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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맛 대신 눈·귀로 먹는 게 대세...코하쿠토·색종이 왜 먹나?



"처음엔 저런 걸 왜 굳이 돈 주고 사먹나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중독이 됐어요. 독특한 식감과 씹는 소리, 유튜버들이 먹는 표정을 보면 무슨 맛일지 궁금해지더라고요."

회사원 장지혜(가명·26)씨는 코하쿠토(보석젤리), 종이 국수, 식용 분필 등 특이한 음식 ASMR 먹방 영상을 찾아 보는 게 취미다. 지난달 우연히 유튜브에서 유튜버 재열이 촬영한 '식용 빗 먹방' 영상을 보고 나서부터다. 장씨는 "사람이 어떻게 종이랑 빗을 먹는지 궁금해서 찾아보다가 특이한 형태의 식용 물건, 간식을 먹는 게 유튜버들 사이에서 유행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얼마 전엔 직접 맛보고 싶어서 코하쿠토, 식용 색종이 파는 업체를 수소문해 주문해봤다.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극하기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라 자주 시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먹방'이 진화 중이다. 처음에는 라면, 삼겹살 등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을 많이 혹은 맛있게 먹는 콘텐츠가 성행했지만 업계가 포화되자 보다 특이하고 이색적인 걸 원하는 시청자들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어린이들과 1020세대 사이에서는 보석젤리, 식용 색종이, 식용 딱풀 등 독특한 형태와 식감을 지녔거나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간식을 먹는 먹방이 각광을 받고 있다. '보석 젤리 만드는 법' 등 관련 레시피 콘텐츠가 함께 증가하는 것은 물론 해당 음식 판매처들의 매출도 수십배 가까이 오르는 등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린다는 분석이다.

반면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는 어린이들이 많은데 사용한 음식의 영양 성분, 해당 음식이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는 없는지 등 주의 없이 콘텐츠가 소비되는 현상에는 우려를 표하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인기 ASMR 먹방 유튜버 재열이 업로드한 식용 빗 먹방 영상 화면 갈무리(사진=재열 유튜브)


ㅍㅍ보바·식용 색종이 없어서 못 사...레시피 영상도 인기 

요즘 먹방 콘텐츠의 핵심 트렌드는 '희소성', 그리고 '소리'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간식, 씹었을 때 독특한 식감과 소리를 지닌 음식을 ASMR로 들려주는 먹방이 인기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떵개떵(구독자 수 343만명) 등 인기 먹방 BJ·유튜버들이 식용 색종이, 지구 젤리 등 특이한 간식을 ASMR 먹방 영상으로 찍어 올려 화제를 얻자 인기 유튜버들이 먹은 특이 간식을 직접 먹고 리뷰하는 영상들까지 인기를 얻게 됐다.

이색 음식 먹방의 인기는 보는 재미를 넘어 직접적인 매출 증가로 이어지는 파급 효과를 낳았다. 지난 11일 소셜커머스기업 위메프가 지난 1월부터 5월까지의 식품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팝핑보바와 우주캔디 등 유튜브 먹방 영상에서 유행한 이색 음식 상품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버블티에 들어가는 펄의 한 종류로 개구리알과 같은 생김새에 톡톡 터지는 소리가 나 ASMR 먹방 소재로 인기를 얻은 '팝핑보바'는 21배 가까이(2075%) 판매량이 늘었다. 바삭바삭한 식감의 사탕 우주 캔디도 17배 이상(1709%) 매출이 증가했고 식용 색종이 매출은 지난해 11월 대비 올해 매출이 6배 이상(621%)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식용색종이 판매처인 A기업 관계자는 "일부 인기 먹방 BJ·유튜버들이 구입해 먹은 게 화제가 되면서 연예인,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에서 해당 제품을 소개하거나 먹고 리뷰하는 영상들까지 늘어났다"며 "먹방 영상의 영향으로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면서 학부모들의 구입 문의도 많이 늘었다. 요즘은 매출이 5배 넘게 뛰어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색 간식 먹방이 큰 인기를 끌다 보니 최근 먹방 유튜버들은 제품을 구입하는 것을 뛰어 넘어 본인들이 직접 레시피를 개발해 먹방은 물론 이를 만드는 법 영상까지 찍어 올리는 추세다. 레시피를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준 참고 영상의 링크도 구독자들에게 알려준다.

