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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캅스는 “수준 낮은 코미디”...구글 플레이 설명 논란

(사진=구글플레이 무비) 19일 논란이 된 구글플레이 무비 '걸캅스' 영화소개는 20일 오전 수정됐다.


지난 19일 SNS 상에서는 ‘구글 플레이 영화정보’에 기재된 ‘걸캅스’ 영화정보 논란이 불거졌다. 한 누리꾼은 구글 플레이 영화정보 창에 영화 ‘걸캅스’가 “영화 자체도 진부하고 식상한 전개, 수준 낮은 코미디 등으로 혹평이 쏟아졌다”고 설명돼 있는 것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영화 줄거리가 하나도 담겨 있지 않은 채 편견만 가득한 영화소개”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문제점은 또 있었다. 일반적인 영화소개에 배우는 주연배우 순으로 소개되지만, 구글플레이 무비에서는 주연배우인 라미란, 이성경 대신 조연배우 위하준, 윤상현이 먼저 기재된 것이었다. 이에 누리꾼들은 “여성주연 영화에 대한 불필요한 반발”이라며 분노했다. 구글 플레이 무비 측은 20일 오전 ‘걸캅스’를 검색결과에서 내렸다가 수정된 정보로 다시 게시해 둔 상태다.

영화소개 출처 ‘위키백과’…. 구글 플레이는 ‘묵묵부답’

그렇다면 해당 영화소개는 누가 작성했을까? 구글 플레이 무비의 영화소개는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백과’ 검색결과의 첫 문단으로 기재된다. 논란이 된 문구는 5월 19일 오후 10시 5분에 작성됐고, 오후 10시 32분 ‘반달 이전 상태로 복구’라는 메모와 함께 바로 복구됐다. 여기서 말하는 ‘반달’이란 반달리즘을 뜻하며, 위키백과에서는 문서를 고의적이나 반복적으로 훼손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구글 플레이 무비는 위키백과의 훼손된 문서를 영화소개로 기재한 것이다.

이렇듯 위키백과와 같이 누구나 문서의 편집과 관리에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백과사전의 경우, 몇몇 사용자가 악의를 가지고 문서를 훼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2017년 2월 위키백과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치인’으로 기재되고, 이재명 시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성남시장’이라고 기재돼 논란을 낳은 적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개방형 백과사전’의 공신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사진=위키백과) '반달'당한 문서(위)는 30분만에 복구됐다(아래).


일각에서는 위키백과의 내용을 가져오는 구글 플레이 무비 측의 방식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걸캅스’ 문서에 대해 반달리즘이 일어난 것은 주말 오후 10시에서 10시 반 사이로 30분도 되지 않는 시간”이라며 “해당 시간에 수정된 내용을 바로 가져다 쓴 것에 대해서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논란과 관련해서 구글 플레이 무비 측에 문의하려고 전화연결을 시도했으나 구글 플레이에서는 “무비·북 관련 전화문의는 현재 불가능하다”라고 안내했다. 다른 내선을 통해 구글 플레이 이용 관련 문의를 시도했지만 “인증된 계정으로 콘텐츠를 결제하지 않은 경우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현재 구글 플레이 무비에서 해당 영화소개는 수정된 상태다.

‘걸캅스’에 제기되는 각종 논란... “페미니즘 백래시”

(사진=영화 '걸캅스' 스틸 이미지)


개봉하기 전부터 ‘걸캅스’는 평점 테러 논란과 맞닥뜨렸다. 영화는 개봉 전부터 ‘걸복동’(영화 ‘걸캅스’와 ‘자전차왕 엄복동’의 합성어로, ‘자전차왕 엄복동’이 17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실패한 것을 ‘걸캅스’에 빗댄 용어)이라고 불렸고,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안 봐도 뻔한 스토리”일 것이라는 글들이 올라왔다. 그러나 ‘걸캅스’는 기대 이상으로 흥행했고, 지난 18일 개봉 10일 차에 누적 관객 수 100만 명을 돌파했다.

그러자 개봉 후부터는 ‘걸캅스’에 대한 ‘영혼 보내기’ 관람운동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영화정보 ‘반달리즘’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에 대해 많은 누리꾼이 “여성 주연 영화에 대한 반발이 불러온 불필요한 논란”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한울(가명·26) 씨는 “여성이 주연이라는 이유만으로 보지도 않고 영화를 폄훼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다”라고 말했다. 정 씨는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영화를 본 뒤 비판할 지점에 대해 얘기할 수는 있”지만 “영화를 보지도 않고 무조건 프레임을 씌우는 건 치졸한 것 같다”고 얘기했다.

개봉 첫날 ‘걸캅스’를 관람했다는 김라미(가명·24·여) 씨는 “‘걸캅스’는 여성 주연 영화로서도 가치가 있지만, 영화 자체로도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걸캅스’에 개봉 전부터 각종 논란이 따르는 것에 대해서도 “여성 영화 하나에 이렇게 별점 테러, 영혼 보내기 논란 등이 지속되는 것도 웃기다”며 “여성이 관련되면 무조건 다 완벽해야 하고 흠집이 없어야 된다는 식으로 여성 주연 영화에만 가혹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평점 테러와 같은 일은 ‘캡틴 마블’, ‘걸캅스’ 등 여성 주연 영화들에 빈번하게 나타난다. ‘걸캅스’와 비교됐던 남성경찰 영화 ‘청년경찰’의 개봉 전 네티즌 평점은 8.77(참여 1429명·네이버)이다. 이에 반해, ‘걸캅스’의 개봉 전 네티즌 평점은 3.01(참여 731명·네이버)로 '청년경찰'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일각에서는 이런 현상이 페미니즘 백래시(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해 나타나는 반발 심리 및 행동을 이르는 말)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변혜정 여성학자는 “영화의 의미를 폄하하거나 자의적으로 왜곡하는 것은 문제”라며 “영화를 관람하고 영화의 맥락을 고려하며 토론하는 것이 가치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 여성학자는 “유독 여성 관련 영화에만 평점 테러와 같은 의도적 폄하가 발생한다”라며 이는 “한국사회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발심으로 일어난 현상일 것”이라 분석했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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