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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페이로 스펙 쌓는 사회, 정상인가요?

이른바 ‘열정페이’는 여전히 대학생, 취업준비생을 괴롭히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언제부터인지 대학생들은 대외활동을 취업을 위한 필수 스펙으로 여기게 됐다. 교통비, 활동비가 지급되지 않아도 혜택에 비해 활동량이 아무리 많아도 어쩔 수 없다. 자기소개서에 한 줄이라도 적기 위해 아등바등 뛰어 다녀야 한다. 몇 해 전부터 문제가 되어온 이른바 ‘열정페이’는 여전히 대학생, 취업 준비생을 괴롭히고 있었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많은 기업들이 ‘기자단’, ‘봉사단’, ‘서포터즈’ 등의 이름으로 적은 비용을 투자해 기업 이미지 제고나 제품 홍보 등에 활용 하는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활동 강도 및 개인이 할애하는 시간 등에 비해 적은 활동비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많다. 스냅타임은 열정페이나 기업의 갑질 등을 경험한 대학생, 취업준비생을 만났다.

취업 준비를 위해 휴학을 한 대학생 김은지(23·여) 씨는 얼마 전 H사의 기자단으로 활동했다. 면접 당시 면접관들은 지원자들에게 교통비 및 활동비가 일절 지원되지 않는데 괜찮겠냐고 물었다. 스펙 한 줄이 시급한 이들에게는 우선 합격이 먼저이기 때문에 당연히 괜찮다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교통비 정도는 부담해보자고 결심한 김 씨는 합격 후 기자단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한 달 동안 월 정기 모임 2회 참석, 팀 별 영상 제작, 카드뉴스 제작, 행사 스태프 참여 등 과도한 활동량에 어려움을 느껴 활동을 중단했다. 그는 “아무 보상 없이 이 회사의 이름으로 영상과 카드뉴스 등을 만들면서 이용당하는 기분을 느꼈다”고 말했다.

L사의 대학생 마케터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한 정다인(23·가명) 씨도 기존에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활동 내용과 혜택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두 명이 한 달 동안 다섯 개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대학교 프로모션 이벤트까지 진행했다. 해외 탐방 혜택을 내걸고 과하다 싶을 정도로 미션이 많았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모집 공고에 적혀 있는 활동 혜택에는 ‘각 팀 별 미션 활동비 및 해외 탐방 비용(4,000만원) 지원’이라고 나와 있다. 전체 참가자 200명 중 해외 탐방 비용을 지급 받는 것은 그 중 8 명뿐이지만 해당 내용은 모집 포스터에 언급되어 있지 않다.

K사 교향악단 대학생 명예 기자단의 면접 후기 중에는 ‘면접관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반말로 질문을 던졌다‘, ‘면접관들이 모두 심드렁한 태도였다’, ‘명령하는 것 같은 말투에 기분이 나빴다’ 등 당사의 갑질로 보이는 후기를 다수 찾아볼 수 있었다.

OO시장 서포터즈로 활동한 김선민(가명) 씨는 자원봉사라는 명목 하에 노동착취를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내부 놀이방의 카운터를 지키는 일을 했다. 아르바이트를 고용해야 하는 일 같은데 봉사활동으로 이런 일을 해야 하는 것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마케팅 관련 실무 교육을 해준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준비하고 있다는 답만 돌아올 뿐 결국 아무 교육도 받지 못했다.

화장품 브랜드는 보통 서포터즈라는 이름으로 개인 블로그나 SNS에 제품 리뷰 글을 올리도록 한다. 일반적으로 제품만 제공 받고 직접 써본 후 ‘솔직한’ 리뷰를 올리는 활동을 한다. 하지만 대부분 가이드라인이 정해져 있어 솔직하게 후기를 남길 수 없다고 한다. 이 경우 서포터즈들에게 마케팅 경험을 제공한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제품 관련 글의 양을 늘려 홍보하려는 목적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P브랜드의 서포터즈로 활동한 대학생 박성은(23·가명) 씨는 새로 나온 화장품을 제공받아 사용해보고 굉장히 별로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에는 ‘야외활동에도 무너지지 않는’, ‘뭉치지 않는’등의 단어를 필수로 사용해야 해서 솔직한 리뷰를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스펙업, 아웃캠퍼스와 같은 대학생 커뮤니티에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대외활동 모집 공고가 올라온다. 과거보다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곳이 많아진 것이다. 다만 취업 전문가들은 직무에 필요한 역량과 희망 기업의 인재상 관련 스토리를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꼽았다. 

CJ 등 주요그룹 인사담당자들은 채용 시 기업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으로 '직무 연관성’이라 말한다. 직무 연관이 없는 대외활동이라면 지원자가 해당 활동을 통해 주도력을 길렀고 사회생활 경험을 쌓았다는 정도로 판단, 채용 자체에 직접적으로 좌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기업은 양질의 활동을 제공해 이미지를 제고하고 대학생은 새로운 경험을 쌓음으로써 서로 윈윈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스냅타임 김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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