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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학 입학보다 다양한 배움의 기회 갖고 싶어요”

2020학년도 수능 최고령 응시생 오규월 할머니
2년전 우연히 일성여고 수업 듣고 '배움의 꿈' 되새겨
수능 후 영어·성경 공부 매진.. "대학진학보다 더 많은 분야 배우고파"
"때 놓치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배움의 기회 접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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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처럼 학교에 지각, 결석 한 번 없이 다니고 있죠.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어 졸업 전까지 열심히 다니려구요.”

지난해 11월 치른 2020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최고령 응시자로 화제를 모은 오규월(79) 할머니.  수능 후의 근황을 묻기 위해 오 할머니가 다니고 있는 서울 마포구 일성여고에서 그를 만났다.

소위 말하는 ‘요즘 것들’은 지금쯤 대학 입학의 기쁨때문이든지 낙방의 슬픔 때문이든지 술을 마시며 하루하루를 보낸 경우도 많다. 하지만 오 할머니는 덤덤하게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그는 작년 친구의 권유로 만학도 교육기관인 ‘일성여자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입학을 했던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지각, 결석 한 번 없었다며 스스로를 자부하기도 했다. 인터뷰 내내 오 씨는 “졸업 후에도 끝까지 배움의 끈을 놓지 않겠다”라며 배움에 대한 의지가 가득했다.

오규월 (79) 할머니가 5일 서울 마포구 일성여고에서 진행한 스냅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민준영 인턴기자)

우연히 듣게 된 수업, 매력 느껴 공부 시작

그는 사실 학창시절 간호고등학교를 졸업한 고졸 학력의 소유자다. 나름대로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다보니 만학도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배움의 한을 가진 적은 없었다. 특히 중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치열하게 공부했던 기억까지 되새겼다.

오 할머니도 대학 진학을 계획했지만 집을 떠나 하숙을 해야하는 상황 등을 감안해 대학진학은 하지 않았다.

그는 “나이가 들고 허무하게 시간을 낭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무엇이든 배우고 싶은 마음에 각종 박람회와 주민센터를 찾아다니면서 여러 가지를 배웠다”고 회상했다.

오 할머니가 다시 학교에 들어가 공부를 하게 된 데에는 2018년 우연하게 길에서 만난 친구 영향이 컸다.

그는 “하굣길이었던 그 친구의 표정이 유달리 밝아 보여 며칠 후 학교를 함께 가봤다”며 “막상 학교에 가보니 굉장히 매력을 느꼈다. 수업을 같이 듣고 집에 오니 흥분을 감추지 못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우연히 친구를 따라가서 봤던 수업이 오 할머니의 학구열을 불태운 것이다. 규칙적이고 유의미한 삶을 살아야한다는 원칙을 갖고 사는 오 할머니에게 학교는 그야말로 꿈의 무대였던 셈이다. 그는 “학교생활을 하면서 오랫동안 갖고 있던 병마저 나았다”면서 만학도의 삶에 완벽히 만족했다.

공부를 다시 시작하겠다고 했을 때 가족들 반응도 좋았다. 입학 전에도 한문과 영어를 혼자 공부하고 있던 그였기에 가족들도 만학의 길을 끝까지 응원했다. 오 씨는 가족의 응원과 더불어 학교 선생님들의 노력도 보탬이 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하굣길에 교사들이 일일이 배웅을 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그는 “매번 감사함을 느낀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선생님들의 실력은 단연 최고”라고 치켜세웠다.

대학 진학 계획은 없어, 노모 모시며 배우고 싶은 공부 할 것

지난해 수능시험을 본 소감을 묻자 오 할머니는 오랫동안 곰곰이 생각에 잠기더니 “흥분됐다”라는 말 한마디로 함축했다. 학생들의 뜨거운 박수갈채에 한없이 고마웠다면서 “내 나이를 잊고 잠시 그 때 나이로 돌아간 기분”이었다며 미소를 띠었다. 뒤이어 물었던 수능 결과에 대해서는 “열심히 노력은 했지만 나이는 어쩔 수 없더라”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을 따라가기는 힘들다”면서 결과에 대해서 미련을 보이지는 않았다.

오 씨는 대학 진학 여부에 대해서는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입학하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지만 체력이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이 나이에 대학에 가면 젊은 학생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런 생각 하는 학생들은 없을 것이라는 취재진의 말에도 “같은 세대가 아니다 보니 불편해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오 할머니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공부를 하고 싶다는 의지를 전했다.

그는 “동네주민센터에도 많은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며 “7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영문 성경 공부에도 더 매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한글이 아닌 영어로 성경을 공부하다보니 성경에 대한 새로운 흥미를 느끼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만학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뭐든 때를 놓치지 말라”라고 당부했다. 그는 “고민만 하고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는 나이가 더 들기 전에 빨리 배움의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다”라고 응원했다.

/스냅타임 민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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