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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가 만드는 '아싸 브이로그'... 서러운 '아싸들'

"인싸(인사이더)들이 아싸(아웃사이더)생활을 탐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다. 빛나는 연애경력, 교우관계만 가지고는 성에 안 차 아싸생활까지 훔쳐다가 그들의 다채로운 삶을 한층 다채롭게 할 에피소드로 삼고 싶어 한다는 건 미처 몰랐다. 모든 것을 빼앗겼을 때도 느껴 보지 못한 깜깜한 절망을 아싸 타이틀을 도둑맞고 나서 비로소 느꼈다.”

소설가 박완서의 소설 ‘도둑맞은 가난’의 구절을 패러디해 ‘아싸 브이로그’ 열풍을 비판한 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댓글이다. ‘아싸'와는 거리가 먼 ‘인싸’들이 단순히 재미를 위해 아싸라는 단어를 활용하는 점을 비판한 것.

유튜브에 '아싸 브이로그'를 검색하면 수많은 '아싸 브이로그' 영상을 찾을 수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최근 유튜브에는 아싸 브이로그라는 타이틀의 영상이 우후죽순격으로 올라오고 있다. 해당 유튜브 동영상은 ‘아싸이다보니 친구가 없어 혼자 밥을 먹고 혼자 논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같은 아싸 브이로그에 대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아싸라는 소재를 활용한 동영상에 대한 비판이 대두되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아싸는 흔히 학교 및 직장동료나 주변인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신조어다. 부정적인 의미가 더 큰 아싸라는 단어를 마치 희화화했다는 비판이다.

서울시내의 한 대학교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유튜버들이 업로드하는 ‘아싸 브이로그’에 대해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글 작성자는 “세상의 어떤 아싸가 자기 일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릴 생각을 하느냐”며 “인싸와 아싸 드립이 유행하니 유행에 따라 옷 바꿔 입듯이 정체성을 바꾸려는 행위가 역겹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유튜브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수단으로 아싸라는 단어를 이용하는 게 불편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누군가에게는 정말 큰 고민일 수 있는 사회적 고립이 그들에게는 그냥 패션, 유행이고 몇 번 입다 버릴 옷일 뿐”이라고 아싸 드립이 유행하는 현실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한 유튜버의 '아싸 브이로그' 영상에 달린 댓글들 (사진=유튜브 캡처)


아싸 브이로그 영상 비난 봇물..."잠깐 친구 없다고 아싸냐"

한 유튜버의 아싸 브이로그 영상에는 3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친구 많은데 잠깐 바빠서 못 만난다고 그게 아싸냐”, “진짜 아싸는 카메라 당당하게 들고 다니면서 브이로그 찍지 못한다”, “뺏어갈 게 없어서 아싸 타이틀까지 뺏냐”, “보여주기 위한 ‘패션아싸’ 타이틀 벗어라” 등 부정적인 반응의 댓글이 대부분이다.

아싸 브이로그 콘텐츠를 만든 일부 유튜버들은 논란이 커지자 아싸 브이로그에 대한 해명을 하기도 했다.

유튜버 H씨는 "여러분들께 거짓말을 하고 아싸분들을 기만해서 죄송하다"며 "하지만 성격이 소심하고 일반 대학생들과 같이 활발하게 대학생활을 즐긴 편이 아니라서 이런 브이로그를 올리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부정적인 댓글의 반응에 하나하나 반박을 한 유튜버도 있었다.

유튜버 Y씨는 "아싸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 그렇게 잘못이냐"며 "실제로 학교에 친구가 거의 없고 밥도 대부분 혼자 먹는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이 생각하는 아싸의 기준이 친구가 하나도 없는 사람을 뜻해서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내 영상의 제목을 비난할 권리는 여러분에게 없다"고 반박했다. 아싸라는 단어의 의미를 획일화할 수 없다는 말이다.

“단순한 유머 불과” vs “누군가에게는 상처”

20대 사이에서도 아싸 논란에 대한 반응이 갈린다.

김모씨(25·여)는 “'아싸=왕따'라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데 이런 논란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유튜버들이 아싸를 비하하려는 의도로 영상을 올린 것도 아닌데 아싸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기만자’라며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런 논란이 아싸라는 단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키울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아싸라는 타이틀을 가볍게 소비하는 것이 진짜 아싸들을 더 위축되게 할 것 같다는 반응도 있다.

정모씨(27세·남)는 “아싸라는 단어는 자의로 혼자 일상을 즐기는 사람과 타의로 무리와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을 통칭한다”며 “후자의 경우엔 충분히 아싸라는 소재가 이런 식으로 소비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스냅타임 이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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