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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청년·청소년 위한 환경운동 만들어 나가요"

지난달 25일 서울 뚝섬에서 열린 플로깅 경주. 이날 환경 단체 '지지배'가 참여해 분리배출 교육 행사를 열었다. (사진=지지배 제공)


"청년들이 사회운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생기면 좋겠어요"

홍다경 지지배 대표는 “청년들이 창의적인 사회운동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입을 열었다. 홍 대표는 지난 2017년 12월부터 청년 동아리 ‘지지배’를 운영 해왔다. 지지배는 ‘지구를 지키기 위한 배움이 있는 곳’의 약어로, 청년 및 청소년들에게 분리배출을 교육하는 환경운동 동아리다.

기성세대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기존 환경 단체들과 달리 지지배는 대표부터 활동가까지 모두 청년세대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어느덧 47주년을 맞은 세계 환경의 날, 이 청년 활동가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청년들이 직접 프로젝트를 고민해요”

홍 대표는 ‘지구시민 발런티어’로 뉴질랜드의 청정 지대를 경험하며 꿈을 다졌다. 활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니 극심한 미세먼지와 부족한 환경 의식이 저절로 눈에 보였다. 한국의 환경 상태에 위기감을 느낀 그는 저명한 환경 단체에 기부를 시작했다.

지난해 4월 중국이 폐자원 수입을 규제하면서 이른바 '쓰레기 대란'이 발생했다. 홍다경 대표는 환경운동을 시작하면서 이 사건이 가장 크게 와닿았다고 말했다. (사진=뉴스1)


그러나 기부만 하고 있으니, 이른바 ‘돈만 내면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4월에는 중국이 폐자원 수입을 규제하면서 ‘쓰레기 대란’이 터지기도 했다. 이렇게 하다간 진전이 없을 것이라고 느낀 홍 대표는 직접 환경 단체를 만들어 프로젝트를 고민하기로 했다. 그렇게 환경운동 동아리 지지배가 탄생했다.

지지배는 청소년과 청년에게 환경을 교육하겠다는 목표로 만들어진 단체다. 이를 통해 청소년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환경을 접목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다. 홍 대표는 “간단한 쓰레기 분리배출부터 교육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환경 교육이 지속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또 “교육받은 학생들이 자라 함께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며 “지지배의 최종 목표는 각 나라별로 폐기물 구조를 교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을 기준으로 환경부 소관으로 등록된 환경 단체는 총 458개에 달한다. 비영리법인과 사회적 협동조합이 각각 430개, 28개 등록되어 있다. 이처럼 무수히 많은 기성 단체가 있음에도 홍 대표는 직접 단체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홍다경 대표와 경기 고양시 가람중학교 학생들이 분리배출 교육을 마치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지지배 제공)


그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직접 단체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단체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의 기성 단체는 단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수시로 보고해야 하는 문화를 가졌기 때문이다. 단체를 직접 운영하다 보니 원하는 환경운동을 능력껏 수행할 수 있게 됐다. 홍 대표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현재 10가지 정도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전과 목표로 이어온 활동…여전히 부족한 여건

환경 교육에 대한 비전과 목표로 시작했지만, 혼자서 운영을 이어오다 보니 현실의 벽도 톡톡히 느꼈다. ‘청년들이 죽어 나가는 세상’이라고 불리는 이곳에서 홍 대표는 20대, 청년, 아르바이트생이라는 딱지를 모두 갖고 있었다.

홍 대표는 “지지배 활동을 시작한 뒤 1년 가까이 모든 것을 혼자 도맡아 했을 때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환경 관련 지식을 더 얻기 위해 청소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새벽 5시에 일어나기 일쑤였다. 아르바이트가 끝난 오후에는 또 다른 일을 하다가 곧장 지지배 프로젝트 기획에 집중했다. 홍 대표는 “큰 뜻으로 환경운동을 이어오면서 내가 하고 싶었던 공부를 포기하게 됐다”고 전했다. 금전 지원이 전혀 없는 환경에서 아무것도 없이 시작하다 보니 생업과 학업 등 신경 써야 할 일이 만만치 않았다. 현실의 벽은 높았고 여건은 부족했다.

