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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감염자 무방비 활보, ‘감염 불감증’ vs ‘지나친 비판’

중국 우한(武漢)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국내 확진자가 네 명으로(29일 기준) 늘었다.

바이러스 확산을 걱정하는 가운데 세 번째 확진자인 한국인 남성 A 씨(54)가 격리 전 강남과 한강 등을 이동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긴장감은 더해지고 있다. 특히 확진 판정 전 도심을 돌아다닌 A 씨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우한에서 입국 후 무방비로 활보했다는 비판과 무증상 입국자에게 지나친 비판을 멈춰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하는 양상이다.

지난 28일 서울 김포공항으로 입국한 입국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직장인 차용택(28·가명)씨는 지난 27일 A 씨의 이동 경로를 주의 깊게 살펴봤다. 차 씨는 A 씨가 22일부터 24일까지 강남구 일대를 돌아다닌 사실을 확인하자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차 씨도 24일 약속이 있어 강남을 들렀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는데 의심조차 하지 않고 도심을 돌아다닐 수가 있냐”고 질타했다. 이어 “질병 감염에 대해 너무 무감각해 감염 불감증에 빠진 것 같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느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차 씨는 2015년 메르스 사태 사례도 같이 떠올렸다. 그는 “그 당시 격리됐던 한 확진자도 확진 판정 전까지 술자리와 목욕탕을 갔다”며 지탄했다. 감염병에 대한 위기감이 여전히 5년 전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 것이다. 실제 당시 해당 확진자는 본인이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아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발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대학생 전진희(23·가명)씨도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의 한 대학에서 유학중인 전 씨는 “중국에서도 우한 폐렴을 보도했는데 우한에서 입국하면 조심해야 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현지에서도 계속해서 확진자가 늘고 있는데 고열 증상이 나타났으면 바로 의심 신고를 했어야 하지 않았냐”고 격분했다. 또한 “중국 대학에서도 개강을 무기한 연기할 만큼 엄중한 사안인데 위기의식이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지난 21일 우한행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전적으로 확진자를 탓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직장인 안지윤(28·가명)씨는 “공항 입국 당시 무증상 입국자였던 확진자에게 책임을 덮어씌우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안 씨는 “확진자는 입국 과정에서 검역대를 무사통과해 당연히 의심조차 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입국 후 몸살기가 있는 상황에서 돌아다닌 건 잘못됐지만 반응을 보면 비판의 도가 지나친 것 같다”고 우려했다.

대학생 류원구(27)씨도 “의도성은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A 씨가 일부러 감염을 퍼트리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류

씨는 “확진자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사실을 알고 돌아다녔다면 비판해야 한다”면서도 “증세가 악화되자 스스로 신고한 정황을 보면 본인도 미처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A 씨는 해열제를 복용 후에도 차도가 없자 질병관리본부 상담센터(1339)에 신고해 격리조치 됐다. 하지만 격리 후에도 계속되는 비판에 류 씨는 “다소 가혹한 것 같다”고 말했다.

A씨 또한 자신을 겨냥한 인터넷 비판 글들을 의식하고 있다.

고양시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A씨는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자신을 향한 비난 여론을 보고 잠도 제대로 못자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A씨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며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9일 세 번째 확진자 A씨의 접촉자가 74명에서 95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히면서 보건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스냅타임 민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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