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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아기천사 40명을 위한 따뜻한 공연

 

“마음에 담요를 덮은 것처럼 따뜻함을 가득 안은 공연이었어요.”

지난 17일 서울시 성북구에 있는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병동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축하공연에서 환아  A군의 어머니는 이같이 소감을 전했다.  7년 간 병마와 싸우고 있는 환우 A군을 비롯해 이곳에 입원한 환아들에게 병동은 삭막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이날 병동은 평소와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KBS 아나운서들과 사단법인 ‘문화나눔초콜릿’이 아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공연무대와 환우들의 미술작품 전시 오픈식을 주최한 것이다.

안암병원 소아병동 의사들과 KBS아나운서들이 전시공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승연 아나운서 제공)


이날 오후 방문한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병동은 공연 전부터 시끌벅적했다. 병동 입구에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병동을 환하게 밝혔다. 현재 이곳에는 40여 명의 환아들이 입원해있다. 모두 소아암을 비롯해 각종 중증질환의 고통을 견디고 있는 아이들이다.

계속되는 수술과 치료에 지친 아이들이지만 이날 만큼은 아픔을 잊은 듯 행복한 표정이 역력했다. 병마와 싸우고 있는 아이들이 오랜만에 생긴 놀이터에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이날 공연에는 KBS 아나운서들이 개설한 유튜브 채널 ‘언(言)더퀴즈’에 출연한 연예인들이 영상으로 환우들을 격려했다.  언더퀴즈 채널을 운영하는 김보민, 이승연, 오언종 등 KBS 아나운서 3명은 직접 공연현장을 찾아 의미를 더했다.

환아들의 기부금 전달을 위해 문제를 맞추는 연예인들을 보며 아이들과 보호자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크리스마스 축하 공연'에 맞게 아이들을 위한 눈높이 공연이 구성됐다. 특히 아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공연은 소프라노 하은 씨의 영화음악과 캐롤이었다.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의 주제가인 '렛잇고(Let it go)'를 선창하자 손뼉만 치던 아이들은 이내 함께 부르는 모습을 보였다.

고려대 암병원 소아병동에서는 아이들에게 미술치료도 병행하고 있다. 힘든 투병 생활을 이어가는 환우들에게 미술치료가 미소를 찾아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임지현 미술치료사도 이날 공연에 초대돼 “웃음을 잃은 아이들이 미술치료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웃음을 찾게 되는 계기가 된다”면서 아이들을 응원했다. 또 공연 종료 후 환아들이 직접 그림 미술작품 전시공간 오픈식에 대한 기대도 품고 있었다.

한편 이곳에서 계속 치료중인 A군과 A군 어머니도 무대위로 올라왔다. A군은 7년 전 뇌염 판정을 받아 오랫동안 누워있어야 했다. 지금은 호흡기와 복통 등 여러 질환이 겹쳐 여러 문제로 입·퇴원을 반복하고 있다. A군 어머니는 공연 단상에 올라와 A군과 의료진을 향한 편지를 낭독했다.

지난 7년 동안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참아야 했던 A군을 떠올리자 A군 어머니는 목소리를 떨었다. 그러면서 “병 때문에 모든 것을 절제하며 살아 마음의 상처도 많았을텐데 잘 견뎌줘서 고맙다”고 A군과 애틋하게 눈을 맞췄다. A군은 직접 그린 그림을 병원에 기증하면서 기증서를 전달받기도 했다.

53병동 한 쪽에 마련된 아이들이 그린 27점의 미술 작품들 (사진=박지은 인턴기자)


A군을 비롯해 작품을 기증한 아이들이 단체로 기증서를 받고난 뒤 전시공간으로 이동했다. 총 27점의 작품이 걸린 전시 공간에는 작품마다 환우들 이름 뒤에 '작가'라는 호칭을 붙였다. 학교 교실 뒷편에 미술 작품한 점 걸려본 적 없는 대부분의 아이들에게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번 오픈식은 더 각별했다. 직접 그린 그림을 보면서 "내가 그린 그림"이라며 자랑하는 환우들도 적지 않게 보였다. 형형색색 채색된 아이들의 작품을 보고 사진을 담기 위해 여기저기 셔터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KBS 아나운서를 대표로 마이크를 잡은 이재후 아나운서는 "아이들의 그림이 대단히 활기차고 희망적이어서 내가 에너지를 받는 기분이 든다"고 소감을 전했다.

KBS 아나운서들이 무대에 올라와 환우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박지은 인턴기자)


박종훈 고려대 안암병원장은 "KBS에서 좋은 제안을 해줘 마다없이 이곳에 공연 공간을 허락해줬다"고 했다. 그동안 소아병동 환우들을 위한 공연이 드물어 안타까웠는데 마침 좋은 기회가 생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박 원장은 “이 아이들이 이번에 열린 공연과 오픈식으로 힘을 얻고 내년에는 꼭 완쾌해서 퇴원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냅타임 민준영, 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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