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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포비아]①전화가 무서운 사람들

 

스마트폰을 조작하고 있는 모습(사진=이미지투데이)


통화를 불편해 하는 현상, 이른바 '콜 포비아'(Call phobia)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전화를 뜻하는 ‘Call’과 공포증 ‘Phobia’의 합성어인 이 증상은 단순히 전화를 기피하는 것 뿐 아니라 전화가 오거나 통화 전 필요 이상으로 긴장하는 현상을 말한다. 심한 경우 전화가 와도 일부러 받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다.

통화공포증과 관련해 취업포털 ‘커리어’가 설문조사한 결과 직장인 응답자 336명 중 91.1%가 전화 공포증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이는 콜 포비아가 소수만이 겪는 독특한 공포증이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다.

콜 포비아, 세계정신의학회 공식 질병 아니야

콜 포비아는 세계정신의학회에 공식적으로 등재된 질병은 아니다. 한국심리상담센터 고정희 원장은 “콜 포비아는 다양한 특정 분야에 대해서 나타나는 특정 공포증의 일환이다”라며 "이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는 아직 진행하지 않지만 콜 포비아도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학회에서 정식 사용되는 용어이기 보다는 일반인들 사이에서 널리 쓰이는 개념인 셈이다.

다만 1994년 '존 마샬'의 저서 ‘소셜 포비아’에서 이 전화 공포증을 짤막하게 언급한 바 있다. 존 마샬은 이 책에서 250만 명의 영국인이 전화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고했다. 1993년 진행된 연구였지만 영국에서도 꽤 많은 사람들이 전화 공포증을 겪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때 느끼는 전화 공포증은 지금과는 사뭇 다르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당시 전화 공포증은 특정 소수가 전화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생긴 공포증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콜 포비아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된 건 스마트폰이 탄생한 2009년이 기점이었다. 손가락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문화에 통화를 기피하는 현상을 ‘콜 포비아’로 개념화 한 것이다. 실제로 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14년 자료를 보면 ‘스마트폰 이용 목적’에 대해 ‘채팅과 메신저를 하기 위해서’ 라는 응답이 79.4%로 ‘음성·영상통화’(70.7%)보다 많았다. 전화를 위한 수단이 메신저를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자연스럽게 전화 기피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대학생 정수영(23·가명)씨도 “매일 문자만 하다가 부득이하게 전화를 할 때는 통화전 부터 머릿속이 복잡해진다”라며 문자 연락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천천히 소통할 수 있는 문자보다 즉각 응대해야 하는 전화를 낯설어하는 것이다. 임명호 교수는 "이제는  메신저가 소통의 기능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어 굳이 전화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라며 "커뮤니케이션 형식이 바뀌다보니 전화를 두려워할 수 도 있다"고 설명했다.

통화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미지투데이)


비대면 서비스 증가가 콜 포비아 영향

전문가들도 면대면(Face to Face)커뮤니케이션의 감소가 전화 공포증의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특히 배달 어플 시장의 확대로 배달마저 전화가 무용지물이 돼버렸고, 패스트푸드 매장도 무인주문대로 주문방식이 점점 변화하고 있다. 이런 비대면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날을 거듭할수록 통화 횟수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임명호 교수는 "최근 혼밥, 혼쇼(혼자하는 쇼핑)문화가 많아지면서 본인 영역이 명확해 육성 커뮤니케이션의 단절이 생기다보니 전화 공포증은 앞으로 늘어날 것 같다"라고 예측했다.

물론 비대면 서비스 등장이 콜 포비아 현상의 절대적인 원인인 것은 아니다. 통화 중 말실수로 호되게 꾸지람을 겪은 뒤 콜 포비아를 겪거나, 습관적으로 욕설·폭언을 당하는 콜센터 직원들도 이를 경험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렇듯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콜 포비아를 호소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콜 포비아]②'나 떨고 있니'...당신도 혹시?>에서는 콜 포비아에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스냅타임 민준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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