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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의 죽음이 남긴 의미, 20대가 말하다

고(故) 설리 (사진=뉴시스)


연예인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여성으로서 당당하고 자유롭게 살아가길 원했던 설리(최진리). 2005년 SBS 드라마 ‘서동요’로 데뷔한 최진리는 에프엑스의 멤버 설리이자 연기자 설리로 살다 25세라는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지난 15일 설리의 죽음은 20대들에게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고 그 극단적인 선택의 이유로 ‘악플러’의 잔인한 만행이 공분을 자아냈다.

20대들이 생각하는 설리는 어떨까. 20대가 바라보는 ‘설리의 죽음’은 우리 각자에게, 사회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20대 5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개성 있고 독특한, 자유로운 영혼

A: 나는 최근에 설리 인스타 라이브 방송 봤는데 노브라로 고깃집에서 친구들하고 술 마시고 있는 것 같은데 좀 술에 취한 것 같은 거야. 나중에 인터넷에서 보니까 그때 라이브 방송이 또 논란이 된 것 같더라고... 어떻게 생각해?

B: 근데 나는 개인적으로 술 먹고 취한 듯한 그런 사진이 연예인들뿐만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올리는 것도 이해가 안 되긴 하는데 ‘올리면 올리는거지’ 랄까? 근데 보기 좋지는 않은 거 같아.

C: 인스타그램 사진 중에서 친구들하고 파티한 사진이 있었잖아. 근데 나는 설리가 올린 사진들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어. 오히려 그런 행동 하나하나에 반응하고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이게 이렇게 관심가질 일인가 싶기도 하고.

D: 나는 사실 그 이미지는 댓글 쓰는 사람들이 만드는 것 같아. 마약 한 것 같다고 생각한 적 없는데도 그 사람들이 마약 했다고 하면 또 그렇게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또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도 있으니까

E: ‘모난 돌’이라는 표현이 맞는 것도 같은 게 설리의 모습이 보통 우리에게 익숙한 이미지랑 다르잖아. 설리는 그런 일반적이고 정형화된 느낌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사람들이 관심갖고 유독 부정적인 시선을 주는 것 같아.

""편견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서..."

E: 여성권리에서 있어서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해. 내 주변에서는 많이들 그렇게 생각하던데?

A: 나는 설리가 노브라로 논란이 있고 나서 실제로 노브라로 다니는 사람도 많아진 것 같긴 해. 설리가 우리 또래 여성에게 용기를 줬다고 생각하거든. 누가 총대 매고 나서는, 그런 역할을 해줘야 사회가 변한다고 생각해. 실제로 악플의 밤에서 설리는 계속해서 노브라 사진을 올리는 이유를 '편견을 없애고 싶어서', '생각보다 별 거 아니라는 걸 알리고 틀을 깨고 싶어서' 라고 얘기했어. 이런 사람도 있다는 다름을 인정 받길 원한 것 뿐인데 그게 그렇게 힘든거였을까.

D: 맞아 홍석천이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했던 거랑 똑같은 것 같아. 그 당시에 동성애에 대해서 사람들이 잘 모르고, 그래서 욕도 많이 먹고 그랬는데 홍석천이 동성애의 부정적 이미지를 깬 사람 중의 한 명이잖아.

C: 그리고 사실 노브라만 자극적으로 이슈가 되어서 그렇지 낙태죄 폐지 됐을 때도, 세계 여성의 날에도 설리는 목소리를 냈었고 심지어 덕성여대 가서 페미니즘 강의 들은 것도 인증했었어. 그래서 단지 노브라뿐만이 아니라 정말로 여성으로서 여성을 위한 목소리나 행동을 자주 보여줬다고 생각해. 사람들이 노브라만 기억하는 거지.

A: 나는 개인적으로 페미니즘에 대해 목소리를 내던 연예인이 마녀사냥을 당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너무 화가 났던 것 같아. 살아있을 때는 거부감을 갖다가 죽고 나니까 용기 있는 사람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그렇고.

'익명'의 가면을 쓴 도넘은 '표현의 자유'

D: 나는 설리 팬도 아니었고 별로 관심 없었는데 얘기 들었을 때 진짜 손이 엄청 떨렸어. 나랑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이었고, 평소에 관심 있게 보던 연예인도 아니었는데 정말로 너무 슬프더라고. 내가 봤을 때도 정말 악플 때문에 정신적으로 타격이 크겠다는 생각은 있었어. 나는 이미지는 독특하다고 생각을 했었어. 거기에 대해서 이상하다 생각해 본 적은 없었고.

