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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능력, 여자는 외모?"...데이팅 앱 '성차별' 가입 기준 논란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데이팅앱 성차별적 요소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처음에 가입 기준을 보고 뭐지 싶더라고요. 얼마나 여성 회원을 필요로 하면, 남성 회원은 가입 절차가 복잡한 반면에 여성 회원은 번호 인증만 하면 되더라고요. 복잡한 절차에도 불구하고 여성을 만나기 위한 남성 회원이 많기 때문이겠죠.”

대학생 김혜수(가명·26) 씨는 성별에 따라 가입요건을 구분한 일부 데이팅 애플리케이션들의  운영 방침에 문제를 제기하며 이같이 말했다.

2030 밀레니얼 세대에게 익명의 온라인 공간에서 만남을 가지고 관계를 맺는 건 비교적 익숙한 풍경이 됐다.  이와 함께 다양한 이들의 수요를 반영한 소셜 데이팅 애플리케이션들도 잇따라 출시되는 추세다. 특히 '스카이피플' 등 학벌과 직종으로 가입 요건에 한계를 둔 소위 '스펙형' 데이팅 앱들은 확실한 신원 보증 등 프리미엄 소개팅 전략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성별로 가입요건에 차등을 두거나 남녀에 요구되는 스펙의 기준을 다르게 두는 데이팅 앱들의 운영 방침이 논란이 되고 있다. '남자는 능력, 여자는 외모'와 같은 성차별적 인식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도 기존의 남성과 여성의 성 역할 통념에 기댄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 애플 스토어 캡쳐)


남성은 세 가지 조건, 여성은 프리패스? 

“서울대생이 만든 아무나 가입되지 않는 프리미엄 소개팅”이라는 슬로건 아래 운영되고 있는 데이팅 애플리케이션 스카이피플은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 현재 약 25만 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스카이피플 가입절차는 성별에 따라 구분되는데 남성은 직장, 학교 인증이 필수이고 여성은 번호 인증만 하면 간단하게 가입이 끝난다.

일례로 남성은 다음 중 하나에 해당하는 회원만이 가입할 수 있다.

  1. 서울대, 고려대(서울), 연세대(서울), 카이스트, 포스텍,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서울), 전국 의/치/한의대·의치전·약대·로스쿨, 해외대학, 중앙대, 경희대, 외대, 서울시립대 등을 재학 중 혹은 졸업한 남성

  2. 대기업/공기업/외국계 기업/국가기관/언론사/교사

  3. 전문직(의사, 변호사, 변리사, 회계사, 약사, 수의사, 세무사 등)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를 만족하기 위해서는 해당 학교 메일이나 회사 메일, 전문직 자격증 등을 인증하는 절차를 거친다. 이렇게 기준이 비교적 뚜렷한 남성 회원의 자격과 달리 여성 회원은 단순히 번호 인증과 얼굴 사진을 올리면 가입할 수 있다.

스카이피플 앱 내 가입 조건(사진=스카이피플 앱 캡쳐)


성고정관념에 씁쓸한 이용자들

이용자 박소정(가명·30) 씨는 “사회에서 여성에게 바라는 요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 같아서 마음이 좀 씁쓸하기도 하면서도 상당히 시대착오적인 애플리케이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관습처럼 여겨지는 남성은 능력, 여성은 외모 프레임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에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이용자 회사원 송은미(가명·32) 씨는 “이러한 성별에 따른 구분은 결국 능력 있는 남성이 아름다운 여성을 선택한다는 뜻이고 경제적으로 종속시켜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파악하게 하는 것 같다”며 “남성 역시 능력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기에 남성들에게도 족쇄로 작용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인증시스템은 비단 여성만의 불만이 아니다. 가입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송현우(가명·29) 씨는 “남성들한테만 프로필 인증을 요구하는 게 불합리하다”며 “마치 무슨 남성을 일종의 거름망으로 거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문가, "'스펙' 기준 속 권력 관계 잘 살펴야"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성별에 따른 조건이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일이라는 의견도 있다. 스카이피플 인증 시스템에 만족한다는 최수희(가명·27) 씨는 “저는 여성의 프로필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오히려 안심이 되기도 한다”며 “만약 직장이나 대학교 인증 등의 프로필을 요구했다면 저는 이용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변혜정 여성학박사는 “사실 최소한의 신원 보증으로 여성을 보호한다고 하지만 그 신원이 정말 진짜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노릇이며 그 보호라는 개념 속에 감춰진 권력 관계를 들여다 봐야한다”며 “여성의 프로필을 밝히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은 여성을 정말 보호하는 것이 아닌 여성의 프로필을 공개하면 여기저기 신상이 떠돌아 다녀 결국 여성에게 피해가 돌아오는 사회문화적인 문제”라고 일침 했다.

이어 변 박사는 “또 좋은 학교, 대기업을 다니는 사람이라고 해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보증되는 것이 아닌데 일종의 공신력을 제공한다는 것 하나로 엄청난 신뢰를 주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이라며 “일차적으로는 안심할 수 있겠지만 이러한 앱 내의 시스템의 성차별적 요소에 대한 고찰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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