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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넘어 비연애까지? 연애도 싫은 청춘들

김수진(26,가명)씨는 최근 부모님께 잔소리를 한바탕 들었다. 김씨는 “부모님께서 ‘가장 예쁠 나이에 연애도 안 하고 맨날 취업 준비만 하니 속이 답답하다’고 꾸중하셨다”며 “연애를 안 하는 것이 꾸중을 들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들어 비혼뿐 아니라 비연애를 선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20대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비연애·비성관계·비혼·비출산'을 뜻하는 신조어인 4B(非)운동 등이 등장할 정도로 타인과 관계를 형성하고 사는 것보다는 개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문화가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비연애주의자들은 아직 비혼주의도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대한민국에서 비연애 주의자로 살아가기란 꽤나 험한 일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사진=이미지 투데이)


결혼 말고 연애까지 안 하면 이상한 사람?

개인적인 선택으로 비연애를 선언하는 이들도 있지만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비연애를 결심하는 경우도 있다.

유아연(27,가명)씨는 25세 이후로 연애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조금이라도 신경을 써가며 내 삶의 패턴을 타인에게 맞추는 과정이 부담스럽다”며 “누군가에게 마음을 쓰고 난 뒤에 남는 그 허탈함의 느낌도 너무 싫고 감당하기 벅차 비연애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박수민(28,가명)씨는 “’안전 이별’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연애를 하게 되면 데이트 폭력이나 스토킹 등 걱정해야 할 위험요소가 많다고 생각한다”며 “애초에 그럴 위험을 배제하기 위해 연애를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연애를 해 본 적이 없지만 비연애를 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도현(25,가명)씨는 “주위에서 연애를 하며 마음고생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봐서 애초에 연애를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며 “연애애 투자할 시간과 돈을 나에게 투자하며 공부도 열심히 하고 취미도 여러 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안타까운 눈초리도 불쾌하다고 말한다.

김수진(26,가명)씨는 “연애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하면 주변에서 ‘네가 아직 좋은 남자를 못 만나봐서 그런다’며 혀를 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들이 말하는 좋은 남자를 만난다고 연애를 결심할 정도의 가벼운 마음이었으면 애초에 비연애를 선택하지 않았다”며 “생각해주는 척 일반적인 잣대를 들이밀며 은근한 압박을 해 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불평했다.

이도현(25,가명)씨는 “가끔 무례할 정도로 비연애 선언을 비웃는 사람들도 있다”며 “’네 성격이 안 좋아서 연애를 못 하는 걸 비연애라는 미명으로 포장하지 말라’는 말까지 들어봤다”고 털어놨다.

감정·시간낭비 지양태도 증가

전문가들은 비연애를 선언하는 개인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비혼과 더불어 비연애까지 급증하고 있는 현대 사회의 분위기를 사회학적 측면에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여성학 연구자인 김엘리 성공회대 외래교수는 “과거엔 주로 경제적 이유로 연애를 유예했다면 현대 사회에서는 불필요한 고민거리를 만들지 않기 위해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며 “연애가 생애 기획을 어긋나게 하거나 이익보다는 피로와 손해를 가져온다면 연애를 하지 않는 게 낫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교수는 “최근 여성들이 비연애를 하는 것은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는 연애를 하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라며 “여성을 존중하는 성숙한 연애를 할 수 있는 남성을 찾기 쉽지 않다는 이유 때문에 비연애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애도 자기관리 중의 하나가 되었기 때문에 감정낭비와 시간낭비를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며 “연애와 비연애를 구분짓는 것 보다 연애를 반드시 해야한다고 여기는 사회, 연애를 하지 않으면 사회성이 떨어진다고 여기는 사회 분위기를 문제 삼고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냅타임 이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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