A: 악플의 아이콘이라고 해도 되지. 그래서 ‘악플의 밤’ MC로 발탁됐었잖아.

C: 그 프로그램이 주는 교훈이라고 해야되나? 메시지가 너무 궁금해. ‘읽고 극복하자’, ‘쿨하게 넘어가자’ 인건가? 근데 어떻게 쿨하게 넘어가? 나한테 인신공격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쿨하게 넘어가. 그래면서 자기 악플 자기가 읽고 웃으면서 얘기까지 했는데 결국 이렇게 됐잖아.

A: 설리가 ‘악플의 밤’ 나와서 하는 말이 너무 안타까웠어. 자신에게 악플을 남긴 사람을 직접 만났는데 동갑내기 친구였다는 거야. 근데 동갑내기 친구를 전과자로 만드는 게 미안해서 선처를 해줬다고 하더라고. 근데 그 말이 너무 안타까운 거야. 누구는 남의 미래 때문에 자신이 받은 상처도 묻고 가야 되는데 누구는 익명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서 상처를 주고 죽음으로까지 몰고 갔으니까.

B: 안 그래도 여러 단체에서 이제 악성 댓글에 강하게 대응하겠다고도 하고 실제로 국민청원에도 ‘최진리법’ 청원이 올라왔더라고. 실제로 12월에 설리법이 추진된다고 들었어.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얘기가 뜨거운데 어떻게 생각해?

D: 설리법이 정확히 뭐야?

B: 실명제랑 유언비어 퍼뜨리는 기자들에 대한 단속조치에 대한 청원이더라고. 근데 실명제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아. 당장 악플만 봤을 때는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른 문제들로 나아가게 되면 실명제가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은 없을까 하는 걱정이 있어 나는.

D: 나는 조금 의문인 게 페이스북은 지금 실명제잖아. 그래도 악플이 많이 달리는데 이게 법적으로 실명제를 도입한다고 해도 막힐까 하는 걱정이 있지.

E: 실명제로 한다고 해서 악플이 완벽히 없어질 거라고는 생각 안 하는데 실명제가 아닐 때보다는 수위나 빈도수가 나아지지 않을까. 효과가 아예 없진 않을 것 같아.

C: 인스타그램은 진짜 쉽게 계정 생성이 가능하니까 가계정으로 악플 진짜 많이 달잖아. 실명제 자체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가능성이 있는 건데 인스타그램 보면 실명제 정말 필요한 것 같아.

B: 실효성있는 처벌이 나오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댓글을 못 달게 하는 것 보다 이건 처벌에 대한 방식이 문제인 것 같아.

D: 사실 표현의 자유 억압 같은 문제는 실명제가 아니어도 일어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을 하는게 미네르바 사건이 있었잖아.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 비판적인 블로그 글을 썼던 블로거인데 그건 임명 되기 전에 썼던 거거든. 익명제든 실명제든 상관없이 일어나 수 있는 부작용이고 난 실명제가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책은 될 수 있을 것 같아.

그 곳에서는 따뜻한 사랑으로 행복하길

E: 나랑 겨우 한 살 차이 나는 어린 나이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이 너무 마음이 아파. 다시는 설리 같은 피해자가 나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C: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그의 죽음에는 분명히 우리 사회 모두에 책임이 있을 거라 생각해. 이로 인해 또 다른 희생이 없길 바라기 때문에 더 이상 악플은 그만하고 조용히 추모하고 조용히 보내주는 것이 도리이지 않을까 싶어.

D: 설리가 죽은 이 와중에도 사람들은 누군가를 표적으로 삼고 있는 것 같아.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나.. 이제는 반성하고 신중하게 키보드를 두드려야 해.

B: 26살이라는 나이에 죽음까지 생각했을 고통을 헤아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좀 더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안타까운 마음이야. 이번 일을 통해 한 사람에 대한 비난을 남일이라며 보고 그냥 넘기는 방관 또한 잘못이라고 생각해.

A: 절대 잊혀지지 않을, 잊을 수 없는, 잊어서는 안되는 죽음이라고 생각해. 고인의 명복을 빌며, 다름을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가 오길.

/스냅타임 황재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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