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를 위한 뉴스

snaptime logo

젓가락질은 기본예절, 혹은 식사의 자유?

 

젓가락질을 다시 배우고 있다는 네티즌 (사진= FM Korea )


“친구네 집 부모님께 젓가락질 못 한다고 혼났어요”, “서른 살이 넘었는데 어머니가 유아 교정용 젓가락으로 젓가락질 다시 배우라고 하네요.”

얼마 전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른바 ‘젓가락질 논쟁’이 화두였다. 젓가락질을 제대로 배우지 않은 네티즌이 친구 부모님께 야단맞았다는 글이 올라온 것이다. 글이 게재되자 네티즌들은 젓가락질을 못 해 혼이 난 경험들을 털어놨다. 젓가락을 올바르게 쥐는 게 기본적인 밥상 예절이라는 의견과 지나친 간섭이라는 주장이 맞물렸다.

"기본 예절"이다 "지나친 간섭"이다

한 네티즌은 “서양에도 식사 예절이 있는걸 알면서 왜 우리나라 예절에는 무지한 거냐”고 비판했다. 서양 식사 예절에는 민감하지만, 우리 문화에는 관대하지 않냐며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서양에도 바깥쪽에 있는 포크와 나이프부터 순서대로 사용하거나 식사 중 냅킨을 무릎 위에 올려 놓는 등의 식사 예절이 존재한다. 직장인 허용일(27·가명) 씨는 "젓가락 파지법이 어려운 것도 아닌데 고치려는 의지가 없는 것도 문제"라고 대답했다. 그는 "젓가락질을 똑바로 하라는 지적이 거슬리면 스스로 고치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소리 내면서 먹거나 반찬을 뒤적거리는 행동은 피해를 주지만 젓가락질이 피해 주는 것도 아는데 간섭이 지나친 게 아니냐”며 젓가락질 훈계는 지나치다는 네티즌도 있었다. 특히 “젓가락질 하나로 그 사람의 인격과 행동을 판단하는 거야말로 문제”라고 지적하자 공감을 한다는 댓글들이 많았다. 어릴 때부터 젓가락질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는 이재연(21) 씨는 “집안에서도 굳이 젓가락질을 못 한다고 타박을 준 적이 없어 중요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젓가락질 예절은 이제 사장화 되어가는 문화라고 생각한다”라며 식사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고 거듭했다.

젓가락으로 김을 집는 모습 (사진=이미지투데이)


성인남녀 65.3% "젓가락질 못해"

이와 관련해 김필수 한국젓가락협회 회장(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은 흥미로운 조사를 했다. 2017년 성인남녀 176명을 대상으로 젓가락질 실태를 조사한 결과 65.3%인 115명이 젓가락질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김필수 교수는 "심지어 이 65.3% 중 90% 이상이 본인은 젓가락질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수치는 꽤 많은 성인남녀가 올바른 젓가락질에 무감각하다는 걸 보여준다. 특히 세대를 거듭할수록 젓가락을 올바르게 쥐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지 않다는 것을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김필수 교수는 "가끔 학교나 기관으로 젓가락질 교육을 하러 가는데 그 때마다 젓가락질을 다시 배우는 사람들이 처음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젓가락 논쟁에 대해 한국학중앙연구원 주영하 관장은 "도시화와 핵가족화로 사회, 문화화 과정이 무너지면서 젓가락 사용법을 어릴 때 배우지 못한 사람이 생겨난게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젓가락 사용법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증가한다는 건 사회, 문화화 과정이 해체되가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주영하 관장은 "이 때문에 올바른 젓가락질 문화를 따라가야 할 지에 대해서는 아직 사회적인 공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을 먹나요. 잘못해도 서툴러도 밥 잘 먹어요.” 젓가락질이 서툰 사람들을 위로하는 한 노랫말 가사다. 어설픈 젓가락질에 대한 논쟁은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노래 구절처럼 젓가락질을 잘해도, 못해도 서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이 중요할 때가 아닐까.

 

/스냅타임 민준영 인턴기자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