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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품은 지하철역, 그림 감상 해볼까?

지하철 역이 감성을 품기 시작했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부는 초가을의 문턱에서 한결 따뜻해진 지하철 감성을 느껴보기로했다.

지난 23일 퇴근길, 보문역에서 지하철을 타러 가는 에스컬레이터 양옆으로 그림이 전시되어 있었다. 평소라면 급하게 걸어 내려갔을 텐데 시선이 그림에 멈춰 가만히 서 있었다.  지친 마음으로 발걸음을 이끌다 마주친 따뜻한 색감의 그림과 말풍선 속 한마디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달콤한 신혼 일상을 보면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함께 텔레비전을 보고, 빨래를 개고, 마트에 함께 가는 일상을 그린 한 폭의 그림은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바닥이나 스마트폰만 보고 걷는 바쁜 현대인들은 역 안에서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보문역에서 전시를 바라보는 남성 (사진=우이신설 문화예술철도 공식 홈페이지)


지하철이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작년 5월부터 서울시는 그동안 무분별한 상업광고로 도배되어 있던 도시철도 환경을 문화적으로 개선하고, 시민들과 함께하는 예술 공간으로 만들고자 우이신설 문화예술철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우이신설 문화예술철도는 우이신설 스토리, 미술관, 플랫폼, 예술 페스티벌 등을 통해 우이신설선 역을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작년에는 지역주민들과 예술가들이 만나 지역의 이야기와 주민들의 일상이 녹아있는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며, 일상을 예술로 만드는 의미 있는 공간으로도 운영되었다.

지난 9월 1일부터 우이신설 만화전이 시작됐다. 최근 핫한 일러스트 작가 배성태 씨와 돌곶이 요괴협회가 함께했다.

우이신설 만화전 중 배성태 작가 그림 (사진=우이신설 문화예술철도 공식 홈페이지)


우이신설 만화전 중 배성태 작가 그림 (사진=우이신설 문화예술철도 공식 홈페이지)


따뜻한 그림, 재미있는 요괴들

배성태 작가의 ‘서울 데이트, 신혼의 일상’은 배성태 작가의 신혼생활을 그림으로 나타내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전시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매주 빈칸(말풍선) 채우기 이벤트로 사람들의 예쁜 추억을 그리는 배성태 작가는 실제로 그림에서 대화 내용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인물의 동작과 배경은 윤곽만 잡는 수준으로 단순하게 표현한다. 불필요한 요소를 최대한 배제해 독자가 대사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배성태 작가는 인터뷰를 통해 "지하철을 이용하는 수천 수만의 사람들 중에 단 몇 명이라도 제 그림을 보고 따스한 기운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에 만화전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만화전을 통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묻자 "제 그림은 빠르게 읽히기에 바쁜 삶 속에서도 쉽게 담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서울을 그려낸 그림들과 서로의 마음을 담은 그림들에서 그저 담요같이 온기를 주는 따뜻함이 전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이신설 만화전 '북한산 요괴를 만나보세요' (사진=우이신설 문화예술철도 공식 홈페이지)


‘북한산 요괴를 만나보세요’는 돌곶이 요괴협회의 작품이다. 예부터 전해 내려온 설화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덧대 탄생한 11마리의 새로운 요괴들이 북한산에 뛰어논다는 이야기다.

돌곶이 요괴협회는 서울시 성북구 석관동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소규모 모임이다. 정기적으로 모여서 요괴와 관련된 설화와 파생 작품에 대해 공부한다. 2016년과 2017년에는 공부한 요괴를 바탕으로 귀여운 요괴와 슬픈 사연이 있는 요괴를 모아 ‘귀여운 요괴 도감’, ‘슬픈 요괴 도감’을 펴냈다.

돌곶이 요괴협회를 운영하고 있는 최고은씨는 ‘회원들과 함께 북한산과 관련된 설화, 전설, 지형 등을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함께 요괴 캐릭터를 만들고, 이미지화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몰랐던 한국의 전설이나 설화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한국의 기담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더 발굴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배성태 작가의 ‘서울 데이트, 신혼의 일상’은 보문역에서 볼 수 있다. ‘북한산 요괴를 만나보세요’는 신설동역과 북한산 우이역에서 볼 수 있다. 올해 12월 31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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