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침해소! 청춘뉘우스~

(영상)”휠체어는 입장 어려워”…장애인 한류팬이 본 한국의 관광 현실

뇌병변 장애 쿠미코씨, 홀로 한류 관광 결심
예매부터 난관...콘서트 입장까지 첩첩산중
20년 전 일본도 비슷...장애인 이동권 귀 기울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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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사회협동조합 ‘무의(Muui)’와 뇌병변 장애를 지닌 일본인 한류 팬 카루베 쿠미코씨와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1인칭 시점에서 쓰여졌습니다. 

저는 카루베 쿠미코, 일본 치바현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한국의 드라마를 시청하고 배우 박해진씨를 보러 팬미팅을 누비는 게 삶의 낙인 40대 열렬한 한류스타 팬입니다. 한국 방문은 이번이 약 8번째네요.
장애를 가진 외국인에게 한국에서의 문화 관광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이야기를 하고 싶어 여러분 앞에 섰어요.

일본인 한류 팬 카루베 쿠미코씨는 2010년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를 본 뒤 배우 박해진씨의 팬이 됐다. 사진은 박해진씨. (사진=마운틴무브먼트 제공)

한류 드라마에 빠져…휠체어 끌고 홀로 한국에

뇌성마비를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뇌에 난 상처로 운동신경이 좋지 않아 20대 때부터 휠체어를 타야 했죠.
남들과 다른 신체적 특징 때문인지 학창 시절 내내 따돌림을 겪었습니다. 학교를 졸업해 20대 사회인이 되었을 땐 누군가와 대화조차 힘든 소극적인 사람이 되어 있었어요.

소심해진 성격을 고쳐보려 나름 애써봤지만, 노력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슬픈 순간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 때마다 할리우드와 홍콩, 대만, 한국 등 다른 국가에서 나온 영화와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들을 DVD로 시청하며 슬픔을 극복했습니다.

배우 박해진씨의 팬이 된 건 10년 전 그가 출연한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를 보고 나서부터입니다. 힘든 일을 겪어 지쳐있던 중 이 드라마는 유일한 낙이 돼 주었습니다. 일본에서 열린 그의 팬미팅에 참석한 뒤 그의 충실한 팬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죠.

팬덤 활동을 하면서 그가 있는 곳에 함께하고 싶다는 열망이 더욱 커져갔어요. 2011년 11월 그를 보러 처음 한국 땅에 발을 디뎠습니다. 감사하게도 이때까지 여행 등 모든 외출 시 함께하며 도와주는 친구가 있었죠.
그럼에도 그의 팬이 아닌 친구에게 저 하나 때문에 시간과 비용을 내어달라고 부탁하는 일이 점점 미안하고 불편해졌습니다. 이 친구가 결혼을 한 뒤 특히 어려워졌죠.

거동이 불편한 휠체어 이용자란 이유로 문화생활과 여행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2016년 박해진씨가 참석하는 한 콘서트 행사에 참가하고자 처음 홀로 한국 방문을 결심합니다.

해외를 돌아다니는 게 처음은 아니었어요. 그럼에도 미국과 영국, 방콕, 중국 등 제가 다녀본 여러 국가들 중 한국이 휠체어를 타고 여행하기 가장 어려웠습니다.

서울 지하철 2·3호선 교대역에 붙은 휠체어 환승 통로 안내 문구. (사진=무의)

티켓팅부터 난관…장애인 콜택시는 그림의 떡

행사 입장권을 구매하는 첫 단계부터 난관이었어요. 한국에서 열리는 콘서트와 시상식 행사들은 티켓 판매 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그러나 외국인 팬들이 한국에서 열리는 공연, 행사에 참가하려면 대행사를 통해야만 합니다. 그러다 보니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행사일지라도 좌석에 따라 최소 12만원, 많게는 30만원도 넘게 지출해야 했습니다.

12만원을 들여 어렵게 예매한 좌석은 무대에서 한참 먼 3층석이었습니다. 이같은 사실도 서글픈데 좌석까지 휠체어로 이동할 수 있는지 문의하는 과정조차 녹록지 않았습니다.

일본에서는 공연장 관계자 혹은 주최 측에 이메일로 문의하면 휠체어석의 존재 여부나 휠체어로 이동 가능 여부 등을 사전에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관계자들 대부분은 휠체어 관련 문의를 받으면 미리 메모를 해놓은 뒤 행사 당일 운영진들에게 관련 사실을 미리 귀띔해놓습니다. 행사 당일 휠체어를 탄 장애인 관람객이 운영진의 인솔을 받아 쉽게 이동할 수 있게 안내하기 위함이죠.

한국에서 열린 이 행사에 휠체어 이용자의 출입 및 통행이 가능한지 수차례 주최기관, 공연장 측에 문의 메일을 보냈습니다만 묵묵부답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행사 참가를 포기해야 하나 망연자실 하던 중 ‘무의(Muui)’를 만났습니다. ‘무의’는 장애인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인식 개선 활동을 펼치는 한국의 협동조합입니다.

