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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친이 저를 깨끗하게 잘 썼대요" 사연에 "당해도 싸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남자친구시죠? 깨끗하게 잘 썼습니다.”

지난 7일 모 대학 ‘대신 전해 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의 한 여학생의 제보는 논란의 중심이 됐다. 자신의 전 남자친구 A가 현재 남자친구 B에게 보낸 메시지를 올리며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느냐는 글을 올렸다. 전 남자친구가 보낸 문자 내용이 “○○○ 남자친구시죠? 깨끗하게 잘 썼습니다”였기 때문이다. 그 후 문자를 보낸 전 남자친구 A는 ‘환승 이별’을 당했기 때문에 그러한 문자를 보냈다고 반박했다.

(이미지= 모 대학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이에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환승 이별’을 했기때문에 '당해도 싸다'는 것이다. ‘환승 이별’은 연애하는 상대가 있는 도중에 누군가를 만나 이별을 고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아무리 ‘환승 이별’을 당했더라도 성희롱적인 메시지는 용납될 수 없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여성 인권 관련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자 메시지는 여성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행위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하지만 법률 관계자들은 법적인 조치는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변혜정 여성학자는 “어떤 방법으로 이별했어도 여성을 물건 취급하는 문자를 보낸 것에 대한 변명은 될 수 없다”며 “여성이 물건인 적도 없었지만 물건을 깨끗하게 잘 사용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어떠한 맥락을 떠나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바람을 피웠든 뭘 했든 전에 사귄 남자친구가 어떤 자격으로 후에 사귄 남자친구에게 물건 양수인도증을 발행하듯 문자를 보낸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여성과 남성의 개인적인 일이라고 문제를 일축하면서도 이러한 경우를 ‘이별 폭력’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만약 여자가 바람을 피워서 헤어진 거라면 남자 쪽에서는 물론 억울함을 느낄 수 있지만 어떤 이유로 헤어졌든 헤어진 후에 이렇게 문자를 보내는 것은 매우 비열한 행위라는 것이다. 특히 헤어진 후 어떤 말이나 행동으로 인해 상대가 불편함이나 위협을 느낄 경우는 ‘이별 폭력’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글에 대한 네티즌들 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미지= 모 대학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여성 인권 전문가들은 일단 문자 메시지의 내용도 문제지만 댓글로 성희롱이 여과없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 또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 정도는 받아야 싸다’는 댓글을 올리는 네티즌들은 여성을 비하하는 단어를 포함한 성희롱적인 용어를 사용하며 해당 글을 올린 여성에 대한 비방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여성 인권 전문가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당사자들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사생활 문제임을 강조했다. 그는 “바람을 피웠던 것이 맞는지,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한쪽의 말만 듣고 제 3자들이 여성이 바람을 피웠기 때문에 저런 문자를 받아도 된다는 판단과 성희롱적인 발언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명예훼손이나 성희롱 관련한 법적인 조치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정인이 밝혀진 사건이 아닌 익명의 공간에서 이뤄진 일이기 때문이다.

신민영 변호사는 “모욕이나 명예훼손은 공공연하게 여러 사람 앞에서 모욕감을 느낄만한 일이거나 명예가 훼손될 만한 일에 해당한다”며 “이번 일 같은 경우에는 특정인이 밝혀진 것이 아니라 익명으로 제보가 된 것 이기 때문에 명예훼손은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재 남자친구에게 비방 메시지를 보낸 것은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신 변호사는 “명예훼손죄의 성립은 ‘전파가능성’이 중요하다”며 “한 명이 그것을 떠들고 다닐 가능성이 있는가를 따져봐야 하는데 이 사건 같은 경우에는 현재 남자친구가 그 일을 얘기하고 다닐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성희롱과 관련해서는 처벌 규정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강제 추행이나 강간 정도가 돼야 처벌이 가능하고 언어적인 부분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을 제외하면 처벌규정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댓글로 달린 해당 여성에 대한 2차 가해 또한 법적인 개념이 아닌 도의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해당 페이지 관리자가 이번 일을 장난으로만 여겨 불편하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이미지= 모 대학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한편 올라온 제보를 가벼운 장난쯤으로 여기는 페이지 관리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소식을 접한 한 네티즌은 “익명의 남성과 여성의 개인적인 일이라 그 사건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다고 해도 페이지 관리자가 사건을 다루는 태도가 정말 실망스러웠다”며 “페이지 관리자가 누구 편도 못 들어주겠다, 자기는 누군지 다 안다, 여자 당사자가 직접 댓글을 몰래 달기도 했다는 등의 댓글을 직접 다는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졌다”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해당 대학 총학생회도 이러한 익명 페이지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총학생회는 “총학생회 임기가 시작할 때 늘 공지하는 것은 '대나무숲'같은 익명 소통 공간에는 대응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이유는 수많은 익명 페이지를 관리하는 것이 학생회가 아니며 정말 학교 학생이 관리를 하는지, 타 대학 혹은 기업이 관리를 하는지 저희도 알 길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이어 “총학생회 측에서 학교 비하 발언 등 문제가 되는 발언에 대해 자제를 부탁하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해봤지만 늘 페이지 관리자는 묵묵부답”이라며 “경찰에도 신고를 해봤지만 페이지로 운영되는 거라 관리자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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