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가 길면 밟힌다.’
최근 손님 음식에 손을 대는 일부 배달원들이 덜미를 잡혔다. 배달원들이 손님이 주문한 음식에 손을 데다 적발된 사례가 급증한 것. 하나 쯤 빼먹어도 모를 거라 생각하고 행해왔던 양심 없는 행동의 꼬리가 잡힌 것이다. 고객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상상만 해봤을 법한 일이 실제로 벌어지자 “누구를 믿고 주문하겠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나도 모르게 배달원과 나눠 먹었던 배달음식
배달 기사의 음식 훔쳐먹기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얼마 전 치킨을 주문했다는 한 배달앱 이용자는 ‘같이 배달 온 콜라 뚜껑이 열려있었다’는 글을 올리며 항의했다. 그는 ‘콜라도 이 모양인데 치킨에 무슨 해코지를 했을지 누가 알겠냐’며 불쾌해 했다. 이를 본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하나같이 ‘배달기사가 배달 중에 마신 것 아니냐’라며 의심했다. 하지만 확실한 물증이 없어 대부분 함부로 단언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

배달원들의 못된 손버릇이 적발된 건 뜻 밖에도 이들이 올린 ‘인증샷’ 때문이었다. 인터넷에 음식 몇 개를 빼먹었다며 올린 사진들이 떠돌자 이를 본 사람들은 힐난을 멈추지 않았다. 배달 음식을 훔쳐 먹은 것도 모자라 대담하게 자랑까지 하는 모습을 보며 ‘소름이 돋는다’고 표현한 네티즌도 있었다. 얼마 전에는 한 시민이 이 모습을 직접 발견하기도 했다. 지나치게 적은 양에 의심을 품던 한 배달앱 이용자가 아파트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에 찍힌 배달원의 모습을 지켜봤다. 배달원은 음식을 꺼내는 과정에서 익숙한 듯 치킨을 집어먹고 있었다.
심지어 이들 사이에서 ‘배달 음식 티 나지 않게 먹는 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관련 글 내용에는 음식별로 난이도를 나눠 쉽게 빼먹을 수 있는 음식과 먹기 어려운 음식을 소개하고 있다. 작성자는 ‘굶지 말고 챙겨 먹어가면서 돈 벌자’며 절도를 독려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보온통을 들고 다니면서 조금씩 모아 집에서 먹는다’는 등 음식을 빼돌린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주고받고 있다.
주문한 음식이 배달원 입 속으로 들어가는 황당한 사태가 알려지자 배달 음식에 대한 불신이 생기고 있다. 평소 배달앱으로 야식을 자주 먹는다는 최환(26)씨는 “인터넷에서 이런 이야기를 수없이 들어 비위가 상해 도저히 못먹겠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이럴수록 열심히 일하는 다른 동료들을 욕 먹이는 짓인데 부끄러운 줄 알아야 된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소비자를 기만하는 모습에는 단호히 처벌해야 한다”라며 엄벌을 요구하기도 했다.
배달원들 돌발 행동에 매장 업주들 ‘골치‘
이로 인해 매장 업주들 마저도 골치가 아프다. 대행업체를 이용해 배달원을 쓰는 이들도 항의 전화에 직격탄을 맞으니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일부 매장에서는 훼손 방지를 위한 안심스티커를 부착하기도 한다. 배달원의 갈취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배달앱 회사 또한 안심스티커가 필요한 매장 위주로 판매하고 있다. 배달의 민족 담당자는 “매장 업주들이 수요를 파악하고 스티커를 판매하지만 매장 업주들이 자체적으로 붙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다만 “이를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은 없기에 필요에 맞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달 중 음식을 빼먹는 행위는 명백한 절도죄에 해당된다. 적발 시 6년 이하의 징역 혹은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상법상 음식이 전달되기 전까지는 업주의 소유이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자면 업주의 음식을 절도한 게 된다. 따라서 피해를 본 소비자가 신고를 해도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셈이다. 이 때문에 법리적인 처벌보다는 교육을 통한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들이 늘고있다.
/스냅타임 민준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