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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머리를 어디서 잘라야 하나요?

지적장애 3급과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자녀를 둔 김정원(41·가명)씨는 아이가 5살이 될 때까지 직접 머리를 잘라줘야 했다. 미용실을 이용하면서 숱한 불편을 겪었기 때문이다.

김씨의 아이는 아스퍼거 증후군의 특성상 청각에 예민해 가위로 머리를 자르는 작은 소리에도 돌출 행동을 일으켰다. 김씨는 “한 미용사는 아이가 머리를 자꾸 움직인다는 이유로 한 쪽 부분만 자른 뒤 나머지 부분의 머리 자르기를 거절한 적이 있었다”며 “한 때는 미용 기술을 직접 배워볼까 생각했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지체장애인이 이용하기 어려운 고정식 의자가 설치된 미용실.(사진=이미지투데이)


김씨의 자녀처럼 발달·지적 장애를 앓고 있거나, 거동이 어려워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는 지체 장애인 등이 이·미용서비스에 어려움을 겪고있다.

먼저 대부분의 미용실이 의자가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식 의자를 설치한 탓에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의 경우 미용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타인의 도움으로 의자에 옮겨 앉아야 한다.

샴푸대의 경우 의자와 세면대가 일체형이어서 몸을 가누기 힘든 장애인은 머리를 감기도 어렵다. 비장애인은 원할 때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이·미용서비스가 장애인들에게는 넘기 힘든 허들인 셈이다.

하지만 국내에 장애인 손님을 대상으로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용 미용실은 전무하다.

복지관에서 비정기적으로 미용사가 미용 봉사를 나오거나, 종종 복지관에서 연계해 미용실을 방문하는 것 외에 장애인이 자발적으로 미용 서비스를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장애인의 이·미용서비스 환경을 개선할 법안 역시 미비하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정당한 편의제공’ 사항에서 이·미용서비스에 대한 구체적인 조항은 적시되어있지 않다.

휠체어를 탄 손님도 바로 머리를 자를 수 있도록 이동석을 의무 설치하거나, 시각 장애인을 위해 점자 헤어스타일 안내서 등을 비치하는 등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전혀 없는 이유다.

장애인 고객의 방문 비중이 적은 미용실로서는 장애인 편의시설 마련을 위한 시설 투자에 부담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미용사로 근무하는 김세연(27·여)씨는 “장애인 손님이 미용실에 방문했던 건 1년에 1명 정도였다”면서 “미용서비스에서 장애인 편의를 고려하는 것이 의무가 아닌 상황에서 추가 비용을 부담하면서 편의 시설을 배치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전했다.

장애인 이·미용 봉사를 진행하는 한 복지관 관계자는 “세심하게 머리를 자르려면 꽤 긴 시간이 필요하다"며 "지체 장애인은 도움 없이 앉아있기 힘들고, 지적 장애인은 가만히 있는 상황을 오래 견디지 못해 대부분 가장 빨리 할 수 있는 머리 스타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장애인 편의가 미비한 미용실에서는 제도의 개선 없이 장애인 이용객을 케어하기 어렵다”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사회적 편견도 장애인의 이·미용서비스 접근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복지관 관계자는 “신체적 장애를 가진 사람이 미용실에 들어갔을 때 손님들이 이상한 시선을 보내거나, 장애 아동이 돌출 행동을 보일 경우 불쾌감을 표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편견 어린 시선에 눈치가 보여 미용실 이용 자체를 꺼리는 장애인이 많은 만큼 이용객 차원에서도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냅타임 이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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