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를 위한 뉴스

snaptime logo

[김보영의 키워드] 우리는 왜 펭귄문제를 풀고 스냅챗을 다운 받을까

정답을 맞히지 못하면 3일 간 펭귄으로 프로필 사진을 변경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카카오톡 등 메신저에서 화제가 된 '펭귄문제'.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끊이지 않는 사건 사고로 한 주 간 수많은 정보들이 홍수처럼 넘쳐 흐르고 있습니다. 아울러 빠르게 변하는 세태를 반영한 시사 용어와 신조어들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죠. 스냅타임에서 한 주를 강타한 사건과 사고, 이슈들을 집약한 키워드와 신조어들을 알기 쉽게 정리해주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매 주말 하나의 키워드를 한 주 간 발생한 이슈들과 엮어 소개 합니다.

지난 23일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서는 '펭귄문제'란 키워드가 1위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모바일 메신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하는 독자들은 이날 지인들의 프로필 사진이 전부 펭귄 사진으로 바뀌어 있는 광경을 적잖이 목격하셨을 겁니다.

펭귄 문제는 이날 하루 모바일 메신저와 SNS에 이어 실시간 검색어, 더 나아가 여의도 국회에서까지 언급될 정도로 엄청난 파급력을 보였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같은 날 '스냅챗 아기필터', '애기얼굴 어플'이란 키워드도 실검에 하루종일 오르내렸습니다.

이보다 하루 전날인 22일에는 미국의 수제버거 체인 '인 앤 아웃 버거'의 팝업 스토어가 서울 강남구에서 열려 실검을 장악했습니다.  지난 이틀 실검 상위권을 장악한 이 세가지 검색어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으니, 바로 '인싸'(인사이더)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는 것입니다. '인싸퀴즈', '인싸놀이', '인싸체험'이란 해시태그를 붙여 SNS에 인증 게시물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SNS 인증 열풍을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는 TV프로그램, 업체들도 많아졌습니다. '인싸'가 되기 위해 사람들이 이를 경험하고 소비하는 것 자체가 미디어와 시장 트렌드를 이끄는 것이죠. 사람들은 왜 '인싸' 대열에 합류하려 이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일까요? 사람들 모두가 세상의 흐름 혹은 준거집단에서 소외되길 두려워하는 '포모(FOMO)' 증후군을 어느 정도 지니고 있으며 SNS의 발달이 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이번 한 주의 이슈, '인싸문화'와 '포모 증후군'이란 키워드로 살펴보겠습니다.

앵글을 맞춰 셀카를 찍으면 아기 얼굴로 변환해주는 스냅챗 아기 얼굴 필터. 사진은 스냅챗 필터로 아기 얼굴 사진을 올린 소유진·백종원 부부. (사진=소유진 인스타그램)


소비 문화가 된 '인싸'...SNS 한 몫

'인싸'는 당초 인사이더(insider)의 준말로 사람, 무리들과 잘 섞여 어울리는 이들 또는 그런 성격을 지칭할 때 사용되던 말로 무리에 잘 섞이지 못하는 '아싸'(아웃사이더)에 대항하는 반댓말로 등장했습니다.

그 후 포털사이트에 인싸를 검색하면 '인싸가 되는 법', '인싸력', '인싸와 아싸 감별법', '인싸템'(인싸들이 사용하는 물건) 등 연관 수식어들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취업포털 인크루트 설문조사 결과 최고의 유행어 3위까지 등극합니다.

최근 인싸는 신조어를 넘어 하나의 소비 문화, 유행 그자체를 대변하는 용어로 의미가 확장되고 있습니다. 특정 물건을 사용한다거나 어떤 놀이나 퀴즈, 행위를 체험해 봤는지 여부가 무리를 주도하는 '인싸'인지를 판단하는 척도가 되는 것이죠. '펭귄문제'와 '스냅챗 아기필터', '인앤아웃 버거'가 '인싸퀴즈', '인싸놀이', '인싸체험'이란 키워드로 열렬히 소비되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입니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어떤 행위와 서비스, 상품을 '인싸'로 만드는 열쇠일까요? 정답은 SNS의 발달에 있습니다. 최근 실시간검색어에 오른 세 인싸놀이는 인스타그램과 카카오톡 등 SNS에 인증하기 쉬운 형태로 소비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녔습니다.

펭귄문제를 틀리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교체해 인증을 해야 했다는 점이 대표적입니다. 이는 다른 지인들의 바뀐 프로필 사진을 보고 해당 퀴즈에 궁금증을 갖게 해 효과적으로 확산시키는 데 기여했죠. 특히 카카오톡은 10대~30대 청년들은 물론 스마트폰을 사용 중인 중장년층까지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메신저라 파급 효과가 엄청났습니다. 여의도 국회에서도 이 단어가 언급됐으니 말이죠. 김현아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23일 "국회 정상화에 답 못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프로필 사진을 펭귄으로 바꿔라"라며 펭귄문제의 유행을 활용한 풍자 논평을 펼쳤습니다.