지난해 9월 대구에서 열린 2018 대구시민생명축제에서 홍다경 대표가 시민들에게 올바른 재활용품 분리 방법을 교육했다. (사진=지지배 제공)


2년 가까이 활동을 이어오며 뜻이 맞는 청년들을 만났고, 후배들도 환경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단체를 시작했을 때보다 상황이 나아진 편이지만, 아직 “부담 없이 활동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긴 어렵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청년에게 가혹하고, 비전과 목표로 움직이는 활동가들의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홍 대표가 “뜻 있는 청년들이 창의적인 사회운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최근 SNS를 통해 번지고 있는 1020 세대의 온라인 환경운동에 대해서도 의견을 더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에서는 필란스로키즈, 청소년 기후 행동 등 유소년 단체를 중심으로 인식 개선을 촉구하는 해시태그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홍 대표는 이러한 환경운동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오래 이어지지 못할까 봐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청소년들이 새로운 캠페인을 개발하고, 환경운동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미래 생계 문제를 해결하고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며 “지금 같은 상황에선 그러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 사회운동에 대해 자신감을 잃어버리는 청소년도 많았다.

지난달 25일 서울 뚝섬 일대에서 열린 플로깅 경주에서 홍다경 대표가 분리배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지지배 제공)


열악한 여건과 부족한 지원 속에서도 홍 대표는 “프로젝트를 하나 끝내고 나면 힘들었던 일들이 모두 자부심으로 바뀐다”고 강조했다. 발목 잡는 조건이 많아도 “올바른 환경 인식이 자리 잡을 때까지 계속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의지를 내비쳤다.

‘쓰레기 파티’로 이름 알려…끝까지 간다

지금의 지지배를 만든 것은 홍 대표와 구성원들이 함께 고민했던 ‘제1회 쓰레기 없는 쓰레기 파티’였다. 지난해 11월 17일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그린피스, 서울환경운동연합 등이 협력 단체로 참여하여 지지배를 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홍 대표는 “환경 단체에서 행사를 한 번 진행하면 불가피하게 쓰레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행사 쓰레기를 적게 배출하면서, 환경 교육을 진행하자는 생각으로 행사를 준비했었다”고 밝혔다. 그래서 쓰레기를 교육하는 쓰레기 파티이지만, 쓰레기가 없어 ‘쓰레기 없는 쓰레기 파티’라는 이름이 나왔다.

지난해 10월 열린 '쓰레기 없는 쓰레기 파티'의 지지배 부스. 이날 행사에는 그린피스, 서울환경운동연합 등 다양한 단체가 협력했다. (사진=지지배 제공)


전시와 환경 캠페인, 재활용 게임, 퍼포먼스 등으로 구성된 이 행사는 홍 대표의 고등학교 은사, 후원자, 시민 단체 등의 도움으로 진행됐다. 쓰레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약 100명에 달하는 진행 요원들이 집에서 반찬 용기를 가져와 식사하기도 했다. 홍 대표는 “진행 요원 중 지방에서 오는 사람도 있어 용기를 가져오기 쉽지 않았을 텐데 모두 한 마음으로 동참해줬다”고 소회를 밝혔다.

올바른 환경 교육을 위해 홍 대표가 바라보고 있는 길은 아직도 넓다. 의성 쓰레기 산을 다녀온 뒤 문제를 알리기 위해 한국 무용을 차용한 뮤직비디오를 계획하고 있다. 또 제주도 인근에서 해녀 단체와 협의해 바닷속 쓰레기를 수거하는 스윔픽 행사도 카카오 같이가치에서 펀딩을 준비 중이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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