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침해소! 청춘뉘우스~

[시니어의 반란]①애비야~’인싸’라 불러다오

액티브시니어 그레이네상스 등 신조어 등장
스마트폰 능숙·안정적 경제력...소비 큰 손 활약
생산자로도 영향력...시니어모델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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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미안합니다만 이번엔 우리가 주인공입니다. 껄껄껄”

2013년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가 처음 방영될 당시 홍보 포스터에 적혀 있던 문구다. 이 프로그램은 배우 이순재와 신구, 박근형, 백일섭 등 기존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만나보기 어려웠던 대배우 캐스팅과 ‘평균 나이 76세’, ‘황혼의 세계 배낭여행’란 신선한 테마로 반향을 일으켰다. 트렌드에 민감한 대중문화와 미디어의 영역에서 늘 맨 뒤로 밀려나있던 노년층들을 콘텐츠의 주역으로 내세운데다 자식의 행복과 경제력에 기대던 기존 미디어 속 노인들의 이미지를 과감히 벗어던졌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60대 이상 시니어세대는 ‘꽃보다 할배’ 등 예능 프로그램을 뛰어 넘어 시장 전체의 경제를 이끄는 트렌드의 한 축으로 떠올랐다. 유통,광고업계, 패션계 등 오프라인 시장은 물론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소비의 ‘큰 손’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직접 상품과 콘텐츠를 개발하는 생산의 주체로까지 나설 정도다.

(표=옥션)

스마트폰 능숙한 실버세대, VIP 소비층으로 부상

우선 이들이 젊은 세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스마트폰, SNS 등 디지털 기기 및 기술들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액티브 시니어’, ‘실버서퍼’, ‘웹버족’, ‘그레이네상스’ 등 최근 실버세대의 생활 및 소비 형태를 지칭하며 등장한 신조어들도 은퇴 후 탄탄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IT 기기를 능숙히 조작할 줄 아는 60대 이상의 장년층들을 지칭하고 있다.

과거 이들의 수요를 겨냥한 시장은 자식 세대인 4050세대의 소비력에 기대왔다. 지금 장년층들은 안정적인 경제 능력과 능숙한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을 바탕으로 본인들이 직접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활용해 소비력을 뽐내고 있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옥션이 지난해에 발표한 ‘최근 5년 간 연령대별 판매량 통계'(2014년 상반기~2018년 상반기) 결과에 따르면 60대 이상 연령대에서 발생한 구매량이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60세대 구매량은 5년 전인 2014년 상반기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세부적으로는 그동안 가장 높은 성장을 보인 50대 구매량이 130%였지만 60대 이상 고객들은 무려 171%나 증가했다.

소셜커머스 업체인 위메프에서도 지난해 상반기 5060세대 이상 고객들의 소비자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6%나 증가했으며 회원 수도 2015년에 비해 2.6배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들이 구매하는 품목의 성향도 식품, 생필품 등 가정 생활을 꾸려나가기 위한 제품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들어 고가의 전자기기, 수입 명품 브랜드, 여행·항공권 등 본인의 만족감을 채우고 여가생활을 즐기기 위한 상품 위주로 변화하고 있다.

서은희 옥션 마케팅실 실장은 “이들은 안정적 경제력을 바탕으로 여행부터 명품 등 자신을 위한 투자에 적극적이었다”며 “장년층들의 여행·항공권 구매가 114배(1040%) 이상 치솟았고 고급 브랜드 의류 구매량은 7배(683%) 이상, 고가 수입명품도 2배(184%)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위메프 관계자 역시 “3~4년 전까지만 해도 라면과 커피믹스, 견과류, 쌀 등 생필품이 60대 고객들의 주요 구매품목이었지만 최근 들어 고가의 가전제품 등으로 구매성향이 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010년 33조 2000억원에 머물던 실버 산업 시장 규모가 2015년 67조 9000억원으로, 2020년에는 124조 9000억원으로 10년 안에 4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에 시니어세대를 잡기 위한 전략 마련에 손을 걷고 나섰다. 현대백화점은 모바일 기기에 능숙한 시니어서퍼들을 타깃으로 삼아 온라인 쇼핑몰인 ‘더현대닷컴’의 모바일 앱을 시각적으로 전면 개편했다.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글자 크기를 30%까지 키우고 상품 이미지 수도 2배 이상 늘려 편의성을 높였다.

쿠팡은 지난해부터 중장년층 소비자들을 위한 ‘실버스토어’ 테마관을 운영 중이다. 실버스토어 테마관에서는 헬스케어와 의료 용품, 의류·신발 등 잡화, 재활 운동기구, 건강기능식품 등 품목이 집중 배치됐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지금의 실버세대가 IT 기술 활용에 능숙한데다 안정적 경제력과 시간적 여유를 모두 갖춰 소비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왼쪽부터)수잔 보이치키 유튜브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김밥을 만드는 인기 고령 유튜버 박막례씨, 수트 제작 장인이자 패션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으로 활약 중인 여용기씨. (사진 = 박막례, 여용기씨 인스타그램)

트렌드 선두 ‘블루칩’…시니어모델 업계 러브콜 쇄도 

실버세대는 각종 콘텐츠와 사회활동 등을 주도하는 문화 생산자 측면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기존 아이돌 등 젊은 인기스타들이 독점해왔던 유통업계 광고에 시니어 모델들이 블루칩으로 떠오르는 게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는 이들을 통해 연령대를 아우를 수 있는 보편적 브랜드라는 인식을 강화하고 이색·차별화된 이미지를 표방하는 일석이조를 노린다는 인식이다.

롯데제과는 대표 껌 브랜드인 ‘자일리톨’의 광고 모델로 배우 이순재(84)씨를 선정했다. 롯데제과는 이달 중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광고를 방영할 계획이다.

전국 노래자랑 ‘할담비’로 유명세를 탄 지병수(77)씨는 최근 롯데홈쇼핑 광고 모델로 낙점됐다. 64세 신인 모델 김칠두씨는 정통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의 화보 모델에 이어 오비맥주 카스의 모델로도 등장했다.

시니어 모델이 업계에서 호응을 얻자 모델 기획사 업계에서도 런웨이는 물론 광고 등에 내세울 시니어모델을 발굴·양성하는 클래스들을 확대하고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시니어 모델의 연륜이 제품,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줄 수 있는데다 SNS나 유튜브 등으로 유명해진 시니어 모델들은 온라인 콘텐츠 소비에 익숙한 젊은 층은 물론 비슷한 나이대인 중장년층까지 관심을 끌어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막례 할머니, 최고령 유튜버 영원씨, 패션유튜버 겸 인플루언서 여용기씨처럼 유튜브 등 SNS에서 실버 크리에이터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전문가들은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우리나라가 저출산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60대가 더 이상 ‘노인’이 아니라는 인식이 자리잡은 것도 이같은 변화에 한 몫했다고 분석한다.

글로벌 시장전문기관인 민텔의 리차드 코프 선임 연구원은 “이전 세대에 비해 급격히 늘어난 평균 수명은 중장년층 세대에게 은퇴 이후 어떻게 삶을 꾸려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안겨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은퇴 후 새로운 인생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줬다고도 볼 수 있다”며 “이들 세대의 늘어난 수명과 축적된 부를 활용해 수요를 겨냥한 실버 산업과 콘텐츠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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