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김수진(26,가명)씨는 패스트푸드점에서 키오스크로 점심 메뉴를 선택하고 음료와 사이드를 변경한다. 수업을 마친 후엔 대형 마트에 들러 생필품을 구입한 뒤, 셀프 계산대에서 결제를 하고 귀갓길에 무인 택배함에서 택배를 찾아 집에 간다.

이렇듯 사람과 전혀 대면하지 않는, 언택트(untact)에 기반한 사회 현상이 일상에서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사람과 접촉하지 않거나 접촉을 최소화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가리키는 언택트는 ‘접촉하다(contact)’ 앞에 부정과 반대를 뜻하는 접두사 ‘un’을 붙인 신조어이다.
최근 점원과 마주치는 것을 불편해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언택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들은 사람보다 디지털 기기가 더 익숙하기 때문에 직원과 대화하는 것 자체를 스트레스로 여긴다. 직원들의 방해나 눈치 없이 본인의 용무를 보는 것이 더 편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대학생 이다은(23,가명)씨는 “혼자 조용히 쇼핑하고 싶은데 직원이 자꾸 말을 걸면 쇼핑에 집중도 안 되고 마음도 불편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물건을 보는 내내 직원이 따라다니는 등 직원들이 과도하게 친절할 시 쇼핑을 더 하지 않고 나온 경험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콜포비아(Call phobia)’도 이와 맥락을 함께한다. 콜포비아란 전화를 뜻하는 ‘call’과 공포증을 의미하는 ‘phobia’의 합성어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것에 필요 이상으로 긴장을 하거나 불편함을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비대면 거래나 언택트 마케팅의 보편화도 콜포비아에 따른 하나의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전화가 아닌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고,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무인주문기계를 사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잡코리아가 실시한 ‘2019 콜포비아 현황’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46.5%가 “전화가 두렵다”라고 답했다. 콜 포비아를 겪는 이유에 관한 설문조사에서는 “메신저 앱과 문자 의사소통이 익숙해서”가 49.2%로 1위를 기록했다.
스마트폰의 보급 이후 손가락만 움직여도 모든 소통이 가능해지는 시대가 왔다. 이에 따라 타인과 대면하는 기회가 많이 줄어들었고, 많은 현대인들이 답변이 즉각적으로 오고 가는 전화를 부담스럽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직장인 문승찬(27,가명)씨는 “전화로 하거나 사람이 업무를 처리하면 실수가 있기 마련인데, 비대면 서비스를 이용하면 오히려 더 빠르고 정확한 것 같다”며 “필요한 게 있으면 클릭만 하면 되니까 편리하기까지 하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물론 언택트는 서비스 이용 시 편리하고 빠른 이용이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실제로 접촉 자체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됨에 따라 셀프 주유소, 대형마트의 셀프 계산대, 가상현실(VR) 등 이런 이들을 위한 새로운 마케팅도 성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비접촉 선호현상이 더욱 활발해지는 추세다.
카드업계가 설 연휴 직후 일주일(1월 28일~2월 3일)까지의 개인 신용카드 결제액을 분석한 결과 온라인 결제액은 2조5087억원을 기록, 지난해 설 연휴 직후 일주일(2월 7∼13일) 간 온라인 결제액 1조7367억원에 비해 4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오프라인 결제액은 8조2840억원에서 9조530억원으로 9.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설 연휴를 기점으로 코로나19 감염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언택트 소비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사람이 처리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일각에서는 주문 및 결제의 오류 가능성이 크고, 번거롭다는 목소리도 크다. 뿐만 아니라 언택트 서비스가 기존 대면 서비스를 빠르게 대체함에 있어 나타나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언택트 서비스에 적응하지 못해 불편함을 느끼는 현상을 일컫는 ‘언택트 디바이드(untact divide)’ 현상을 꼽을 수 있다. 주문부터 결제까지 키오스크로 이루어지는 프렌차이즈 매장의 경우, 시스템이 익숙하지 않은 아날로그 세대나 노년층은 물건을 하나 사는 데도 큰 힘이 들 수 있다.
아직은 언택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게에서도 직원 두어 명이 상주하고 있지만, 미래에는 직원이 아예 사라질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하면서 향후 일자리 감소 문제가 일어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스냅타임 박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