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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열람실이 자기 집 안방인가요?

이번 추석이 지나면 2학기 중간고사까지 약 한 달 남짓 남았다. 한 달 전부터 차차 공부를 한다고 보았을 때 이미 시험기간은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평소엔 먼지만 날리던 도서관도 시험기간만 되면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장소로 변모한다.

이로 인한 문제점도 다양하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도서관 사석화’ 현상이다. 도서관 사석화란 학교라는 공용의 공간에서 개인이 오랜 시간동안 한 자리를 독점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심지어 본인이 자리에 없을 때에도 타인이 이용하지 못하게끔 개인 물건을 올려놓고 가는 등의 민폐 행동을 하기 일쑤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학교 측에선 이러한 독점 현상을 막기 위해 정해진 시간동안 한 학생증으로 하나의 자리만 이용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온라인 혹은 좌석 발권기에서 학생증을 통해 자리신청이 가능하고 필요에 따라 연장할 수도 있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어디에나 어두운 면은 존재하기 마련. 도서관 얌체족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자리를 사수하기에 나섰다.

담요에 방석까지 자기 집 안방 마냥 자리를 독점하고 다른 학생이 그 자리를 먼저 예약하더라도 물건 때문에 앉을 수가 없는 심리를 악용하는 것이다. 혹은 자신의 자리에 앉지 말라며 포스트잇으로 경고 문구를 붙여놓기도 한다. 본인이 자리에 없는 수업시간에도 연장을 시켜놓거나 친구의 학생증으로 2~3개의 좌석을 차지하는 대리 예약까지 성행하고 있다.

특히 시험이 가까워져 올수록 좌석은 전부 매진이라 공부를 하고 싶어도 표를 발권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의 넘치는 학구열 때문에 자리가 없는 것일까?

실상은 그 반대다. 온라인상으론 자리가 꽉 차 있어도 실제 도서관에 들어가 보면 반은 텅텅 비어있다. 공부를 안 하는 학생이 자리에 짐을 놔두고 노래방을 가면 정작 공부할 학생들은 좌석을 찾지 못해 카페로 발길을 돌리는 웃지 못 할 상황까지 일어나는 것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앞으로 대학 도서관의 좌석 사유화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서도 시험 기간 좌석 사유화에 대한 비판의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기간에는 도서관 이용 지침을 준수하고 좌석관리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도서관 특별자치위원회에서도 사유화 된 자리의 물건을 정리하거나 폐기시키는 등의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다. 서울시립대학교는 열람실에 개인 물건을 방치한 학생에게 30일간 도서관 출입과 도서 대출을 금지한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도서관 특별자치위원회에서 그 많은 학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순 없을 터. 얌체족을 잠시나마 저지할 수 있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서울 소재지 대학에 재학 중인 송하민(26,가명)씨는 "예약좌석에 가보면 옷이며 구겨진 프린트도 모자라 과자 쓰레기까지 올려놓은 사람들이 있어 자리에 앉기가 꺼려진다"고 밝혔다. 학교 열람실을 애용하는 박찬흠(22,가명)씨 역시 "법전이랑 수험서로 벽을 쌓아놓은 사람도 많다.  고시 준비가 벼슬도 아니고 일반 학우들을 배려해줬음 좋겠다"며 일침을 가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실 학생들이 매 시험기간마다 자리 경쟁을 하는 데에는 학교 측의 문제가 크다. 열람실 사석화의 근본적인 원인인 '좌석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 대학설립운영규정에 따르면 대학은 도서관에 정원의 20%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좌석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지키고 있는 대학은 전체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는 사실. 심지어 한 좌석 당 학생 8명이 경쟁해야 하는 학교도 19개(10.2%)나 된다.

공부를 하고 싶어 자리싸움 하는 학생들. 좌석을 맡아놓지 말라고 말하기 전에 도서관의 여건 개선이 우선순위 아닐까? 우리 역시 함께 사용하는 공간인 만큼 서로 조금씩만 배려한다면 도서관 사석화 문제는 머지않아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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