셀카를 찍으면 아기처럼 앳된 얼굴로 만들어주는 필터로 화제가 된 스냅챗도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배우 박신혜, 개그우먼 송은이와 김숙 등 연예인들과 인플루언서들의 인스타그램 인증이 유행에 결정적 역할을 해줬습니다.

지난 22일 오전 11시 엄청난 대기 행렬과 함께 서울 강남구에 팝업스토어를 열어 빠른 완판을 기록한 '인 앤 아웃 버거'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된 수천개의 해시태그 게시물이 화제 몰이에 한 몫했습니다.

이에 대해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이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지, 이 상품이 얼마나 뛰어나고 이 경험이 얼마나 재미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중요한 건 어찌됐든 그것을 경험하는 것 자체라고 본다. 입소문이난 그 행위를 나도 겪었다는 점을 SNS로 남들에게 알리고 싶은 심리다. 그 행위를 겪어볼 수 있는 기회가 한정적이고 희소성이 있을수록 더 재미가 있고 값지다고 사람들은 인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표=스마트학생복)


'아싸 되고 싶지 않아'...두려움이 빚어낸 소비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굳이 음식을 먹기 위해 땡볕에서 줄을 서고, 프로필 사진을 바꾸고 앱을 깔면서까지 '인싸'가 되고 싶어하는 걸까요?

전문가들은 이를 '포모(FOMO)' 증후군과 연결 짓습니다. 'FOMO'는 'Fear Of Missing Out'의 앞글자를 딴 것으로 세상의 흐름에 자신만 소외되거나 고립됐다고 느끼는 공포감을 일컫습니다. 포모는 당초 '한정수량', '매진임박' 등 한정된 수량을 강조해 구매 행위로 이끄는 마케팅 전략을 이르는 단어였습니다. 그 후 하버드, 옥스퍼드 대학에서 이를 '유행에 뒤쳐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공포심리'라는 사회 병리현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게 됐죠.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SNS의 발달이 대중들의 포모 심리를 더욱 자극한다고 말합니다. '인싸'가 되려 그런 수고를 감수하는 것도 '나만' 유행에서 뒤쳐지고 싶지 않은 위기 의식에서 비롯됐다는 겁니다.

실제로 스마트학생복이 지난 2월 청소년 100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싸 문화의 단점으로 '인싸 문화를 체험하지 못하거나 인싸템을 구매하지 못한 인원의 역차별'(27.1)을 응답한 학생들이 '인싸어 사용으로 인한 한글 파괴'(44.4%) 다음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인싸라는 단어의 영향력을 조사하는 항목에서도 '인싸라는 말만으로 제품을 구매하거나 활동을 한 적이 있을 정도'라고 응답한 학생들이 36.5%나 됐습니다.

대학생 최유정(25·여)씨는 "'인싸'라는 해시태그가 걸린 SNS 인증 게시물을 보면 대체 어떤 것이기에 이 정도로 입소문을 탔는지 궁금해서도 있지만, 댓글 등 반응을 보면 모두가 다 아는 것 같은데 나만 모르고 소외된 듯한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체험하고 싶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인앤아웃 버거를 먹어보기 위해 아침부터 250명이 넘는 사람들이 긴 대기행렬을 이루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인싸 마케팅에 거부감도...구별짓기 경계해야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이를 '구별짓기'라는 개념으로 설명했습니다. 이 교수는 "너와 나, 재력이나 문화적 소양 등으로 특정 계급과 계층을 나누는 등 인류 역사에서 늘 구별짓기가 있어왔다. 지금은 이 구별짓기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싸'와 '아싸'로 나타난다"며 "어떤 조직에서 대접을 받거나 주도하는 무리에 포함되고자 하는 욕구로 '인싸 문화'가 발생한 것이라고 본다. 아싸가 되고 싶지 않으니 인싸가 되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에는 인싸를 강조하는 소비 문화에 피로감을 느껴는 청년들도 생기고 있습니다.  회사원 김서원(28·여)씨는 "사람은 상황에 따라 다중적인 면모를 보이고 여러 인격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이를 '인싸', '아싸'로 나눠 서열화하는 게 불편하다"며 "이같은 분위기를 이용해 상품 판매에 활용하는 업체들에도 거부감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대학생 김준우(25)씨도 "이제는 '인싸'란 단어가 하도 회자되다 보니 좋은 의미로 들리지 않는다. 예능, 개그프로그램에도 이를 풍자하는 코너들이 생겨나서 그런지 요즘들어 '인싸'란 단어가 조롱에 가깝단 생각도 든다"고 했습니다.

하재근 평론가는 "모두가 의무적으로 이 제품, 이 트렌드를 알아야 한다고 강요하거나 모르면 뒤쳐지는 것이라고 경고하며 마케팅을 풀어내는 방식은 세대, 계층 간 갈등을 야기할 수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