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를 위한 뉴스

snaptime logo

[환경의 날] 먹고 버린 쓰레기, 한강의 독이 되다

쓰레기장에 무심코 버린 쓰레기들이 차 있다. (사진=이데일리)


"분리수거 하기가 대통령 하기보다 더 어려워."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캔을 수거하는 임희상(가명·78) 씨는 분리수거가 잘 되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쓰레기를 모아두는 공간을 들여다보니 음식물과 플라스틱, 비닐 등이 모두 함께 버려져 있었다. '무심코 버린 쓰레기, 우리 한강은 몸살 나요'라는 현수막이 무색했다.

음식물 쓰레기통은 무용지물, 분리수거함은 예비용

스냅타임이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은 날은 월요일 저녁임에도 곳곳에 돗자리를 펴고 배달된 음식을 먹는 사람들로 차 있었다. 쓰레기장은 여의도 한강공원 입구 쪽에 몰려 있어 근처로 가니 악취가 진동했다. 사람들도 모두 잔디 쪽에 자리를 잡고 쓰레기를 버릴 때만 잠시 오는 곳이었다.

임씨는 "앞에 사람이 있는 거 같으면 음식물을 따로 버리고 가고 아니면 그냥 한꺼번에 던져버리고 간다"고 답했다. 임씨는 그렇게 버려진 쓰레기를 꼬챙이로 들어 올려 그 안에서 캔을 찾아내고 있었다. 임씨는 몸보다 큰 봉지에 캔을 가득 채워야 만 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지만 쓰레기장에서 캔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분리수거함은 예비용이고 그 옆 수레부터 채운다. 분리수거함을 들어 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진=이데일리)


하지만 마냥 이용객의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김용진(가명·25) 씨는 "분리수거함을 잘 찾을 수가 없고 수레에 버리라고 쓰여 있어 분리수거를 하려 해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강을 자주 찾는 이정진(23) 씨는 "청소를 하시는 분이 그냥 두고 가라고 했다"며 "쓰레기양이 많아 그 분 혼자 처리하기 어려워 보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의도 한강공원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통만 따로 있을 뿐 비닐이나 플라스틱, 종이 등을 따로 분리수거할 수 있는 곳은 마련되지 않았다. 분리수거함이 따로 있었지만 '예비용'이었다. 실제로 그 안을 들여다보니 그 안에도 따로 나눠져 있지 않았다. 분리수거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하루 평균 8만 9,000여 명, 쓰레기는 감당 불가

2018년 한강을 방문한 시민은 794만여 명에 달했다. 올 4월 한 달 동안은 하루 평균 8만 9,000여 명이 한강을 찾았다.  한강공원의 이용객만큼 쓰레기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10년간 한강공원 이용자 수가 2배가량 늘어남에 따라 쓰레기도 연 12%씩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이데일리)


서울시에 분리수거함이 없는 이유를 문의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측은 "나눠진 분리수거함을 설치해본 적도 있지만 10명 중 1~2명만 분리수거를 하지 않아도 그 통 전체가 분리수거가 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길에 버려진 쓰레기도 다수"라면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2종으로 단순화했다"고 밝혔다.

분리수거함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고 시민들이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 복합적인 이유로 한강의 쓰레기는 고질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쓰레기 처리업체가 혼합되어 있는 쓰레기를 거부하면서 여의도 한강공원에 120톤이 넘게 쌓이기도 했다. 서울시는 "밤에는 분리수거함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아 야간 이용객을 위한 야광 스티커를 곧 설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스냅타임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