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침해소! 청춘뉘우스~

20대들에게 ‘82년생 김지영’이란..?

4명의 인턴기자의 솔직한 토크
가장 보통의 이야기 같지만, 가장 중요한 이야기
'82년생 김지영' 오늘 개봉…“내 이야기 같았다”

0

현재 젠더 갈등의 최선봉에 있는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스냅타임 기자들이 직접 관람해보았습니다. 이중 3명의 여기자들은 눈물을 쏙 뺐고 남기자인 준영이만 울지 않았는데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장면과 이유 그리고 남성 기자의 시선을 솔직하게 담아봤습니다.

준영: 남자인 내가 봤을 때 개봉 전 논란과는 달리 크게 문제의 소지가 드러난 부분은 없었어. 가장 인상 깊었던 게 상사 눈치에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는 남성들의 모습과 성희롱 예방교육 장면에서 남성과 여성 모두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단 점이야. 여성의 불평등보다는 전반적인 사회의 불평등을 표현한 듯했거든. 영화에서 주인공에게 ‘맘충’이라고 질책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쓰리기도 했어. 무심코 지나쳤던 ‘엄마’의 입장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더라.

지은: 맞아. 남녀를 불문하고 우리에게 엄마는, 엄마라는 여성은 떠올리기만 해도 미안함에 눈물이 나는 존재잖아? 나는 영화 속 김지영이 육아로 인해 자신이 바랬던 회사생활을 포기하고 좌절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거든. ‘나의 엄마도 나 때문에 꿈을 포기했겠지’ 라는 생각에 죄책감과 고마움에 눈물이 멈추질 않더라. 소설이 젠더갈등을 조장한다는 말 때문인지 몰라도 원작에 비해 영화는 ‘엄마’라는 단어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춘 것 같았어.

재문: 우리 어머니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생각해봐. 겪지 않았다면 알아 가면 되지. 젠더 담론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평등’으로 나아가야해. 그리고 기성세대만의 혜택이었다고 말하지 말아야해. 여전히 그 잔재는 남아 있거든. 난 적어도 누군가의 아들, 딸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82kg 김지영’이라고 조롱하며 페미니즘을 운운할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

연서: 명절날 모이는 가족, 지극히 평범한 요즘 부부, 언제 봐도 애틋한 엄마와 딸 까지. 우리 사회의 현실을 지극히 사실적으로 그린 영화가 아닐까 싶어. 그래서인지 상영관 안에서는 훌쩍이는 소리가 멈추질 않더라. 고개를 들면 현실에 직면해야 한다는 공포 때문이었을까, 지영에 대한 애틋함 때문이었을까 화면을 바라보기 힘들었고 눈물은 멈추질 않았어. 그리고 이런 영화가 나올 수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에 회의감도 들었고.

재문: 나는 남동생이 두 명 있는 장녀거든? 어렸을 때부터 언제나 밥상에 수저 놓는 건 나였고, 명절 때도 ‘여자들은 일해야지’ 소리를 들었어. 그리고 여전히 단정하지 못하게 다닌 ‘여자’ 잘못이라고 손가락질 받고, 여전히 화장실의 구멍을 살펴. 82년생 김지영은 1982년에 태어난 평범한 여자 김지영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야. 그냥 그때는 당연하게 여겨졌던,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는 목적 없는 여성을 향한 차별의 언어들을 현실감 있게 나타냈어. 여자라서 겪는 불안과 불합리를 보여주었지만 억지는 없었던 영화랄까.

준영: 크게 동의하는 바야. 영화에선 여성 인권에 대해 남자들도 서로 의견이 대치되는 모습을 보여주잖아? 남편 대현의 직장 동료들처럼 가부장적이고 극히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는 인물도 있는 반면, 대현처럼 변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도 있고. 난 이 부분이 현재 페미니즘을 두고 다양한 담론이 오가는 현대인들을 가장 잘 나타낸 대목이라고 느꼈어.

지은: 확실히 영화 속 80년대와 비교했을 때 여자애라고 차별 받았던 기억이 적긴해. 그래도 공감 가는 부분은 정말 많았어. 김지영이 학창시절 밤 버스에서 따라오는 남학생 때문에 울음을 터뜨렸던 기억을 회상하는 장면 있잖아. 나도 재수학원 시절 내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스토커 같은 애가 있었어. 그거 때문에 무서워서 남자인 담임 선생님한테 상담을 했더니 “너가 맨날 웃고 다니고 상냥하게 대답해주고 하니까 남자애들이 그러는 거잖아! 연애하러 학원 왔니?” 라는 말을 들었다? 내가 잘못했대. 난 그저 반 친구라 형식적인 대화만 했을 뿐인데. 나는 그때 느꼈어. 여성에 대해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남성들이 많다는 것을 말이야.

