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침해소! 청춘뉘우스~

“사격 연습하듯 맞아죽는 동물들 보호할 법이 없다”

유기견 대모 배우 이용녀 씨 인터뷰
"축산법과 식품위생법에 개 포함돼 보호받지 못해"
"연극 하고 싶지만 지금은 아이들 돌보기가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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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입양을 1500마리 이상 보냈는데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느꼈어요. 5년 전 부터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실감해 당장 밖으로 뛰쳐나갔죠. 직접 동물보호 단체에 가서 어떻게 해야 법이 바뀔지 물어봤어요.”

 

배우 이용녀 씨의 눈빛엔 동물보호법 통과를 염원하는 간절함이 가득했다. 평소 스크린에서 봤던 날카로운 모습과는 달리 인터뷰 내내 ‘여우’라고 이름 붙은 소형견 한 마리를 다정하게 안고 있었다. 17년 전 그녀는 눈에서 피와 고름이 터져 나오는 유기견을 치료하기 위해 급히 동물병원에 갔다. “길거리에 버려진 아이(강아지)들은 안락사를 통해 곧 죽을 아이들”이라는 수의사의 말에 충격을 받고 유기견 보호에 앞장섰다. 그 때부터 본인의 생업을 내려두고 주인 손을 떠난 강아지들을 데려오니 어느새 100마리를 훌쩍 넘겼다. 이제는 ‘유기견의 어머니’격으로 통하는 배우 이용녀 씨를 만나기 위해 지난 12일 이데일리 <스냅타임>과  <싱기방기> 팀이 동행 취재했다.

야외 테라스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는 배우 이용녀 씨 (사진=민준영 인턴기자)

나 혼자만으로는 힘들었다. 이제는 이 할 일

배우 이용녀는 연습생 시절 연습실과 집을 반복하다보니 세류에 어두웠다. 사람들이 개고기를 먹는 다는 사실조차 모를 정도였다. 그는 “오죽했으면 당시 대통령이 서거한지도 몰라 주변에서 앞으로 입 다물고 있으라고 혼난적도 있었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런 그가 유기견들을 돌보는 일을 시작하게 된건 매우 단순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동물 애호가였다. 부친이 동물을 좋아해 유년 시절 토끼를 비롯해 강아지 11마리를 같이 키웠다. 그러다보니 길거리에서 신음하는 동물을 손놓고 놔둘 수 없던 것이다.  유기견들의 실체를 마주하고 난 뒤 보호소에서 12마리에서 50마리씩 데려와 직접 돌보기 시작했다.

대가 하나 없이 버려진 강아지를 키운다는게 쉽지만은 않았다. 집에 갈 차비가 없어도 돈을 빌리지 않던 그가 사료값이 없어 지인에게 “만원만 꿔달라”고 신세를 진적도 있었다. 개체수가 워낙 많다보니 대용량 사료도 하루면 동이 난다. 그러면 다음날 겨우 말해서 또 사료값을 받고 다니기도 했다. 이용녀 씨는 생각에 잠기더니 “어느 날은 네 마리가 아파서 병원에 가야 되는데 병원마다 외상값이 있어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결국 병원비가 없어 네 마리를 껴안고 밤새 눈물을 쏟았다”는 아픈 기억까지 더듬었다.

그 때부터 자존심을 내려놓고 방송·영화에는 전부 출연했는데, 3년 전 방송 ‘힙합의 민족’에서 파격적인 랩을 선보인 것도 그 이유라고 했다. 그래도 적성에 맞았는지 방송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하면 끝장을 봐야 된다는 성격에 집중해서 배우는게 습관이 됐는데 그게 훈련이 돼서 랩도 적성에 맞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회가 되면 랩을 더 배워보고 싶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초로의 여성이 수 백마리의 유기견을 감당하기에는 여전히 벅찰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법이 바뀌면 음지에서 고통받는 동물들을 보호하기 수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렇게 5년 전부터 동물보호단체에 가서 직접적으로 상의하고 동물보호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석했다.

재작년 19대 대선 유세 중에도 당시 문재인 후보 유세장에 찾아가 각인 시키기도 했다. 그는 당시 상황을 또렷히 기억한다. “당시 문 후보 유세장에 따라가 유세를 마치고 내려오면 무조건 비집고 들어갔다”고 회상했다. 경호원들 마저도 “이용녀 떴다, 이용녀 떴다”라는 무전을 주고 받았다며 경호원들 사이에서도 유명인이 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문 후보에게 “개 식용 금지를 단계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말 한마디만 해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거듭했다.

배우 이용녀 씨와 취재진을 둘러싸 잔뜩 애교를 부리는 강아지들 (사진=민준영 인턴기자)

유기견 보호 비롯해 번식장 금지, 식용금지 요구도

유기견 보호를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동물보호운동을 계기로 문제가 그 뿐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특히 가축법에 개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개를 도살해 유통해도 처벌법이 없다며 법의 공백을 실감했다. 소, 돼지, 닭이 포함된 축산법에 개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도살을 합리화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식품위생법에는 개가 포함이 돼있지 않아 식용으로 쓰일 수 없는데데 법이 중첩돼 이해 관계가 맞물린다고 털어놨다. 그는 “결국 개가 축산법에는 가축으로 분류되고 식품위생법에는 포함돼있지 않아 개농장이 횡행하게 되는 것”이라고 격분했다.

‘새끼 공장’과 다를 바 없는 번식장의 현실에도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그가 본 번식장은 위생 환경조차 갖춰지지 않은 채 개 수십 마리를 철창에 가두고 주사기로 임신을 시키고 있었다. 그렇게 한 마리당 1년에 네 차례 출산을 거치면서 뼈가 삭고 골반 뼈가 내려앉는 광경을 목격한 것이다. 번식장이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인해 생긴 문제라는걸 알아채고 유기견 보호를 비롯해 ‘동물보호’전체로 영역을 확장하게 됐다.

그는 이 문제들의 근원이 동물을 ‘물건’취급하는데서 기인한다고 확신했다. “사격연습 하듯 엽총을 쏴 고양이를 죽이거나 오토바이에 개를 묶어 끌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부아가 치밀었다”고 목소리를 떨었다. 최소한 제도적 장치라도 마련된다면 처벌이라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동물보호운동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절박함은 국회로 전달됐다. 지난 2017년 한정애 의원이 ‘음식물류 폐기물을 동물의 먹이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폐기물 관리법을 대표 발의한 것이다. 뒤이어 작년에도 이상돈 의원에 이어 표창원, 하태경, 오신환 의원이 축산법 개정안과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이용녀 씨는 “이상돈 의원과 표창원 의원이 발의한 법이 내년 4월 파기되는데 시간 낭비하기 전에 입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그는 “연기활동을 계속 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연극을 계속 하고 싶고 다시 태어나도 연극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끝내 “강아지를 돌봐야 해 지금 당장 집중하기는 어렵다”고 말을 이었다. 하루 이상 집을 비우면 강아지, 고양이들이 밥을 굶는다는 이유였다.

취재진이 인터뷰를 마치고 발걸음을 옮길 때 까지도 그는 동물보호에 대한 소신을 잊지 않았다. ‘100 마리의 어머니’ 이용녀는 이렇게 자나 깨나 온통 100여 마리의 아이들 걱정 뿐이었다.

/스냅타임 민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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