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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자, 미래의 꿈 지키고 싶었어요"

“어렸을 때까지만 해도 환경문제는 이정도로 심각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점점 해가 거듭되면서 환경 문제가 그냥 교과서에서만 다뤄질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죠.”

서울외국인 고교 2학년생인 김유진 양은 기후위기로 인해 청소년들의 꿈과 미래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정부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7살 때부터 생태학자의 꿈을 키워온 그는 자신의 꿈이 환경문제로 인해 짓밟힐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행동으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고등학생 김유진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결석 시위를 주도하게 되기까지

지난달 27일 금요일 오전, 청소년 500여명이 학교가 아닌 서울 광화문에 모였다. 청소년기후행동이 준비한 광화문 ‘결석시위’는 지난 3월과 5월에 이어 3번째다.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의 ‘등교 거부 1인 시위’에서 촉발되어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퍼진 청소년 기후 파업(Climate Strike) 운동의 일환이다.

청소년기후행동은 지난 3월 15일, 5월 24일에 대규모 결석 시위를 기획했다. 이어 이번 집회는 유엔 기후 주간의 마지막 날에 열렸다. 청소년들은 정부에게 즉각적인 기후대응을 요구하고자 거리로 나섰다.

학생들의 ‘결석시위’는 국내만의 일이 아니다. 전 세계의 청소년들과 동시다발적 결석 시위를 기획한 것. 실제 유엔 기후 주간동안 4백만 명 이상의 청소년들과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김 양은 “청소년들의 절박함에 한국 정부와 다른 정책 결정권자들이 응답할 때까지 우리는 계속 싸울 것이다. 우리가 늘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 달라”며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사진=그린포스트코리아)


한 데 모인 청소년들...“내 미래를 지키기 위해 나라도 나서야지

어떤 부분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을 모이게 만든 것 같냐는 질문에 김 양은 ‘절박함’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정책 결정권자에 의해 본인들의 미래가 좌우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은 정치적 참여권이 많이 제한 되어있어 큰 목소리를 낼 수가 없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이어 “우리는 너무 답답하다. 당장 내 미래를 결정하는 분들은 20~30년 후면 이 자리에 안 계실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책임은 지금의 청소년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며 그들이 결석까지 하며 거리로 나오게 된 이유를 밝혔다.

앞서 언급한대로 김유진 양의 장래희망은 생태학자이다. 하지만 주변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친구들의 장래희망은 기자, 선생님, 농부 등 매우 다양하다고 말했다. 김 양은 “진로가 연계되어 있어야만 환경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후위기가 전반적으로 청소년들의 미래와 현재의 삶 모두에 큰 영향을 주는 문제인 만큼 장래희망과 무관하게 모두가 노력해야함을 강조했다.

또한 김 양은 기후위기와 관련한 현 정부의 대응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 양은 “내가 살고 있는 환경이 몇 년 사이에 급격히 바뀌었다. 미세먼지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고통을 받았다. 하지만 이에 목소리를 내는 활동가들의 수는 터무니없이 적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측에서도 기후변화와 연관된 근본적인 문제를 파악해야함을 지적했다. 실질적인 대안을 국민들은 필요로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정부는 현실적인 대안은 미비한 채 미세먼지 방지용 공기정청기와 같은 임시방편용 정책을 내놓고 있다.

김 양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 현황을 살펴보면 실제 배출량과 큰 차이가 있다. 이 말인 즉슨 기후변화대응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파리협약에서 온실가스 감축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며 비판했다. 이어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진지하게 다루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며 환경부가 기후변화 관련 의제를 더 많이 도출했으면 하는 소망을 밝혔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생활 속 작은 실천보단 큰 실천으로 나아갈 때

요새 환경문제는 정말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다가올 미래엔 마스크 없이 바깥활동이 불가능 할지도 모른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이나 어른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냐는 질문에 김 양은 생활 속 작은 실천은 이젠 옛말이 되었다며 운을 뗐다.

김 양은 “우리는 지금까지 교과서에서도, 다른 사회적 캠페인에서도 ‘생활 속의 작은 실천’ 을 강조 받아 왔다. 쓰지 않는 전기 플러그를 뽑고,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물 사용을 아끼는 등의 방법으로 지구를 구할 수 있다고 배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작은 실천들로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시기는 수십 년 전에 지나버렸다며 안타까운 기색을 보였다. 덧붙여 생활 속 실천들은 당연한 것이고 이제는 더 큰 실천과 변화들이 필요할 때라며 개인뿐만 아니라 정부와 기업의 전면적인 변화 없이는 미래도 없다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

김 양은 개인의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노력으로 2가지를 꼽았다. 먼저 소비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에서 환경적인 기업을 지지하는 것을 꼽았다. 소비로써 기후변화에 깨어 있는 기업들에게 힘을 실어 주고, 그렇지 않은 기업들에게는 ‘당신들의 행보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취지다. 두 번째로는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기후위기의 공포를 자각해야함을 권고했다. 또한 개개인이 말로든 글로든 모든 형태로 목소리를 내는 것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사진=녹색연합)


사람 손닿지 않은 DMZ에서 연구해보고 싶어요

추후에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냐는 질문에 김 양은 세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는 현재 지어지고 있는 석탄발전소의 신규건설을 막는 것. 환경오염이 문제시 되고 있는 이 시점에 신규 추진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한반도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언급했다. 에너지전환사업은 사회적 경제적 전반적인 구조개혁이 요구되는 사항이지만 실행될 경우 엄청난 양의 자원을 보존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마지막은 2020년까지 배출 온실가스를 감축시키는 것이다. 내년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국가적 감축계획이 지정되는 해이기 때문. 김 양은 기후 문제가 사회적 정치적 의제로 선정된다면 누구나 이를 중요시 여기게 될 것이기 때문에 이 목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 양은 “나의 작은 꿈은 나중에 DMZ에서 생태학 연구를 하는 것이다. 70여 년 동안 사람 손이 닿지 않은 유일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들의 꿈을 위해 각자가 목소리를 낸다면, 머지않아 큰 울림이 되어 환경을 보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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