연서: 나도 그 장면을 보고 스페인 교환학생 시절 여행지에서 한국인 남성에게 성추행을 당했던 기억이 떠올랐어. 몰래카메라 범죄 이야기가 나왔을 때에는 얼마 전 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 범죄를 당했지만 범인을 잡지 못했다고 털어놓던 고등학교 친구의 얼굴이 겹쳐 보였고…

지은: 남성들은 이 영화를 두고 여성들이 당할법한 가장 극도의 상황들만 모아놨다고 얘기를 해. 하지만 작품은 분명 흑백논리가 아닌 ‘절대적 차별’에 대해서 말하고 있어. 엄마가 있고 와이프가 있고 딸이 있다면 한 번 실제로 그런지 좀 물어 봤으면 좋겠어.

연서: 맞아! 마트에 들른 여자 손님이 “내가 첫 손님은 아니죠?”라며 사장에게 묻거나 부모님을 잘 챙기는 싹싹한 첫째 딸을 보며 “역시 딸이 최고야”라고 말하는 장면 등에서 말이야. 잔잔하게 흘러가는 장면을 곱씹어보면 나 혹은 내 주변 누군가가 한 번 쯤 겪고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들이 영화 한 편 속에 들어있더라.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뼈가 있다고 생각했어.

재문: 굳이 허구적이라고 비판하자면 그 시대에 정대현 같은 남편이 있었다는 점이지. 사실 지금도 찾아보기 힘든 현대적인 남성성을 띄고 있잖아. 그리고 원작이 왜 페미니스트 도서인지 이해가 안가지만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보여주고자 했던 그 ‘무엇’은 분명 모두에게 더 쉽게 다가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어.

준영: 나는 작품 속에서 김지영이 겪고 있는 질환이 조금 뜬금없었어. 발병 원인이 여성으로서 느낀 불평등으로 나타난 것이라기에는 개연성이 부족해 보였거든. 하지만 이 병으로 인해 가족 간의 애틋함과 심경 변화가 일어나는 부분은 너무 감동적이었어. 진짜 눈물이 쏟아질 뻔 했어. 신파라기에는 그렇게 자극적이지 않았고 잔잔하게 울림을 주는 영화였다고 생각해.

지은: 그렇지. 나도 너무 많이 울었어. 김도영 감독의 말처럼 “지영이 엄마 미숙보다는 지영이, 지영이 보다는 지영이 딸 아영이 더 잘 살아가는” 사회가 오는 날까지 남녀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잘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야.

재문: ’82년생 김지영’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그 시대를 살았던 단지 김지영이라는 여자의, 그리고 우리들 엄마의, 우리 모두의 이야기야. 서로가 서로를 더 이해하려 노력한다면 세상은 이렇게 점점 나아지지 않을까?

연서: 당연하지! 모두가 노력하면 언젠가 살기 좋은 세상이 분명 올꺼야.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우리 사회의 현실에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2016년 출간 이후 100만부가 넘게 팔리며 베스트셀러에 등극한 동명의 원작소설(작가 조남주)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영화는 82년생인 30대 전업주부 김지영의 삶을 통해 여성들이 경험하는 차별 문제를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는 평을 받았는데요. 이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 여성들로부터 큰 공감을 얻었지만 일각에서는 남성을 가해자로 묘사해 젠더 갈등을 조장한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일반 여성들이라면 흔히들 겪는 이 이야기들을 보고 남성들은 갸우뚱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도 남자라서 군대 가고 독박벌이하고 차별받는 게 많아! 억울해”라고 말을 하시려나요. 아니면 “영화가 너무 현실감이 없네. 남편이 벌어주는 돈으로 집에서 하루 종일 놀면서 육아가 뭐가 힘들다는 거야?”라고 말을 하실까요.

분명한건 최악의 상황만 모아 놓은 듯한 이 영화가 한국에서 살아가는 여성들, 김지영들의 현주소라는 것입니다. 누군가의 아들, 딸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현실성을 운운할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그 시대를 살았던 단지 김지영이라는 여자의, 그리고 우리들 엄마의, 우리 모두의 이야기잖아요. ‘82년생 김지영’이 남녀를 가르는 용도가 아닌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스냅타임 인턴 기자 일동

댓글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