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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2년생 김지영’ 평점전쟁 “1점 vs 10점”

평점 테러에도 불구, 흥행 청신호
영화로 보는 젠더갈등 “페미니즘 이슈와 맞물려 논란...”
조남주 작가 100만 베스트셀러 원작, 정유미 공유 주연 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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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2년생 김지영이 젠더 갈등의 최전선에 섰다.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82년생 김지영>은 애초에 영화화가 결정된 순간부터 논란의 연속이었다. 개봉 이전에도 사람들은 영화 포털사이트에 최저점으로 평점테러를 하는가 하면, 출연 배우들의 SNS에 수많은 악성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 반발한 다른 누리꾼들이 역으로 최고점을 주면서 평점은 첨예한 갈등 속 중간을 유지했다. 영화 한 편이 젠더 갈등의 최전선에 놓여있는 셈. 블록버스터 영화나 유명한 배우들 캐스팅 영화가 아닌 이상 개봉 전부터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와 완성도를 두고 이토록 치열한 공방전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82년생 김지영’을 관람한 대학생 황지수(22,가명)씨는 “소설은 젠더 감수성을 공유하고자 했던 나의 바람과는 달리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부디 영화는 남녀 간에 갈등을 유발하는 촉매제가 아닌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소통창구로 작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수민(26,가명)씨는 “현대에 와서 가장 큰 문제를 건드리는 좋은 영화. 이 영화는 여자들이 여자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지레 짐작하기보다 영화를 직접 보고나서 평가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반면 대학생 이재욱(25,가명)씨는 “사실 남자의 입장에선 몇몇 공감이 안 되는 부분도 있었다. 그리고 등장인물이 평범한 부부인데 반해 캐스팅 배우들은 우리 인식 속에 너무 성공한 선남선녀 느낌이다” 덧붙여 그는 “현실을 반영해 다른 평범한 배우를 캐스팅했으면 몰입감도 더 높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2016년 출간 이후 100만부가 넘게 팔리며 베스트셀러에 등극한 동명의 원작소설(작가 조남주)은 82년생으로 30대 전업주부인 김지영의 삶을 통해 여성들이 경험하는 차별 문제를 그렸다. 소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 여성들의 일상을 재현하며 여성들로부터 큰 공감을 얻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남성을 가해자로 묘사해 젠더 갈등을 조장한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진=리디북스)

이후 소설은 남성들 사이 ‘페미니스트 도서’로 낙인찍혔으며 여자 연예인들은 위 도서를 SNS에 올리기만 해도 “실망이다” “오늘부로 탈덕”등의 뭇매를 맞았다. 영화화 소식이 알려지자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82년생 김지영’의 영화 제작을 막아달라는 글까지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영화를 둘러싼 대립은 최근 뜨거운 화두인 페미니즘을 바라보는 일각의 불편한 시선들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게다가 이미 원작 소설이 출판된 상황에서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스토리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것도 사실. 논란의 중심이 된 소설의 바통을 영화가 이어 받은 거나 마찬가지다.

김도영 감독은 “원작이 화제가 많이 됐던 만큼 사회적 의제와 원작의 방향을 녹여내려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감독의 의도완 달리 댓글 창에는 성별을 둘러싼 온갖 혐오와 옹호 발언만이 가득할 뿐 정작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중에는 “82년생 여성이 받은 게 차별이면 남성이 받은 건 노예 대우” “솔직히 한국 여성이 겪는 차별은 결코 크지 않다”는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오히려 한국 남성들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학교에서의 성별에 따른 체벌, 군대, 독박벌이 등을 이유로 꼽았다.

(사진=구글 무료이미지)

작품은 분명 우리에게 ‘절대적 차별’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남성은 가해자고 여성은 피해자다”식의 흑백논리 구조가 아니다. 당시 여성들은 가정에서 남자 형제와 다른 대우를 받으며 자랐고 성추행의 위험에 노출되었을 땐 도리어 “니가 더 조신했어야지”라고 타박을 당했다. 심지어 직장 내 화장실 불법촬영을 고발한 김지영 씨의 여자 선배는 직장 내에서 ‘드센 여자’로 낙인 찍혔다. 엄청난 고통이 따르는 출산 후에는 ‘맘충’ 소리를 들으며 전쟁 같은 독박 육아를 홀로 견뎌야했다.

위 사례들이 남성들이 겪는 차별과 비교할 필요 없는 82년생 김지영들의 현주소이다. 소설이 남녀를 가르는 용도가 아닌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면 더 좋지 않을까. 더욱이 김도영 감독의 말처럼 “지영이 엄마 미숙보다는 지영이, 지영이보다는 지영이 딸 아영이 더 잘 살아가는” 사회를 희망하는 것은 남녀불문 모두의 보편적 바람일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여성 인권과 페미니즘 담론이 크게 떠오르면서 영화 평점 사이트는 젠더 갈등을 비추는 사회의 거울이 됐다. ‘82년생 김지영’뿐만 아니라 지난 3월 개봉한 영화 ‘캡틴 마블’ 역시 젠더 논쟁을 둘러싼 평점 테러가 본격화 되는 계기를 작용했다. 캡틴 마블은 여성 영웅의 활약을 담은 영화로 한국에서만 5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성과를 이루어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마블에 페미가 묻었다”며 영화 관람과 상관없이 최하 평점을 매기기도 했다. 네이버 영화 사이트에 따르면, 남성들은 평균적으로 4.34 점을 주었고 여성들은 그에 2배에 가까운 9.05 점을 주었다. 남성들로부터 최악의 평점, 여성들로부터 최고의 평점 쏟아지며 두 진영의 줄다리기 끝에 영화 평점은 6.74에 그쳤다.

(사진=한길사)

페미니즘이 담긴 영화에 힘을 보태기위한 여성들의 캠페인의 일환으로 ‘영혼보내기’ 라는 소비행태도 성행하고 있다. 실제로 관람 계획이 없는 표를 예매해 실제 관객 수보다 집계 관객 수를 늘려 작품의 흥행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비슷한 취지로 같은 영화를 보고 또 보는 ‘N차 관람’도 유행이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영화 개봉에 대해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 확실히 분위기가 많이 부드러워졌다. 굉장히 고무적인 현상”이라며 “무엇보다 관객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점이 의미 있는 일”라고 밝혔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성별 갈등이나 혐오가 아닌 ‘엄마’에 방점을 찍는다. 화제작이 없던 비수기에 압도적 예매율 1위를 차지하며 모처럼 소비자들을 극장가로 이끌고 있다. 화제의 영화에 쏟아지는 궁금증과 기대 속에 개봉된 ’82년생 김지영’이 흥행 바람을 몰고 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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