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침해소! 청춘뉘우스~

최고령 응시자 78세 할머니..”당신의 수능을 응원 합니다”

오규월 할머니 등장하자 모두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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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3도로 한파 주의보가 발령된 14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이대부고 교문 앞은 학생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2020 대입수학능력시험이 있던 이날 선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학생들이 모인 것이다. 날숨에 입김이 얼굴을 덮을 만큼 추웠지만 아랑곳 않고 자리를 지켰다.

이날 눈에 띄었던 건 교문 앞에 모인 할머니들이었다.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이들 역시 학생이었다. 만학도들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일성여고 학생들이다. 2020 수능 최고령 응시자인 오규월 할머니가 이 곳 일성여고 출신이기 때문이다. 오 할머니를 응원하기 위해 20여 명의 일성여고 응원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일성여고 교사 나경화 씨는 ” “늦게나마 대학에 가기 위해 공부한 어르신들이 감격스럽다”면서 “오늘은 젊은 학생들보다도 더 열정적으로 응원할 준비가 돼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실제로 일성여고는 중앙여고 학생들 다음으로 도착해 팻말과 보온병에 담긴 커피를 나눠주며 응원을 준비했다.

중앙여고 학생들도 일찍부터 나와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추운 날씨에 학교 관리인이 관리실에 들어가 있으라고 했지만 몸을 녹이고 금방 나와 다시 준비할 정도로 열의가 넘쳤다. 중앙여고 한 학생은 “내년에 수능을 치르게 되는데 시험장에 나오니 덜컥 실감이 난다”며 “선배들도 긴장이 되겠지만 일찍 나온 만큼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복돋았다. 중앙여고 학생들은 ‘후배들이 응원합니다’, ‘잘 할거야 그렇게 생겼어’라는 팻말을 들며 파이팅을 외쳤다. 한기가 옷 속을 파고드는 날씨에 손을 오들오들 떨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준비한 응원 구호를 보여달라고 요구하자 명지고 학생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민준영 인턴기자)

이에 질세라 명지고등학교 학생들은 단체복까지 맞춰 입으며 단결력 있는 응원을 선보였다. 명지고 사승훈(18) 학생은 “저희는 열심히 응원할테니 선배님들은 최선을 다해서 유종의 미를 거둬달라”고 당부했다. 사승훈 학생은 평소와 달리 5시에 일어나 피곤할 법 했지만 명지고 응원단들을 이끌고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전혀 피곤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명지고 학생들은 응원 구호와 간단한 응원가까지 맞춰오는 등 만발의 준비를 해왔다.

응원생들마저 다 모이지 않은 이른 시간. 택시를 탄 한 모녀가 시험장 앞에 내렸다. 학부모는 딸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 “어떡하냐 엄마가 다 눈물이 나려고 그런다”며 애써 눈물을 참으려 했다. 학생은 “시험은 내가 보는데 왜 엄마가 떨리냐”며 태연한 척 했지만 그 역시 긴장한 모습은 역력했다. 학생은 책을 손에 쥐면서도 엄마에게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할 말이 많은 듯 했지만 표정 하나로 모든 것을 함축할 수 있었다. 고맙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할 인사를 눈빛으로 대신했다.

‘마음은 늙지 않았다’. 일성여고 학생들이 줄지어 응원가를 부르고 있다 (사진=민준영 인턴기자)

해가 뜨고 수험생들이 몰리면서 학생들의 열띤 응원전은 더해갔다. 각 학교마다 합을 맞춘 응원구호로 선배들을 불러 모으고 응원을 이어갔다. 학생들 뿐 아니라 학교 교사들도 다같이 나와 수험생들을 복돋고 몇 마디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그러고는 몇 분뒤 모두들 시선을 한 곳으로 집중했다. 최고령 수험생 오규월 할머니가 시험장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다들 박수 세례와 함께 너나 할 것 없이 오 할머니를 응원했다. 나경화 씨는 “오규월 할머니는 고양에서 서울까지 통학 하시면서도 지각, 결석 한번 없으셨다”며 간절한 응원을 더했다. 전쟁통과 당시 시대상으로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한 일성여고 학생들을 대표해 오규월 할머니는 힘찬 발걸음으로 고사장에 들어섰다.

일성여고 학생들은 보온병에 물을 담아와 커피까지 준비해왔다 (사진=민준영 인턴기자)

학생들은 출신 학교 선배들을 가리지 않고 모든 수험생들을 응원하는 진풍경도 연출했다. 특히 일성여고 학생들이 보이면 “할머니 힘내세요!”, “할머니 서울대 가세요!”라며 어느 때보다 큰 함성을 내지르기도 했다. 교문 바로 앞에 자리를 잡은 명지고 학생들도 수험생들에게 일일이 “명지고 학생이세요?”라며 물었다. 명지고 학생이면 절도있는 응원가를 부르기도 하고 설령 아니어도 시험을 잘보고 오라며 초콜릿을 나눠줬다.

취재진들이 몰릴 만큼 날이 밝아지자 서대문구청에서 일시적으로 운영하는 수험생 수송차량도 눈에 띠었다. 이들 역시 응원생들의 관심 거리였다. 온통 수송차량을 바라보며 수험생이 내리길 기다렸고 내리는 순간 귀가 얼얼할 정도로 “와~”소리를 내며 환호했다.

“삐리삐리리”. 7시 45분 경. 수험장에서 빠질 수 없는 장면이 이 곳에서도 나왔다. 경찰차를 타고 고사장에 도착한 한 학생이었다. 경찰차가 멈추자 취재진들과 학생들 일부는 대열을 이탈해 차 앞으로 가기도 했다. 경찰관이 문을 열어주자 카메라 플레시 세례가 빗발치고 학생 몇 몇은 간식을 나눠주기도 했다.

고사장 문이 닫히자 응원을 하던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만감이 교차했다. 학부모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고 눈을 질끈 감으며 기도를 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응원전이 끝나고 그제서야 추위를 느꼈는 듯 몸을 오들오들 떨었다. 55만 수능생이 집중을 받는 2020 수능날, 수능생을 뒤에서 든든히 지원하던 응원생들은 입실 시간 마감과 함께 응원을 멈췄다.

/ 스냅타임 민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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