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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아모리]②“우리의 사랑이 어때서?”

 

(사진=이미지투데이)


최선영(25·가명) 씨는 올해 초 폴리아모리를 처음 알게 됐다.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를 본 뒤 관련 평론을 읽고 나서부터다. 최 씨는 그렇게 폴리아모리에 관심을 보이더니 석 달 뒤 실제 폴리아모리 연애를 시작했다. 그의 남자친구 역시 폴리아모리를 선호했고 부담 없이 받아들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최 씨는 두 달간 두 애인과의 연애 끝에 헤어졌지만, 여전히 다자 연애적 가치관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폴리아모리가 내 자유로운 가치관과 더 잘 맞았다”고 털어놨다.

러빙 모어를 비롯한 커뮤니티도 등장

폴리아모리가 매체를 통해 조금씩 알려지자 폴리아모리스트들끼리 커뮤니티를 만들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에 위치한 ‘러빙 모어(Loving more)’는 전 세계 가장 큰 규모의 폴리아모리 단체다. 1984년 폴리아모리스트 ‘라이엄 니어링’이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를 위해 넓혀나간게 시초였다. 그러면서 1991년 지금의 ‘러빙 모어’를 설립하게 된 것이다. 지금은 50개국 3만 8천여 명 회원들이 활동하는 대규모 공동체로 성장했다. 이들은 교사와 의사, 사업가 등 직업과 연령도 다양하게 분포돼있다. 또 꾸준히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폴리아모리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탐구하고 있다.

국내에도 소규모의 폴리아모리 모임이 있다. 해당 단체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오픈채팅방을 같이 활용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해 인증 절차를 거치면 오픈채팅방에 입장할 수 있는 입장 코드를 알려주는 방식이다. 현재 커뮤니티에만 300여 명이 활동하고 채팅방에도 80여 명이 모임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달마다 정기 모임을 하면서 평소에 꺼내기 힘든 이들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다.

얼마 전 방통위에 청소년 유해매체 판정을 받은 다음 카페  '부커취' (사진=다음 카페 '부커취')


폴리아모리, 선정적이고 부정적으로 비쳐

하지만 아직 일반적으로 폴리아모리스트를 대하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매체에서 묘사하고 있는 폴리아모리는 선정적이고 외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아내가 결혼했다’를 비롯한 폴리아모리 영화 대부분이 청소년 관람 불가 판정을 받아 수위가 높은 장면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폴리아모리를 스와핑(파트너를 바꾸는 성관계)이나 외도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 얼마 전 연애 상담 프로그램 ‘연애의 참견’에서도 폴리아모리 남자친구 때문에 고민이라는 사연자의 내용에 떠들썩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욕망을 분출하고 다니는 이기적인 연애’라는 합리적 의심을 품는 것이다.

일부 폴리아모리스트들이 문란한 성문화도 부정적인 인식에 기인한다. 다음 카페 ‘부부와 커플들의 취미모임(이하 부커취)’역시 폴리아모리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모인 인터넷 공간이었다. 하지만 초대남, 마사지, 파트너를 구하는 낯뜨거운 글들이 이곳에 버젓이 올라오면서 성인 사이트와 다를 게 없다는 비난들이 줄을 이었다. 결국 부커취는 지난 5월 27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청소년 유해 매체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도 ‘초대남’, ‘관전’을 비롯한 글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폴리아모리에 대한 편견이 '진정한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아내가 결혼했다’와 ‘연애의 참견’에는 상대에 합의를 구하지 않은 채 다른 이성을 몰래 만나고 있는 내용이 드러난다. 결국 끝까지 입을 닫고 있다가 궁지에 몰리자 뒤늦게 사실을 고백하게 된다. 이는 처음부터 전제가 잘못된 폴리아모리 연애라는 것이다.

행복한성문화센터 배정원 소장은 “영화와 방송에서 드러난 사랑은 굉장히 이기적이고 자신을 합리화하는 연애”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폴리아모리의 대전제는 합의가 없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폴리아모리스트 중 그룹 성관계가 행해질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폴리아모리를 두고 “찬성과 반대로 나눌 게 아니라 하나의 취향이라고 인정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폴리아모리가 하나의 연애, 가족 형태로 정착한다고 해도 전반적인 플롯 상 더 늘거나 줄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냅타임 민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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