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침해소! 청춘뉘우스~

[인터뷰] “제 영상이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는 것에 감사”

ASMR 유튜버 '미니유' 인터뷰
국내에 없었던 한국어 ASMR 듣고 싶어 제작
'강박적 성실함'이 7년간 유튜브 운영한 비결
"구독자와 잔잔하게 오래 가는 유튜버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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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글씨를 쓰는 소리, 딱딱한 물체를 두드리는 소리, 미용실에 온 것처럼 머리를 잘라주는 소리… 모두 ASMR 영상에서 흔히 등장하는 소리다.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ㆍ‘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의 약자)은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으로 2010년 무렵 미국, 호주 등 해외에서 먼저 제작됐다.

미니유(32·본명 유민정)는 한국인 ASMR 유튜버로는 처음으로 ASMR 영상 제작을 시작했다. 그는 2013년 9월 12일 유튜브에 첫 ASMR 영상을 게시한 이후로 현재까지 쉼 없이 영상을 제작 중이다.  중간에 콘텐츠 주제가 바뀔 법도 했지만 미니유는 오롯히 ASMR에만 집중하고 있다. 스냅타임이 유튜버 7년 차를 맞은 ASMR 계의 ‘고인 물’ 미니유를 만나봤다.

Miniyu ASMR 채널을 운영중인 유민정(32)씨.(사진=이지민 인턴기자)

우연히 접한 ASMR, 직업이 되다

미니유가 ASMR을 처음 접한 것은 인터넷에 올라온 포스팅 글이었다.

그는 “우연히 보게 된 글에서 외국인이 만든 ASMR 영상을 보고 편안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다만 아쉬운 건 한국어로 만들어진 ASMR 영상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었다.

미니유가 가장 좋아하는 ASMR 채널 역시 역시 러시아 여성이 운영하는 ‘Gentle Whispering ASMR’ 채널이었다. 한국어 ASMR에 목말랐던 미니유가 직접 영상을 제작하게 된 계기다.

처음부터 전업 유튜버를 결심하고 영상을 제작한 건 아니었다고 한다.

미니유는 “처음에는 ASMR에 대한 흥미 때문에 단순 취미로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당시에는 유튜브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영상을 올린 지 1년이 넘어서야 유튜브에 수익 창출 구조가 있다는 걸 알았다.

그는 “유튜브 채널에 광고를 연결하고 처음 받은 수익이 17만원이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SMR 유튜버를 직업으로 삼은 것은 보수와 상관없이 오롯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지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ASMR을 제작하면서 그는 인생에서 처음 성취감을 맛봤다.

탕후루(각종 열매를 꼬치에 꿰어 사탕 물을 묻혀 굳힌 중국 전통 과자), 과일 양갱 먹방은 그가 유튜브에서 가장 먼저 선보여 유행이 됐다.

그는 “내가 선택한 아이템이 다른 유튜버들 사이에서 유행되는 것을 보며 영향력 있는 채널이 된 것을 실감한다”며 “예전엔 무언가를 이루고 성취한 게 없었는데 유튜버를 하며 큰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우울증을 앓던 한 시청자로부터 영상을 통해 위로를 받았다는 메일을 받기도 했다.

그는 “어떤 구독자께서 우울증으로 약을 오래 먹었음에도 나아지지 않았는데 내 영상을 보며 안정을 얻었다고 메일을 보낸적이 있다”며 “내 창작물이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인어공주 꼬리복원 ASMR 영상.(사진=유튜브 ‘Miniyu ASMR’ 캡쳐)

그는 주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영상을 만든다. 최근 화제가 되었던 ‘인어공주 다리 고쳐주기 ASMR’은 자신의 연애 경험을 바탕으로 연애에 지친 이들을 위로하고자 제작했다.

치과의사, 미용사 등 다양한 직업군으로 역할극을 하는 ‘롤플레이’ 영상을 찍을 때는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병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직접 경험할수록 자연스러운 연기가 가능하다”며 “병원에서 겪는 상황과 대사를 기억해 그대로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놓고 영상 제작에 활용한다”고 이야기했다.

브레이크 없이 달려온 7년은 ‘강박적 성실함’ 탓

하지만 ASMR 제작이 취미에서 수익을 보전해주는 직업이 되자 즐겁지만은 않았다.

약 7년간 영상을 제작해왔다는 그는 아직 한번도 공백기를 가진 적이 없다. ‘강박적 성실함’ 때문이다. 영상 찍는 게 힘들어도 울면서 영상을 제작했다.

그는 “이게 나의 직업이라고 생각한 이상 아무리 하기 싫은 순간이 와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며 “쉬게 되면 영상을 만드는 흐름이 끊길까 무서웠다”고 말했다. 이어 “나에게 인생 2막을 열어준 일이기 때문에 평생의 업이라면 중간에 쉬거나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유튜브 촬영시 작업하는 방음부스의 모습.(사진=미니유 제공)

특히 밀폐된 방음 부스에서 작업하는 그에겐 여름에 영상을 제작하는 일이 무척 힘들었다.

그는 “방음 부스에서는 작업하는 소리 이외에 어떤 소리도 낼 수 없어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작동할 수 없기에 숨이 차고 힘들다”며 “여름에 영상을 찍을 때는 내내 땀이 계속 흘러 수차례 영상을 끊어가며 촬영한다”고 토로했다. 청포도를 먹는 영상을 찍었을 땐, 생각만큼 아삭한 소리가 나오지 않아 청포도 대신 생마늘을 씹었다. 시청자가 보는 영상은 청포도를 먹고 있지만 사실 후시녹음으로 생마늘 씹는 소리를 입힌 것이었다. 그는 “최대한 생생한 소리를 내기 위해 상상하기 어려운 다양한 소품으로 소리를 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언제 찾아와도 편안함 줄 수 있는 유튜버 꿈꾼다”

과포화 된 레드오션 상태의 유튜브를 통해 계속 ASMR 영상을 제작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존재했다.

미니유는 “내 채널의 구독자 수가 정체된 것에 대해 한때는 무척 심각하게 생각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했지만 여의치 않아 혼자 괴로워하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52만명의 구독자가 나의 몫이면 그냥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유튜버도 너무 많고 ASMR을 제작하시는 분들도 넘치는 상태이지만 ‘클래식은 영원하다’는 말이 있듯이 잔잔하게 오래가는 유튜버가 될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몸도 마음도 지친 현대인들에게 유튜브 영상만으로 힐링을 줄 수 있는 쉼터.’

미니유는 유튜버로서 자신의 채널이 이렇게 기억되길 바랐다. 그는 “내 채널이 갑자기 생각나서 들러도 ‘아직도 여전히 열심히 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유튜버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언제 찾아도 항상 같은 자리에서 편안함을 주는 사람. 유튜버 ‘미니유’ 그리고 사람 ‘유민정’이 꿈꾸는 궁극적인 목표다.

/스냅타임 이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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