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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한·미 정상의 통화 내용 공개, 국민의 알 권리?

한·미 정상 통화 공개로 불거진 '알 권리' 논란
알 권리 보장한 정보법상 외교 사항으로 취급
박근혜-아베 통화도 상황 다르지만 비공개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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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했다. 이 통화에서 양 정상은 북한의 비핵화와 발사체, 식량 지원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연합뉴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5월 하순 방일 후 한국에 들러 달라고 전화로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7일 한미 정상이 통화했던 내용 중 청와대가 공개하지 않은 내용이었다. 청와대가 강경 대응에 나서자 강 의원은 “미국 외교 소식통을 통해 파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외교부 조사 결과 강 의원의 정보 출처는 주미 한국대사관 소속 외교관 K씨인 것으로 드러났다. 강 의원과는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다. 양국 정상이 통화한 다음날인 8일 K씨는 대사관에 있는 통화 내용을 강 의원에게 전달했다.

청와대와 여당의 항의가 이어지자 한국당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공무원 휴대폰 사찰 관련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를 열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청와대가 사실은 거짓말을 했다”며 “이에 대해 명백한 사과와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도 회의에 참석해 “헌법 기관인 국회의원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밝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미 정상의 통화내용을 공개하는 것을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을까? 관련 법과 사례를 통해 팩트체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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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한을 요청했다는 강효상 의원의 주장이 “외교관례에 어긋나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 권리 보장하는 법률…국익 해친다면 예외

국민의 알 권리 및 정보공개청구를 보장하고 있는 법률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이다. 이는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정보에 대해 국민들이 청구할 수 있는 권리, 공공기관이 범위 내에서 공개해야 할 의무를 담고 있다. 정보공개법을 통해 국민들은 공공기관의 추진 사업이나 예산, 현황 등을 열람할 수 있다.

강 의원이 공개한 한·미 정상의 외교 정보는 어떨까? 비공개 대상 정보를 규정하고 있는 정보공개법 제9조에서 관련 조항이 확인됐다. 국가안보나 국방, 통일, 외교 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면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따라서 정상 간 통화 자료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정보공개청구에서도 공개될 수 있는 자료가 아니다. 비공개 사유 중 ‘회의 및 회담에 관한 사항’을 논의하는 ‘외교’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미 정상 통화는 북한과 관련된 제로 안보와 국익에 미치는 영향이 있어 ‘3급 비밀’로 분류돼왔다. 보안업무규정 제4조에 따르면 3급 비밀은 ‘누설될 경우 국가안전 보장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자료’다. 강 의원이 제시한 통화 내용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논의와 구체적인 시기, 동선이 담겨 있다. 방한까지의 일정과 여부가 담겨 있어 국가 간 안보를 해칠 우려가 있다. 또 양국 모두 방한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가 간 신뢰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국익 문제가 제기되면서 강 의원과 같은 한국당 의원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지난 23일 SNS에 “당파적 이익 때문에 국익을 해치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며 “한미 관계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민감한 시기에 국익을 해치는 무책임한 행동을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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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

박근혜-아베 통화…유사하지만 다른 정황

이와 유사한 사례가 지난 정부에서도 있었다. 지난 2015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통화 내용이다. 당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통화 내용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청와대는 “국익을 침해할 현저한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 처분했다.

지난 2016년 3월 민변이 청구 불발에 항의하며 청와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도 재판부는 청와대의 비공개 처분이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만약 양국 정상의 통화 내용을 공개할 경우 외교적 공방의 대상이 될 우려가 크고, 다른 국가와의 회담에서도 신뢰성을 잃을 수 있다는 이유였다.

다만 2015년의 사례가 이번 사태와 다른 점은 통화 상대국의 공개 여부다. 당시 일본 정부는 외무성 누리집 웹사이트에 박 전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통화 내역을 공개하며 한일 청구권 협정이 해결됐다는 소식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여기에는 당시 박근혜 정부가 국민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내용도 담겨 있었다.

전진한 알권리연구소 소장은 지난 2016년 2월 프레시안에서 “외교 문서는 당사자 합의가 없으면 비공개가 원칙이고 대부분 25~30년 후에 공개된다”며 “청와대의 비공개 처분이 전례에 비추어 지나치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정부가 통화 내용 전체를 공개했으니, 이 조항(정보공개법 제9조)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져버렸다”며 “외무성에 공개되어 있으니 비밀 보호 가치도 없어졌다”고 덧붙였다. 이 점에 비춰볼 때 한·미 정상 통화 공개와는 접근법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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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자세히 공개해 논란이 됐던 강효상 의원(오른쪽)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쟁으로 이어진 3급 비밀…자료 성질 고려해야

알 권리를 주장하며 공개된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은 청와대와 여야의 입장 속에 정치적 쟁점으로 번졌다. 특히 자유한국당에서는 “모든 정보를 숨기는 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야당의 의정활동”을 주장하며 공익성과 국민의 알 권리를 강조했다.

그러나 정보공개법과 통화 속 내용을 파악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 동선, 시기가 담겨 있어 공익보다 안보와 국익, 국가 간 신뢰에 금이 갈 우려가 있다. 또 해당 통화 내용은 정보공개 대상이 아닌 3급 비밀로 지정되어 있어 현행법상 알 권리라는 이유로 공개되기 어렵다. 국가수반 사이의 통화 내용을 비공개로 처리했던 사례는 지난 박근혜 정부 당시 한·일 정상 통화에서도 있었다. 당시 알 권리를 주장하며 소송까지 치렀지만, 재판부는 통화 내용을 비공개로 처리했다.

팩트체크 결과 이데일리 스냅타임은 ‘한·미 정상의 통화 내용 공개를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주장을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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