는 그 좋아하던 친구, 직장동료와의 가벼운 술자리까지 멀리하게 됐다. 술자리라도 줄여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쿠팡플렉스, 마켓컬리 등 소셜커머스 업체의 새벽배송 업무나 대리운전 등 투잡을 뛰는 자영업자도 적지 않다. 신용회복위원회 관계자는 “최근 요식업, 주류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운영비를 감당해내기 위해 새벽 배송 업무나 대리운전, 카페 아르바이트 등 부업에 뛰어드는 사례들도 많아지고 있다”며 “빚을 떠안고 장사를 시작했는데 장사가 안되니 빚을 갚아내려면 생계형 ‘N잡러’라도 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자영업 성장·혁신 종합대책으로 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 등 여러 카드를 꺼내 침체된 자영업을 되살리려는 노력에 착수했지만 당분간 경기침체로 인한 자영업 리스크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상봉 한성대 교누는 “카드수수료 인하가 일단 급한 불을 꺼 자영업자들에게 일시적인 ‘가뭄의 단비’가 된 것은 사실이나 기본적인 자영업 구조 개선, 자체 경쟁력 강화, 내수경기 회복 등 근본 문제 해소 없이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대출, 임금 정책 등 경제 정책 방향 개선 없이 실물 경기가 살아나지 않을 것이고 경기침체에 따른 자영업 리스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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