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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문화축제는 동성애 축제? “무성애, 논바이너리 아세요?”

(사진=이데일리) 지난해 9월 8일 인천 동구 동인천 북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기독교 신도들이 동성애 반대 피켓을 들고 축제 참가자, 경찰관들을 에워싸고 있다.


“퀴어문화축제를 동성애 축제, 게이 축제라고 많이들 욕하시잖아요. 그런데 사실 동성애자들만 오는 건 아니고 퀴어가 동성애만 뜻하는 것도 아니거든요. 다양한 성소수자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지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참고로 저는 트랜스젠더이고 범성애자(pansexual)입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28일 동성애반대운동이라며 퀴어문화축제 반대집회 포스터를 게시했다. 그러자 많은 트위터 이용자들이 “무성애 아세요?”, “다성애 아세요?”, “젠더플루이드 아세요?” 등의 댓글을 달았다.

6월 1일에는 서울광장에서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열린다. 하지만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이들 역시 반대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이들은 항상 퀴어문화축제라는 말이 아닌 동성애 축제라는 말을 사용한다. 하지만 스냅타임이 만난 성소수자들은 이 말이 동성애자가 아닌 다른 성소수자들의 존재를 지우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냅타임이 성소수자 당사자들에게 퀴어문화축제와 다양한 성소수자에 대한 오해에 대해 들어봤다.

(사진= 트위터 캡쳐) 동성애 반대집회 포스터에 무성애, 다성애, 젠더 플루이드에 대해 아는지 묻는 이용자들


이성애자인 저도 성소수자

직장인 심가람(가명·31) 씨는 트랜스 여성이다. 그리고 이성애자다. 심 씨는 “성소수자의 존재를 부정하고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분들이 성소수자란 말을 사용하기 싫어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동성애로 몰아가고 싶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며 “그들이 뭐라 하든지 저는 성소수자로 살아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이성애자이면서 성소수자 범위 안에 속한 사람들은 굉장히 많다. 트랜스젠더 이성애자 역시 마찬가지이다.

퀴어문화축제를 단순히 동성애 축제라고 부르는 것은 다양한 성별 정체성을 지우는 행위라는 지적도 있었다. 닉네임 꼬꼬 씨는 “동성애 축제라는 말을 사용하면 모든 성소수자 = 동성애자 식의 구도가 되는데, 실제로 서울•대구•부산•인천•광주•전주•제주 등 다양한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는 성소수자 단체의 면면을 보면, 동성애 인권 단체 외에도 다양한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흔히 트랜스젠더는 남->여, 여->남으로 ‘전환 수술’을 한 사람이라 알려져 있지만, 이는 트랜스젠더 범주에 대해 자세히 모르고 하는 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트랜스젠더는 사회적으로 정하거나 지정한 성별 이외의 방향으로 본인의 성별을 인식하는 사람이며, 이 정의대로라면 남녀 외로 스스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이다”며 “그리고 이들의 범주를 논바이너리라고 한다”라고 다양한 성별 정체성에 대해 설명했다.

“물론 이들 중 스스로 젠더퀴어라 칭하는 사람도 존재하는데, 성별이분법에 저항한다는 의미 담은 행동양식을 젠더퀴어라고 하고 한국 내에서는 정체성의 범주인 논바이너리와 행동양식인 젠더퀴어를 혼용해서 쓰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사진=이데일리) 지난해 9월 8일 인천퀴어문화축제 참여를 위해 인천 동구 동인천역 북광장을 찾은 한 참여자가 무성애자에 대한 피켓을 들고 서있다.


유성애 말고 무성애도 있다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 범성애 등 유성애 중심적인 편견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동성애 축제란 말만 사용하면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는 무성애자 참여자들의 존재가 지워진다는 말이었다.

김지수(가명·21) 씨는 “무성애자란 ‘성적 끌림’을 경험하지 않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라며 “대개 성적 끌림과 성욕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무성애자라고 모두 성욕이 없거나 성을 혐오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다만 무성애자들은 성적 끌림이 대상에게 향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김 씨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성애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연애, 결혼, 섹스를 무성애의 기준으로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무성애가 가시화되지 않아서 퀴어문화축제나 성소수자라고 하면 유성애 중심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무성애에 대한 이해를 위해 무성애 커뮤니티 내에서는 케이크 비유를 자주 인용한다. 강수인(가명·29) 씨는 “누군가 케이크를 너무 좋아해서 매일 먹고 남들에게 자랑하는 것을 사람들은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며 “하지만, 어떤 사람이 성적으로나 로맨틱적으로 끌림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하면 바로 이상한 사람이라는 프레임을 씌운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저 어떤 대상에 대해 모든 사람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말이었다. 이어 강 씨는 “어떤 사람은 어떤 대상이나 행위에 대해 행복을 느끼고 끌릴 수 있지만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그것이 다양성을 존중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서울광장에서 성소수자 최대 행사인 제19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축제를 즐기고 있다.


퀴어문화축제는 다양한 성소수자들의 축제의 장

이에 대해 김겨울 트랜스해방전선 대표는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서울퀴어문화축제는 다양한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가진 성소수자들과 지지자들의 축제의 장”이라고 말했다. “성소수자들은 하루하루를 편견과 배제의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이날만큼은 본인을 있는 그대로 존중받고 당신 주위에도 성소수자가 살아가고 있다고 드러내는데 의미가 크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김 대표는 “동성애자 뿐 아니라 수많은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하는데 성소수자를 반대한다는 말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사람들을 부정하는 것으로 존재에 대해 찬성과 반대를 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성소수자에게 가시화는 생존과 같은 문제”라며 “그렇게 혐오하는 당신의 가족, 친구, 동료 중에도 다양한 성소수자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혐오를 멈추게 하기 위해 올해 서울퀴어문화축제에도 거리로 나선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트랜스해방전선 역시 이번 서울퀴어퍼레이드 부스에 참여한다. 김 대표는 "트랜스해방전선도 이번에 우리가 얼마나 다양하고 입체적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가시화하기 위해 입체 구형의 모형에 스스로의 정체성을 적어서 구를 가득채우는 참여활동을 준비했다"며 "우리는 다양하고 그래서 서로 연대해서 살아간다"고 말했다.

/스냅타임

(사진=서울퀴어문화축제 홈페이지 제공) 제20회 서울퀴어퍼레이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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