인기 먹방 유튜버 재열(구독자 수 123만명)은 식용 빗을 직접 제작해 먹는 ASMR 영상 조회수가 400만회 이상을 기록했다. 재열이 함께 링크한 식용 빗 레시피 영상도 조회수 100만회 가까이 기록했다. 유튜버 아리키친은 일본의 이색 간식인 코하쿠토(보석젤리)를 만드는 레시피 소개 영상이 조회수 425만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표=위메프)


대리만족 매력...초등학교선 '특이음식 리뷰'가 인싸 놀이

이색 간식 먹방의 인기는 젊은이들의 여가는 물론 초등학생 등 청소년들의 간식 문화 지형까지 바꾸고 있다.

대학생 김선혜(23)씨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자취방에서 저녁 식사를 하며 특이 음식 ASMR 먹방을 보는 게 낙"이라며 "나였다면 만들거나 먹어볼 엄두가 나지 않는 음식을 대신 만들어 먹어주고 친절히 리뷰까지 해주는 것에 대리만족을 느낀다. 보면서 아무 생각하지 않을 수 있어서 즐겨 본다"고 말했다.

학부모 커뮤니티에서는 코하쿠토와 식용 색종이, 종이 국수 등 이색 간식 판매처나 레시피를 수소문하는 게시글들을 적지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둔 워킹맘 이소정(33)씨는 "처음엔 코하쿠토가 뭔지, 식용 색종이가 뭔지 하나도 몰랐다. 아들이 유튜브에서 인기를 얻은 이색 간식들을 종류별로 사서 먹는 게 학교에서 유행이라고 졸라대서 알게 됐다"며 "학부모 커뮤니티를 수소문해 판매처를 알아냈다. 얼마 전엔 유튜버 영상을 참고해 아들과 집에서 코하쿠토도 직접 만들어 먹었다. 맛과 상관 없이 특이하니까 궁금해서 먹는다더라.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음식을 직접 먹어 영상을 찍는 게 일종의 학교 놀이 문화"라고 했다.

실제로 유튜브에는 '초등학생 코하쿠토 먹방 리뷰', '초등학생 우주캔디 리뷰' 등 키워드로 업로드 된 영상 게시물이 수천건 이상 게재 돼 있다. 특이한 음식을 맛 보는 것은 물론 먹고 나서의 후기를 친구들과 공유하고 관심을 받는 것 자체가 놀이가 된 셈이다.

유튜브에 '초등학생 코하쿠토', '초등학생 우주캔디' 키워드로만 수백건 이상의 게시글이 검색된다. (사진=유튜브 검색 화면 갈무리)


과도한 모방 우려...유튜버도 책임감 가져야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구독자들의 관심을 얻으려 보다 자극적이고 특이한 음식을 찾는데 집중하는 유튜버들의 행보에 불편함을 표시하기도 한다.

자영업자 윤민호(29)씨는 "본 적 없는 음식을 먹는 게 신기해 몇 번 보다가 지금은 보지 않는다"며 "유튜버들이 어떻게 콘텐츠 자체를 차별화할지에 대한 고민 없이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자 무조건적으로 자극적이고 특이한 음식 소재만 찾으려 혈안이 돼 있는 것 같다. 이같은 움직임이 과연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까. 이 열풍도 곧 단물이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어린이들의 건강 및 영양 섭취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는 만큼 크리에이터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방송에 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지현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실제 먹방에 활용되는 색종이, 딱풀 등이 인체에 무해한 식재료들로 제작됐다고는 하지만 식용 분필 등은 가루날림 등으로 어린이들의 호흡기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또 유튜브 영상에 해당 제품은 먹을 수 있는 재료로만 제작됐으니 실제 물건과 혼동하지 않게 주의하라는 문구, 보호자의 동의 없이 함부로 따라하지 말자는 경고 문구 등이 없어 오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유튜버들이 과도한 모방을 낳지 않게 이런 부분은 책임감을 가지고 방송에 임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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