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고민과 생각을 함께하는
MZ세대를 위한 뉴스서비스

알라딘과 토이스토리 흥행 키워드는 ‘레트로’와 이것?

극장가 점유한 두 디즈니 영화
'향수 자극'과 '여성 캐릭터'가 주 흥행 요인
변화하는 디즈니 여성상에 귀추 주목

왼쪽부터 영화 '알라딘'과 '토이 스토리4' 포스터
왼쪽부터 영화 ‘알라딘’과 ‘토이 스토리4’ 포스터

올여름 극장가에서 디즈니의 활약이 눈에 띈다. ‘알라딘’과 ‘토이 스토리4’가 사이 좋게 극장을 점유하고 있다. 알라딘은 개봉 34일 차에 7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역주행에 성공했고, 토이 스토리4는 지난 20일 개봉해 28일 기준 누적 관객 수 약 154만 명을 달성했다.

이렇게 흥행 기로를 달리고 있는 두 디즈니 영화에서 두 가지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레트로’와 ‘향수’를 영화 인기 요인으로 꼽았다. ‘디즈니 여성 캐릭터의 변화’ 역시 대중들이 영화에 호응한 요인 중 하나다.

아이 관객에서 어른 관객으로… ‘향수’와 ‘레트로’

영화 ‘토이 스토리4’ 스틸컷

토이 스토리4와 알라딘의 공통점은 두 영화의 시작이 90년대 인기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이다. 알라딘은 기존 1992년 제작된 동명 애니메이션의 실사 판으로, 원작 애니메이션은 1992년 전 세계와 미국 박스오피스 전체 1위에 올랐다. 토이 스토리1은 1995년에 개봉해 1억 9200만 달러의 북미 최종 수익으로 1995년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1990년대부터 이어져 온 알라딘과 토이 스토리의 역사는 아이와 어른 관객을 모두 사로잡을 수 있는 큰 요인이 됐다. 특히 1990년 중반 어린이 관객으로 영화를 접한 현 밀레니얼 세대들은 두 영화의 주 관객층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알라딘과 토이스토리에 공통적으로 향수를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오랜 팬이라던 김하니(가명·27·여) 씨는 “기본적으로 토이 스토리는 2030 팬층이 두터운 것 같다”며 “어린 시절부터 영화 속 우디, 버즈와 함께 커온다는 느낌으로 영화를 봤기 때문에 매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애착이 크다”고 말했다. 김하니 씨는 또한 “관객들은 암묵적으로 이번 시리즈가 토이 스토리의 마지막 시리즈라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하며 “정들었던 친구를 떠나보내는 기분에 슬픈 장면이 아닐 때에도 영화를 보며 눈물이 났다”고 회상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어릴 때 봤던 영화들에 향수를 느끼는 감정은 보편적인 정서”라고 설명했다. 임명호 교수는 “두 영화 모두 레트로적인 면과 함께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 형식으로 젊은 층은 물론 세대와 상관없이 인기를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알라딘과 토이 스토리4 모두 관객들에게 이미 익숙한 영화들”이라며 “알라딘은 음악영화기 때문에 이미 유명한 작품 속 넘버를 듣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또한 두 영화의 극장가 흥행 요인에 대해 “기생충과 같은 핫한 영화가 들어간 상태에서 알라딘과 토이 스토리가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하기도 하고, ‘이웃집 토토로’와 같은 과거 애니메이션 영화들의 재개봉 열풍 같은 정서가 적절히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전통적 여성상 깨는 ‘여성 캐릭터’

영화 ‘알라딘’ 스틸 이미지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알라딘과 토이 스토리의 또 다른 공통점은 ‘작품 속 여성 캐릭터의 활약’이다. 두 작품 모두 원작 또는 첫 번째 시리즈와 다르게 시대에 발맞춰 여성 캐릭터의 변화를 보여줘 여성층을 중심으로 한 관객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원작 애니메이션 알라딘의 주인공 자스민은 아그라바 왕국의 공주다. 술탄이 되지 못하는 자스민은 알라딘이 술탄이 되기만을 바란다. 그러나 실사영화 알라딘에서 자스민은 “여자라서 술탄이 될 수 없다”는 법에 맞선다. 기존 애니메이션에는 없던 자스민 단독 넘버 ‘Speechless’ 역시 여성 관객들의 호응을 불렀다.

영화를 두 번 관람했다는 김은정(가명·26) 씨는 “자스민이 단독으로 노래를 부를 때 소름이 끼칠 정도로 멋있었다”며 “여성으로서 억압당했던 울분을 자스민이 표출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은정 씨는 “영화를 보면서 기존에 여성이기 때문에 이루지 못했던 ‘술탄이 되는 것’을 이루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세상이 조금씩은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영화를 재차 관람했다”고 했다.

‘토이 스토리4’의 보 핍 (사진=픽사 제공)

토이 스토리4에서도 여성 캐릭터의 변화와 활약이 두드러졌다. 영화에 나오는 ‘보 핍’은 전작들에서는 램프에 붙어 있는 도자기 인형으로, 존재감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보 핍이 등장하는 장면은 대부분 우디의 여자친구로서 우디의 활약을 응원할 때뿐이다. 그러나 이는 이번 시리즈에서 완벽하게 달라진다. 보 핍은 자신의 불편한 드레스를 뜯어버리고 치마 대신 망토로 활용한다. ‘누구에게도 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신념을 가진 보 핍은 주인공 우디보다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이며 우디를 리드한다. 영화 내 스토리의 중심축인 ‘개비개비’ 역시 여자아이를 위한 티타임 인형처럼 보이지만 여러 수행원을 거느리는 빌런이다. 개비개비는 토이 스토리 최초의 여성 빌런이기도 하다.

토이 스토리4를 관람했다는 이한울(가명·26·여) 씨는 “기존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주인공들은 남자아이들을 위한 장난감 위주여서 영화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한울 씨는 “이번 영화는 주인공이 우디인 것은 변함없지만, 보 핍이나 개비개비 등 다양한 여성캐릭터이자 여자아이용 장난감들이 나와 더 공감이 됐던 것 같다”고 얘기했다.

시대적 흐름 읽은 디즈니 변화 “긍정적”

일각에서는 최근 디즈니 영화에서 전형적 여성상을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를 보여주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자신을 디즈니 영화의 팬이라고 밝힌 김샛별(가명·25·여) 씨는 “디즈니 영화에서 계속해서 여성이 어떤 것이든 이룰 수 있는 존재라는 걸 보여주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게 눈에 띈다”고 말하며 “특히 애니메이션 형식의 영화들은 어른뿐만 아니라 어린이들도 많이 보기 때문에 어린이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디즈니의 여성 캐릭터 변화 시도는 올 초부터 꾸준히 언급됐다. 올 1월 개봉한 ‘주먹왕 랄프2: 인터넷 속으로’에는 신데렐라, 라푼젤, 백설공주 등 기존 디즈니의 공주들이 등장해 드레스를 벗어 던지고 전통적 동화에서의 수동적인 태도를 완전히 벗어난 모습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변혜정 여성학 박사는 “분명히 디즈니가 사회의 변화 트렌드를 읽고 변화의 흐름에 동승한 것은 맞다”고 분석했다. 변혜정 박사는 그러면서도 “기존 남성 캐릭터로 대변되는 ‘강한 캐릭터’만을 표현하는 것은 또 다른 스테레오타입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며 “향후에는 진취적인 캐릭터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다양하게 존재하는 여성의 삶을 차별 없이 그려내는 것이 디즈니의 숙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냅타임

댓글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