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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성vs성욕, 리얼돌에 대해 20대 여성들은···

여성 신체 본따 만든 리얼돌
누군가 내 얼굴과 똑같은 리얼돌을 만든다면..?
인간 존엄성vs성적 자기결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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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 수입 전면 금지 촉구 퍼포먼스 (사진=연합뉴스)

지난 9월 28일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 규탄 시위’가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렸다. 시위에 참가한 여성 650여 명은 리얼돌 전면 금지를 촉구했다. 시위의 발단은 지난 6월 대법원이 한 성인용품 업체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리얼돌 수입통관 보류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 대한 판결을 내린 것에서 시작됐다.

스냅타임은 리얼돌 논란에 대한 20대 여성들의 생각을 들어본 결과 대다수가 리얼돌 수입 및 판매에 부정적이었다. 이들은 인터뷰에 참여한 이들 모두 지인의 얼굴을 그대로 본 따 만드는 커스텀 리얼돌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일부만이 장애인이나 노인과 같은 성 소외계층에게 리얼돌이 필요하다고 공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리얼돌 수입 및 판매 금지’ 청원 글이 올라왔다.(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인간 존엄성 위에 성적 자기결정권 있다?

리얼돌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중립적이다. 대법원은 리얼돌이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 및 왜곡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개인의 사적인 영역에 국가가 개입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리얼돌 수입 및 판매는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다는 주장과 인간의 자유 실현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상충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

대학생 최민정(25·여)씨는 “남성의 성욕은 ‘풀어줘야 하는 당연한 욕구’라는 사고는 구시대적 발상을 보인 판결이다. 리얼돌 수입·판매 합법화는 여성인권 위에 남성의 성욕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금 내 옆을 지나가는 평범한 여성 혹은 어린이조차 누군가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키기 위해 인형으로 제작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덧붙였다.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 되어야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대학생 이미희(23·여)씨는 “개인의 사적인 영역(남성의 성욕)이 또 다른 개인의 사적인 영역(여성의 존엄)을 침해한다면 다시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누군가 내 얼굴로 리얼돌 만든다면?

판결 이후 청와대 국민 청원에는 리얼돌 수입·판매를 금지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에는 26만 3792명이 동의했다.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는 “청소년이 유해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단속할 계획, 아동형상 리얼돌 규제 법률제정을 추진할 것 그리고 특정 인물 형상 맞춤형 주문제작 리얼돌에 대한 정책 개발과 제도개선 방향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직장인 박수지(24·여)씨는 아동형상 리얼돌 문제에 대해 “실제 소아성애 범죄자들은 대부분 소아성애 음란물을 소지하고, 범행 전에도 음란물을 보는 경우가 많다. 어린아이의 신체를 표방한 리얼돌은 음란물과 마찬가지로 아동인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 인물 형상 맞춤형 주문제작 리얼돌에 대해 직장인 김소연(26·여)씨는 “내 얼굴로 누군가가 리얼돌을 만들고 성적인 행위를 한다고 생각하면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고 수치스러울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초상권 침해로만 처벌 할 수 있다고 들었다. 규제할 법률이 반드시 생겨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소통센터는 “아동 형상화 리얼돌이나 커스텀 리얼돌 외 성인 리얼돌에 대해서는 다양한 입장과 쟁점이 있다. 앞으로 이 사안에 대한 현황 파악 및 관련 해외 사례 등을 연구하겠다. 우리 사회의 보다 성숙하고 심도 깊은 논의를 거쳐 정책개발과 제도개선 방향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얼돌 자체가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훼손 및 왜곡했다고 보지 않는 대법원의 판결 취지를 존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리얼돌, 여성존엄 훼손·성상품화”…’전면 금지 촉구’ 시위 기사에 달린 댓글들 (사진=네이버 댓글창 캡쳐)

리얼돌은 그냥 인형일뿐 vs 여성의 신체를 상품화 한 것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에 대해서는 인터넷 상에서도 논쟁의 열기가 뜨겁다. 단순한 인형일 뿐인데 왜 그러냐는 의견도 많다. 일부 네티즌들은 리얼돌이 여성 존엄을 훼손하고 성상품화한다는 주장에 대해 “인형한테 질투 하냐”, “여성 자위기구는 남성 폄하냐”, “태하 낙태는 찬성하면서 생명도 아닌 리얼돌에는 왜 감정이입을 하냐” 등의 댓글이 달렸다.

28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 규탄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 규탄 시위를 주최한 ‘리얼돌OUT’은 “여성들에게 리얼돌은 그저 ‘인형’ 혹은 ‘무해한 성기구’로 보이지 않는다”며 “리얼돌은 여성의 신체를 상품화할 뿐 아니라, 수단을 가리지 않고 ‘여성의 성기로’ 자위를 하려는 남성 전유 강간 판타지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또한 “여성들은 남성 성욕을 만족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무분별한 성적 대상화 및 사물화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고 목소리 내기 위해 청계천로에 모였다. 여성 신체 껍데기를 갖고 ‘더 실감나는 자위행위를 할 자유’ 따위 허락하지 않을 것이며 성착취 문화를 종결시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5070세대 혹은 장애인, 노인에게 필요하다?

일부 성인용품 업체는 리얼돌이 성적으로 소외된 이들에게 하나의 대안이 된다고 설명한다. 온라인숍을 운영하는 이모 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실제로 장애인 남성이나 혼자 사는 중·장년층 남성으로부터 리얼돌 문의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성적 욕구를 해소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리얼돌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어떤 사람에게는 여성과 관계 맺는 게 어렵지 않지만 매장을 운영하면서 어떤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일부 손님이 리얼돌의 손을 잡고 난 다음 얼굴이 붉어지거나, 사람들 몰래 리얼돌에게 입을 맞추는 모습 등을 봤다. 리얼돌이 성적으로 소외된 이들에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학생 김 모씨(22·여)는 “생물학적 혹은 개인적 문제로 성관계가 불가능한 사람들에게도 성욕을 누릴 권리가 있고 보장돼야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실제 인물의 얼굴을 본떠서 똑같이 만드는 행위는 성욕해소가 아닌 범죄”라고 말했다.

 

/스냅타임 김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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