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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고 섹시댄스만 춰야 하나요?”

“미디어에 보이는 여성의 이미지는 굉장히 이분법적이에요. ‘청순가련 여리여리’하거나 ‘섹시하고 강한 센언니’이거나. 하지만 세상엔 정말 많은 캐릭터가 존재합니다. 감미로울 수도 있고 파워풀할 수도 있어요. SWOP은 여성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여주려 합니다.”




왼쪽부터)SWOP 조조 총연출가, 강한별 대표, 허휘수 안무단장


여성 아티스트들이 한 무대에 오른다. 소셜아트크루 엘도라도는 “복합문화공연 'Seoul WOmen’s Playground' (SWOP)을 22일 서울 광진구 YES24 라이브 홀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텀블벅 프로젝트로 시작한 SWOP은 지난 12월 목표 115%의 후원금액을 달성하며 “여성 관객의 저력을 증명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스냅타임은 지난 20일 SWOP을 기획·연출한 강한별(32) 엘도라도 대표, 허휘수(27) 안무단장 그리고 조조 총연출가를 만났다.

여성들이 만드는 여성아티스트들의 무대

SWOP은 기획·연출도 공연도 여자가 한다. 강 대표는 “여성이 문화생산의 주체가 되어 문화계에 더 많은 장악력을 가지길 바라면서 이번 공연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문화계는 남성 중심적이다.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기울어져 있는 세상에서 여성들도 편하게 보고 즐기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SWOP은 여성들이 한정된 여성상에서 벗어나 ‘놀 수 있는 판을 만들자’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연을 기획한 엘도라도 직원 29명과 공연에 참여하는 아티스트들도 모두 여성이다. 랩, 보컬, 댄스 등을 준비한 9개 팀은 무대에서 각자의 색을 담아 180분간 1200석 규모의 무대를 꽉 채울 예정이다.

강한별 대표 등은 여성들이 한정된 여성상에서 벗어나 놀 수 있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 이번 공연을 기획했다고 전했다. (사진= 스냅타임)


무대 위에서 탈코르셋과 성적대상화를 말하다

엘도라도는 SWOP 기획 과정에서 대상화·객체화 된 여성상의 탈피를 원하는 관객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로 지난해 그룹 AOA가 선보인 마마무의 ‘너나 해’ 커버 무대는 영상 조회수 1000만회를 넘기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강 대표는 “‘나는 져버릴 꽃이 되긴 싫어. I’m the tree‘라는 가사에 대중은 열광했다. ‘여성=꽃’으로 성적대상화 하는 시선을 전복시키는 메시지를 담은 가사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WOP에는 성적대상화 한 안무도 코르셋도 없다. 성적대상화 하지 않은 다양한 여성 본연의 모습을 부각하는 데 집중했다.

임로운 안무단장은 성적대상화 동작 없이 안무를 만든다.

기존 아이돌 걸그룹의 안무에는 골반, 가슴, 엉덩이 등 신체부위를 부각하는 안무가 많다. 반면 임단장은 성적대상화 되는 동작 없이 안무를 창작한다. 짧은 치마와 몸매가 드러나는 의상이 아닌 춤 동작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의상을 입는다.

임 단장이 이끄는 댄스팀 '보스'는 코르셋을 입은 실연자와 코르셋을 입지 않은 실연자의 대비를 무대에서 표현한다. 강 대표는 팀 보스의 무대에 대해 “사회적 여성성을 벗어던지기 전까지 여성들은 너무 많은 제약 속에 살아왔음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엘도라도 소속 댄서 팀화이트 단체사진 (사진=SWOP)


마지막 무대는 허휘수 안무단장의 팀 화이트가 장식한다. 의상의 색감을 통해 아무리 깨끗이 있으려 해도 결국 오염되는 세상을 비판한다. 그리고 영상을 활용한 무대연출을 통해 여성간의 연대를 이야기하는 퍼포먼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허단장은 탈코르셋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탈코르셋을 말하고 싶다고 무대에서 머리를 깎을 수는 없지 않나. 직접적인 표현은 유치해보일 수 있고 감동을 주기 어려울 것 같았다”며 색의 대비와 영상 연출을 통해 퍼포먼스를 기획한 이유를 밝혔다.

팀 화이트의 무대가 엔딩무대가 된 데에는 강대표의 공이 컸다. 강대표는 “이 퍼포먼스는 여성은 무엇이든 다 할 수 있고 해도 된다는 희망을 담고 있다”며 “SWOP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장 잘 담고 있어 엔딩으로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여성문화 대신 문화안에 여성이 속했으면

SWOP은 ‘여성문화의 판도를 바꾸다’라는 슬로건을 당차게 내세웠다. 기존 문화 산업에서 비춰지지 않았던 여성 아티스트들의 ‘다양성’을 부각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또 여성들에게 새로운 문화를 경험시키겠다는 포부도 담겨있다.

여성문화의 판도가 어떻게 바뀌길 바라냐는 질문에 SWOP의 총연출가 조조는 “'여성문화'라는 말이 없어지고 ‘문화’안에 우리(여성)가 속했으면 좋겠다”며 “우리가 하는 것이 곧 문화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SWOP은 각무대의 색이 하나도 겹치지 않는다. 관객들이 미디어 속 양분화 된 여성 이미지 외에도 다양한 캐릭터가 많다는 것을 공연을 통해 느껴주었으면 좋겠다”며 “여성의 문화를 바꾸는 것은 우리가 아닌 관객일 것”이라고 말했다.

허 단장은 "결국 재미가 사람을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공연시간동안 관객 모두 잘 놀다 가주셨으면 좋겠다"며 " SWOP을 계기로 여성이 중심이 되는 공연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냅타임 김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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