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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하면 1000만원 '24시간 잠 안자기 대회' 도전(영상)



마약베개, 마약이불로 유명한 수면제품 브랜드 ‘바디럽’에서 지난 3일부터 4일까지 ‘잠 안자기 대회’를 개최했다. 룰은 간단했다. 대회 시간은 3일 오후 3시부터 4일 오후 3시. 24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는 참가자가 우승해 상금 천만 원을 받게 된다. 우승자가 여러 명일 경우, 우승자들은 천만 원에서 우승자 수로 나눈 금액을 각각 받게 된다.

최저임금 8350원 시대에 24시간을 일하면 약 20만 원을 버는데, 24시간 아무것도 안 하고 잠을 안 자기만 하면 천만 원을 준다니. 누가 봐도 혹할 만한 조건이었다. 그래서 도전해보기로 했다. 평소 휴대폰을 하다가 밤을 새운 경험은 많지만, 휴대폰 사용도 금지되고 외부와 단절된 곳에서 밤을 새울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엄선된 참가자 100명...참가 이유도 다양

대회 당일 두 시에 대회가 열리는 JW 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에 도착했다. 대회시작 한 시간 전인데도 회장은 인파로 가득 찼다. 거액의 상금 덕분인지 경쟁률 역시 만만치 않았다. 블랭크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참가신청을 연 후 이천여 명이 넘게 신청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참가자들이 시작 전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스냅타임)


많은 참가자들이 서로 다른 이유로 대회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한 참가자는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이색대회가 있다는 것을 보고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참가자는 이어 “헤어진 전 여자친구 생각을 한다거나 슬픈 생각을 하며 잠을 참아보려고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 중년 여성 참가자는 “갱년기 불면증을 가지고 있어 우승에 유리할 것 같다”라며 “최대한 안 잘 수 있게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금을 원하는 이유 또한 다양했다. 한 참가자는 대회에서 “회사에서 월급 사백만 원 이상을 체불하고 있다”라며 “천만 원을 받아 밀린 월급을 대신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상금을 받으면 전부 저금을 하겠다는 참가자, 친구와 해외여행을 갈 거라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이것’과 함께 수면 위기 찾아와

오후 여섯 시. 대회가 시작한 지 세 시간이 되도록 탈락자는 없었다. 자기에는 이른 시간이기도 했다. 1부는 영상퀴즈, 초성퀴즈 등을 진행하는 레크리에이션 활동이 주였다. 참가자들은 함께 전우애를 나누며 전투력 있게 퀴즈에 참여했다. 이후 석식시간이 되자 호텔 직원들이 일제히 매트리스로 식사를 배달했다. 식사를 하는 공간이 ‘테이블’이 아니라 ‘마약 매트리스’라는 점만 제외하고는 호텔에서 식사하는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참가자들은 각자 주어진 '마약 매트리스'에 누워서 자유롭게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사진=스냅타임)


본격적인 취침모드는 석식 이후부터 진행됐다. 오후 7시부터 바디럽 제품들에 대한 강연이 ‘지루하게’ 진행됐고, 이후에는 바른 수면에 대한 강연이 이어졌다. 대회 참가 목적이 상금이 아니라 ‘편하게 자기’였던 사람들은 자진포기를 선언하고 안대를 끼고 잠들었다. 기자 역시 편하게 잠들고 싶었지만, 최대한 많은 프로그램을 체험하기 위해 두 눈을 부릅뜨고 버텼다.

저녁 11시가 되도록 생존자는 70명 대를 유지했다. 당일 나타나지 않은 13명을 제외하면 대회 도중 잠든 참가자는 스무 명도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쯤되면 주최 측에서 당황하지 않을까 생각도 했다. 우승자가 50명이 될 경우 각자가 받는 상금이 20만 원밖에 되지 않거니와, 바디럽 수면제품의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밤 12시가 되자 사라졌다. 12시부터 명화 감상 시간이 이어졌는데, 상영작은 세계적인 거장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노스탤지어’였다. 평소 ‘졸린 영화들’을 많이 봐 왔던 터라 나름 자신 있었는데, 문제가 찾아왔다. 영화에 자막이 없던 것이다. 참고로 ‘노스탤지어’는 러시아 영화다. 참가자들 대부분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끝까지 버틸 것인지 포기하고 잠들 것인지 갈등이 시작됐다.

그러나 고민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기자를 포함한 대부분이 고민하던 와중 잠들어버렸기 때문이다.

사실은 ‘잠의 중요성 깨닫게 하는 대회’

자막 없는 러시아 영화에 굴복하긴 했지만, 오랜만에 외부 환경과 단절된 채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집에서 잘 때는 가끔 회사에서 실수하는 꿈을 꾼 적도 있는데, 대회날은 아무런 꿈도 꾸지 않고 편하게 잠들었다. 휴대폰 사용이 금지돼, 유튜브를 보다가 선잠에 빠지는 일도 없었다. 대회에서는 최종 16명이 우승해 상금을 거머쥐었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18개 OECD 조사국 중 최저 수준이다, 바른수면연구소 서진원 소장은 이런 현상이 “한국 사회가 수면의 가치를 외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는 ‘4당 5락(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뜻)’과 같이 ‘밤새워가며 공부하고 일하는 것’이 근면의 상징이 돼 왔다. 그러다 보니 많은 이들이 수면 장애를 호소했다. 수면 장애로 진료를 받은 한국인은 2015년 45만 명을 넘어섰다.

임경호 블랭크코퍼레이션 커뮤니케이션 책임은 대회 개최 이유를 설명하며 “(참가자들이) 삶에서 다른 것에 집중하면서 잠을 놓쳐왔다는 것을 깨닫고 숙면할 기회를 통해 힐링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명칭은 ‘잠 안 자기 대회’지만 사실은 ‘잠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대회’에서, ‘꿀잠’을 자며 숙면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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