무의의 도움 속에서도 장애를 가진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여행하는 건 어려움 투성이였습니다.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향하는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콜택시가 있었지만 진료 목적으로만 이용이 가능하다 해 포기하고 숙소까지 지하철로 이동했습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청소도구함 된 장애인 화장실…동행자 없이 휠체어 입장 못해

한국의 지하철은 계단이 많습니다. 휠체어로 계단을 오르려면 계단 한 쪽 경사로에 설치된 경사형 휠체어 리프트를 타야 하고, 탑승을 위해서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지하철역 승강장에서 역무원을 애타게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15분을 발을 동동 구르다 겨우 역무원 호출버튼을 발견해 눌렀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친절한 한국인 승객의 도움으로 플랫폼에 들어선 지 30분 만에 계단을 오를 수 있었습니다.

한국 여행이 익숙해진 지금도 휠체어를 탄 몸으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역무원 호출 버튼이 고장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곳들이 지금도 대다수입니다. 여러 호선이 지나는 환승역은 계단 구간마다 관리 호선이 다른 것 같더군요. 리프트 탑승에 문제가 있어 호출해도 자기 관할이 아니라 해결해줄 수 없다고 손사래를 치는 역무원들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저야 운 좋게 무의를 통해 소통에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누군가의 도움 없이 이동해야 할 다른 휠체어를 탄 외국인 관광객들은 훨씬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겁니다.

버스를 이용하는 건 더욱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계단을 올라 승차하는 버스가 많은데다 승차한 뒤에도 휠체어 고정이 어렵고, 지하철처럼 다양한 외국어로 안내 방송을 하지도 않으니까요.

우여곡절 끝에 공연장에 도착해서도 씁쓸함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공공장소에서 운영하는 대부분의 장애인 화장실은 청소도구함처럼 이용되고 있습니다. 사용할 사람이 거의 없는 것처럼 청소도구가 어지럽게 쌓이고 널려 있죠.

휠체어 전용 좌석이 없는 공연장들도 많습니다. 그럴 때면 좌석들 측면에 자리잡은 경사진 보행 통로에 브레이크를 걸고 휠체어를 위태롭게 고정시킨 채 행사를 관람해야 합니다. 일부 공연은 ‘휠체어 이용객은 동행자 없이 행사에 입장할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해 출입조차 할 수 없게 합니다. 장애를 가진 관광객이 한국에서 문화 및 여가생활을 즐기려면 교통비 뿐 아니라 보호자 동행 비용까지 수 배에 달하는 돈을 지출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공연장에 입성해도 다른 관객, 무대에 서는 연예인과 소통하는 느낌을 받기 어렵습니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자리가 대부분 꼭대기 층이나 경사가 가파른 측면 통로 등 일반 객석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거리가 멀고 조명도 비추지 않는 어두운 곳이라 제대로 무대를 볼 수 없습니다.

日, 장애인 차별 금지법 제정…20년 만에 인프라 개선 

“장애인이면 누군가의 도움 없이 혼자 좋아하는 스타를 만나고 여행을 가는 것도 잘못이 되는 걸까.”
제가 일본에서 나고 자라지 않았다면 두 번 다시 한국을 여행할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겁니다. ‘노인·장애인 복지 강국’이라는 일본도 20년 전까지는 지금의 한국 풍경과 다르지 않았거든요.

그러다 고령 사회로 변모하면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고려한 산업과 복지 인프라가 구축되기 시작합니다. 노인 복지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장애인 차별 금지법까지 제정됐죠.
그렇게 변화가 쌓여 현재, 일본에서는 휠체어 이용자가 혼자 마음 놓고 거릴 누비는 풍경이 상당히 익숙해졌답니다.

역무원이 늘 지하철역 승강장에 상주해 호출버튼을 누른 뒤 한참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요, 먼저 환승역은 어디인지, 어느 역에서 하차할 것인지 여부를 물어줍니다. 환승역, 목적지 역 역무원에 미리 전화를 걸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승객이 있다고 요청해주기까지 하죠. 덕분에 환승역이나 목적지 역에 내릴 때까지 신속한 이동이 가능해졌습니다.

콘서트 관람의 질도 높아졌습니다. 전화 한 통이면 공연 관계자들이 메모를 해놨다가 행사 당일 공연 좌석까지 안전히 휠체어로 이동할 수 있게 도움을 주고, 가파른 계단식 구조의 공연장도 휠체어에 앉아 안전히 관람 가능한 수평형 스탠딩석으로 점점 바뀌고 있습니다. 울퉁불퉁한 턱과 요철이 많아 휠체어로 혼자 진입이 불편했던 거리의 바닥, 상점 입구들도 평평하고 매끄럽게 변화하는 중입니다.

제 소망은 한류스타가 있는 한국을 혼자서도 자유롭게 여행하고 거니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저와 같은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 휠체어 이용자들도 이동이 불편한 현실입니다.

변화는 무엇이 문제인지 자각하고 해결책을 요구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장애를 가졌지만 우리는 똑같이 여가를 즐기며 소비를 누리고 원할 때 어디로든 떠날 권리를 지녔습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실천할 마음을 먹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변해야 할 것들이 보이고 목소리를 낼 용기가 생기거든요.

그래서 응원하고 기원해봅니다. 자신의 욕구에 당당해 용기를 내는 장애인들이 많아지길, 이들을 돕는 ‘무의’ 같은 사회 단체들이 늘어나길, 한국의 정부와 문화 산업 관계자들이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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